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유물들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싶어
박물관 수의 이경숙 관장은 경북대에서 미술을 전공하면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색채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고 한다. 한국의 색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옛 유물들을 찾아다니던 중 베갯모에 수놓아진 색채에서 한국고유의 전통 색을 찾았다는 이 관장은 “전통 색을 공부하기 위해 한두 개씩 모아두기 시작했던 베개유물이 어느 순간 100개가 되고, 200개가 되고, 10여 년 가까이 모으다보니 어느덧 수천점이 됐다”고 했다. 그렇게 모은 베개는 지금 박물관 한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하나하나가 모여서 자수 꽃밭을 이룬 셈이다.
이 관장은 “한국의 전통을 기억하고 계승하는 일은 거창하고 어려운 일이 아니라 사소한 유물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전해주고, 그것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박물관 수는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수업을 통해 전달해 줄 ‘전통문화 지도사’나 ‘텍스타일 아트 지도자’ 등의 전문 인력을 매년 30여 명씩 길러내고 있다.
이경숙 관장은 “바느질, 뜨개질, 재봉틀 등 다양한 작업에서 삶의 숨결을 고를 수 있다”며 “바느질을 하고 있으면 저절로 명상이 되고, 아름다운 결과물까지 나오기에 그 성취감이야 말로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전통 자수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바느질을 전수하기 위해 바느질 공간, 바느질 요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또 “우리 자수문화의 아름다움을 어린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국내 최초로 진행했던 ‘초등학생 텍스타일 아트 공모전’도 성황리에 마쳤으며, 규중칠우쟁론이라는 전래동화와 연계해 유아들을 위한 프로그램 등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쉽지 않은 길을 10년째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박물관 수’ 이경숙 관장은 전통을 계승하는 것 뿐 아니라 지역 박물관이 마을공동체의 문화 사랑방 역할을 하는 일상화된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