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를 함께 끌어안은 도심속 작은 박물관

▲ 2010년 개관한 박물관 수는 ‘자수’를 주제로 한 지방 최초의 자수 전문 박물관이다. 동재민화연구소장인 이경숙 관장이 10년 동안 모은 자수 약 1천여 점을 일반에 공개하기 위해 주택가에 있는 레스토랑을 개조해 만들었다.
▲ 2010년 개관한 박물관 수는 ‘자수’를 주제로 한 지방 최초의 자수 전문 박물관이다. 동재민화연구소장인 이경숙 관장이 10년 동안 모은 자수 약 1천여 점을 일반에 공개하기 위해 주택가에 있는 레스토랑을 개조해 만들었다.
“‘동지헌말(冬至獻襪) 버선 한 켤레’. 12월 동짓날 자녀들은 버선 한 켤레를 정성스럽게 지어 어머니께 드렸는데 이것을 ‘동지헌말’ 이라고 하지요, 그 버선을 신고 이날부터 길어지는 햇살을 밟으며 그처럼 오래오래 사시길 기원했던 우리 조상들의 아름다운 풍습입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버선의 아름다운 미감(美感)을 통해 우리 문화를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야실골 공원으로 불리는 예전 범어시민체육공원 아래 조용한 산기슭 한 켠에 문을 연 ‘박물관 수’의 이경숙 관장은 버선 한 켤레를 통해서도 들려줄 수 있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범어동 주택가에 미니 박물관으로 2010년 개관한 박물관 수는 ‘자수’를 주제로 한 지방 최초의 자수 전문 박물관이다. 동재민화연구소장인 이 관장이 10년 동안 모은 자수 약 1천여 점을 일반에 공개하기 위해 주택가에 있는 레스토랑을 개조해 만들었다.

다소 협소해 보이는 박물관이지만 박물관 앞 2만평 넘는 공원을 마당삼아 들어앉은 박물관 수는 올해로 개관 10년이 되지만 지나간 세월에 비해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 범어동 주택가에 미니 박물관으로 2010년 개관한 박물관 수는 ‘자수’를 주제로 한 지방 최초의 자수 전문 박물관이다. 사진은 박물관 수 전경
▲ 범어동 주택가에 미니 박물관으로 2010년 개관한 박물관 수는 ‘자수’를 주제로 한 지방 최초의 자수 전문 박물관이다. 사진은 박물관 수 전경
평범한 외양에 몇 개의 기둥이 버티고 있는 입구를 지나 깊숙하게 들어가 있는 박물관 입구는 특별함을 찾기 어렵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눈을 의심할 만큼 다양한 자수유물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그 중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베개에 수놓은 자수다. 오색실로 다양한 모양을 수놓아 전통미를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작품이 된다.

박물관 문세정 학예사는 “자수는 문양마다 의미를 갖는다. 포도와 딸기는 자식을 기원하는 문양, 학은 무병장수, 모란은 부귀, 나비는 여성의 자유, 패랭이는 효도, 국화는 군자, 도라지꽃은 경사로운 일을 축하하는 의미로 자식의 방에 놓아두었다. 상징을 알고 문양을 보면 어머님이 이런 마음을 갖고 한 땀 한 땀 자수를 놓았겠구나 짐작한다”고 설명했다.

▲ 베개의 형태를 잡아주거나 장식하는 용도로 집안 안주인의 개성이 담긴 특이한 문양으로 장식했다.
▲ 베개의 형태를 잡아주거나 장식하는 용도로 집안 안주인의 개성이 담긴 특이한 문양으로 장식했다.
작은 전시실을 지나서 교육실을 들어서니 크고 작은 버선들과 색색의 원단과 재료, 각종 교육재료와 부자재들이 가득하다. 그동안 수업을 위해 제작된 대부분의 교육키트들은 일일이 박물관에서 직접 제작됐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좁은 박물관 공간은 늘 복잡하다.

대구는 예로부터 반월당 일대 자수골목이 유명했고 70년대에는 삼덕동에서 자수수출산업이 이뤄지는 등 자수와 관련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작지만 소박한 박물관 수는 대구가 품어야 할 공간인 셈이다.

박물관을 구경하는 동안 한 쪽 벽면을 가득채운 특별한 자수 작품들이 계속해서 눈에 들어온다. 중년에 접어든 관람객들을 과거의 시간으로 돌려놓는 이 작품은 박물관 수를 대표하는 수천 점의 베갯모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그저 신기한 자수 작품으로 여겨지는 베갯모는 베개의 양쪽 끝에 대는 꾸밈새다. 베개의 형태를 잡아주거나 장식하는 용도로 집안 안주인의 개성이 담긴 특이한 문양으로 장식했다.

▲ 2010년 개관한 박물관 수는 ‘자수’를 주제로 한 지방 최초의 자수 전문 박물관이다.
▲ 2010년 개관한 박물관 수는 ‘자수’를 주제로 한 지방 최초의 자수 전문 박물관이다.
문세정 학예사는 “옛 사람들의 삶과 함께한 베개는 일상적으로 사용하던 물건이어서 그리 귀하게 대접받지는 못했다. 장례풍습 때문에 고인이 된 분이 쓰던 베개는 대부분 불태워져 사라졌다”며 “사소하기에 쉽게 사라지는 베개수의 아름다움을 기억하고 그 속에 간직한 이야기들을 후대에 들려주는 일을 하는 것이 박물관 수의 일”이라고 했다.

박물관 수는 단순히 자수용품을 전시해두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생활자수, 생활민화반, 전통민화연구반 및 전통문화지도사를 양성하고 어린이의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또 지난해부터는 수성구청과 연계한 ‘갑돌이와 갑순이의 추억 소풍’도 진행하고 있다.

‘갑돌이와 갑순이의 추억 소풍’은 초기 치매증상을 가지고 있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옛 추억을 상기시킬 수 있는 모란꽃 버선 향낭 만들기와 자수를 활용한 추억 그리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옛 추억이 그리운 어르신께 큰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게 박물관의 설명이다.

▲ 박물관 수는 단순히 자수용품을 전시해두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 박물관 수는 단순히 자수용품을 전시해두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한편 박물관 수는 ‘색동나무새’라는 고유브랜드로 직접 생산한 수공예품을 전시 판매하는 아트숍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문세정 학예사는 “복주머니, 버선, 자수 브로치, 부채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교재를 만들고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실용적인 인테리어 소품은 외국인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고 했다.

평범해서 쉽게 버려지는 우리 옛 유물을 소중이 간직한 ‘박물관 수’는 도시철도 2호선 수성구청역에서 도보로 10분, 버스는 새범어아파트 앞에서 내려서 야시골 공원(옛 범어시민근린공원)쪽으로 들어가면 만날 수 있다.

대구시 수성구 국채보상로 186길 79 (범어2동). 관람문의: 053-744-5500.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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