정부의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전이 과열되면서 말들이 많다. 정치권이 가세, 일부 지역에서 ‘지역 홀대론’을 앞세운 정치적 선택을 부추기며 논란이 일고 있다. 유치전에 뛰어든 4개 지자체 중 3,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보유, 집적화를 꾀하고 있는 포항이 자칫 들러리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의원들이 21대 총선이 끝나자마자 방사광가속기 유치 활동에 가세했다. 정치인이 전면에 나서면서 방사광가속기가 입지가 아닌 정치적 배려가 우선시되는 쪽으로 변질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전에는 경북 포항과 충북 오창, 전남 나주, 강원 춘천 등 4곳이 뛰어들어 치열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8일 사업 예정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다목적 방사광가속기가 건설사업은 규모만도 1조 원이 넘는 데다 6조7천억 원의 생산 유발효과 및 13만7천 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돼 유치전이 과열될 수밖에 없다.

또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는 기존의 포항 방사광 가속기의 10배에 달하는 성능으로 파급효과가 커 지자체마다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4년 포항가속기연구소에 처음으로 3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준공한데 이어 2016년 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준공했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4세대 방사광가속기 보유국이다.

포항은 이미 3, 4세대 방사광가속기, 경주 양성자 가속기가 집적된 세계 유일의 3대 가속기 클러스터가 구축돼 있다. 25년간의 운영 인프라와 노하우, 인재를 보유하고 있는 등 포항 유치 시 집적화를 통한 시너지효과가 기대되는 등 객관적 조건이 뛰어나다. 전남 나주와 충북 오창, 강원 춘천 등은 접근성과 활용성 및 경제성 등을 내세우며 자기 지역이 최적의 장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나주의 경우 발언을 철회하긴 했지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총선 직전 나주에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약속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엔 나주와 충북 오창의 경우 청와대 고위층이 지원한다는 설까지 나돌기도 했다.

여기에다 타 지역에서 국책사업의 ‘지역 홀대론’을 들고 나오면서 정치적 고려가 큰 변수로 등장했다. 특히 나주의 경우 집권 여당의 든든한 뒷배까지 고려하면 정치권 개입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포항은 이래저래 밀린다.

하지만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의 입지는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국익만을 고려,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정해야 한다. 국가 100년 대계를 내다본 결정이 돼야 한다. 정부는 과학과 산업 발전을 위해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입각해 부지를 선정하기 바란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