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에게 주자’, ‘국민 70%에게만 주자’. 말도 많았던 코로나19 정부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 팽팽히 맞서던 정치권 공방이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여야가 4월29일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정부, 여당의 희망대로 추경안이 처리되면 정부 재난지원금은 5월 중 전 국민에게 지급된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민주당, 통합당은 그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리며 ‘100% 지급안’과 ‘70% 지급안’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진통을 겪었다. 정치권은 겉으론 국가 재정부담을 이유로 내세우며 두 선택지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각 진영의 이념, 가치가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 하는 국가정책을 보는 진영 간의 기본적 시각이 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당장 내 주머니에 돈 들어오는 걸 마다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돈이 결국 내 주머니에서 나갈 돈이라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 유사한 사례는 적지 않게 있었다. 가장 근래로 보면 지난 2015년 경남도에서는 학교 무상급식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모든 아이에게 무상으로 급식을 제공해야 한다는 쪽과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만 무상급식을 제공하자는 쪽이 맞서면서 당시 일부 학교에서는 급식 자체가 한동안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질 정도로 무상급식에 대한 입장차는 지역공동체 내부갈등의 빌미가 됐다.

선별·보편 정책 논란은 답을 내놓기 쉽지 않은 문제인 만큼 결국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머리 맞대고 선택, 결정해야 하는데, 그게 또 잘 안 된다는 게 문제라면 진짜 문제일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국가정책과 관련해 ‘선별이냐, 보편이냐’와 같은 선택의 문제가 수없이 있을 것인데, 이번 재난지원금 논란이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당장은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피해와 그 파장이 워낙 큰 탓에 재난지원금 논란이 곧바로 국가 복지정책에 대한 논란으로까지 번져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가 되면 복지정책의 선택 논쟁은 언제든지 다시 재연될 수 있는 폭발력이 큰 이슈임에는 틀림이 없다.

◆ 70%에서 100%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정부 재난지원금 논란은 사실 4.15총선 과정에서 불붙기 시작했다. 애초 기재부와 민주당이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기본소득 70% 이하 가구로 한다고 발표했지만, 총선 과정에서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전 국민에게 1인당 50만 원씩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꺼냈고, 그러자 민주당이 애초 입장을 바꿔 전 가구 재난지원금 지급을 공언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자마자 또 혼란이 생겼다. 이번에는 통합당에서 국민 70%에게만 지급하자며 기존 입장을 뒤집었고, 기재부는 재차 처음대로 70% 안을 고수했다. 반면 민주당은 전체 가구에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혼란이 계속되자 결국 청와대가 민주당과 기재부를 중재하고 4월24일 “국회에서 추경안이 처리되는 것을 전제로 전체 가구에 재난지원금을 5월 중 지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재난지원금은 코로나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국민들의 경제활동이 사실상 중단되자 당장 생계위협을 받는 위기 가구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꺼낸 여러 정책들 중 하나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급격히 하락하고 있는 국내 경기를 살려내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정부 설명에 국민들은 공감했다.

그러나 그 지원 대상 선정을 두고 여론이 나누어졌다. 전 국민에게 지급할 것을 주장하는 보편지원 찬성 측과 일부에게만 지급하자는 선별지원 찬성 측으로 갈라진 것이다. 보편지원 측은 대상자 기준 마련의 어려움과 그 기준의 적정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즉 처음 제시된 소득 70% 이하 가구라는 기준에 타당성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현실적으로 가구별 재산 파악이 쉽지 않고, 소상공인 등 사업소득자의 경우 소득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곤란하니, 차라리 전 국민에게 신속하게 지급하는 게 형평성에도 맞고 효과적일 것이란 주장이었다.

또 여러 지자체가 발표한 재난지원금이 해당 지자체의 형편에 따라 지급 범위나 금액이 달라 주민 불만의 원인이 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실제로 경기도는 광역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전 도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경기도는 보편지원의 이유로 공공재원 사용의 공정성과 차별성 논란을 없앨 수 있고 대상자 선정에 드는 시간을 줄여 필요한 곳에 제때 집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일부 고소득자와 미성년자를 제외하거나 미성년자를 차등을 두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기본소득의 이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선별지원 찬성 측은 당장 국가 재정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을 보편지원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준 70%는 필요성과 효과성, 형평성, 제약성 등을 종합 검토해 결정한 것이다. (향후 있을 수 있는) 추가 재정 역할과 이에 따른 국채 발행 여력 등도 더 축적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 70% 지급에는 7조6천억 원, 전 국민 지급에는 14조3천억 원가량이 든다는 게 정부의 추산이다.

역시 선별지원을 찬성하는 통합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우리나라는 (현재) 재정 건전성이 크게 약화한 상황이다. 앞으로 이보다 더할 사태가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전 국민 지급을 위해) 지금 국채를 발행했다가 나중에 대응할 아무 수단이 없게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경제학자이기도 한 통합당 유승민 의원도 “(기존에) 복지제도, 기초생활수급 대상이 있고 그 위에 차상위가 있듯이 제일 절실한 사람한테 더 많이 주는, 계단식으로 하는 것이 옳다”며 선별지원을 주장했다.

◆ 대구시와 경북도, 선별적 지원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대구시와 경북도는 3월 재난지원금 선별지원을 결정하고 4월 들어 해당자들에게 지역화폐를 지급하고 있다. 대구시는 3월23일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해 6천599억 원을 마련하고 중위소득 100% 이하 45만9천 가구에 가구원 수에 따라 50~9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국고보조금 3천329억 원과 자체 예산 3천270억 원이 재원이다.

이 중 75%인 4천960억 원이 긴급생계자금사업, 저소득층특별지원사업, 긴급복지특별지원사업 등에 사용되는데, 대구 전체 103만 가구 중 64만 가구가 혜택을 보게 된다. 그러나 대구시의 재난지원금을 두고는 집행 속도와 대상자 선정, 지원금 사용처 제한 등과 관련해 이런저런 말들이 나왔다. “선정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 “건강보험료 기준에 따를 경우 정작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제외될 수도 있다”, “지원 대상과 지원금 사용처를 더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경북도 역시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해 2천89억 원 편성해 4월에 지급하고 있다. 중위소득 85% 이하에 해당하는 33만5천 가구가 대상이며, 가구당 50~80만 원씩 지원한다.

이 외에 코로나 사태로 인해 수입이 끊긴 근로자에게는 월 50만 원씩(2개월) 지원하고, 소득이 줄어든 근로자에게는 선별해 최대 100만 원을 지원한다. 또 구미시 등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도 무급휴직 근로자와 특수형태 근로자 등 피해를 본 일부 근로자들에게 50만 원을 지원한다.

◆ 경기도의 보편적 지원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한 가운데, 특히 경기도의 보편지원 방식이 주목받았다. 일각에서 나오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에 대해 이재명 경기지사는 “코로나19 경제위기는 기본소득 필요성을 절감하고 도입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은 정부나 지자체가 모든 개인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으로 여러 나라에서 논의 중인 복지제도의 하나이다.

그러나 경기도 방식은 지자체마다 형편이 다른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또 향후 유사한 자연 재난이 있을 때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경기도는 지방채 발행 없이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 1조3천642억 원가량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재난관리기금 3천405억 원, 재해구호기금 2천737억 원, 지역개발기금 7천억 원에 극저신용대출사업비 500억 원을 보탰다는 설명이었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

▲ 메인사진-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가 국가 전 분야로 확산하자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5월 중 전 국민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지원 대상자를 전 국민으로 할 것인지, 국민 70%로 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사진은 신천지예수교회를 상대로 100억 원대의 피해 보상을 청구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는 대구·경북 소상공인들.연합뉴스
▲ 메인사진-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해가 국가 전 분야로 확산하자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5월 중 전 국민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지원 대상자를 전 국민으로 할 것인지, 국민 70%로 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사진은 신천지예수교회를 상대로 100억 원대의 피해 보상을 청구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는 대구·경북 소상공인들.연합뉴스
▲ 대구고용센터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 관련 서류를 접수하고 있는 사업주들. 연합뉴스
▲ 대구고용센터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위해 관련 서류를 접수하고 있는 사업주들. 연합뉴스
▲ 대구 서구청 직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취약계층에 전달할 밑반찬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구 서구청 직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취약계층에 전달할 밑반찬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 코로나19 피해를 가장 크게 본 대구시 번화가인 동성로의 한 상가에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 코로나19 피해를 가장 크게 본 대구시 번화가인 동성로의 한 상가에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 4월27일 국회 예결위원장실에서 김재원 예결위원장(가운데)과 여야 간사들이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논의를 위해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4월27일 국회 예결위원장실에서 김재원 예결위원장(가운데)과 여야 간사들이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논의를 위해 회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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