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생활양식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요구되면서 시민들은 기존에 얼굴을 맞댄 채 일을 처리하던 일상에서 벗어난 비대면 업무방식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접촉하다’는 뜻의 ‘콘택트(contact)’에 부정의 의미인 ‘언(un-)’을 합성한 ‘언택트(Untact)’란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초등학생에서 대학생까지 교실에서 선생님과 마주하던 대면 수업을 포기한 채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고 있다.

책 읽는 문화도 바뀌고 있다. 공공도서관과 서점 등 종이책을 빌리거나 살 수 있는 기존의 독서공간이 모두 문을 닫는 바람에 온라인으로 읽을 수 있는 전자책(e-book)이 부각된 것이다. 대구지역 공공도서관의 경우 4월에 들어서면서 온라인으로 예약을 한 뒤 도서관 입구에서 종이책을 건네받는 ‘북 워크 스루(Book Walk Thru)’ 대출서비스를 통해 시민들에게 종이책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예약절차의 번거로움과 대출자수 등의 제약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해 불편한 것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집에서 개인용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전자책을 찾는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추세다.

‘대구시민의 스마트한 독서생활이 시작되는 곳’이란 슬로건을 내건 대구전자도서관에 소장된 전자책을 찾는 이용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큰 폭으로 늘어났다. 대구전자도서관은 지역 공공도서관이 종이책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자책을 무료로 읽을 수 있다. 대구시립중앙도서관에 따르면 대구지역 첫 확진자인 31번 환자가 발생한 지난 2월18일부터 세계 책의 날인 지난 23일까지 66일간 대구전자도서관의 전자책을 대출한 이용자는 4만2천85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9천283명보다 46.3%가 늘어났다. 또한 전자책을 대출하지 않은 채 열람한 이용자는 13만1천5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만1천288명보다 43.6%가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폭은 3월 후반부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코로나 블루’란 신조어가 생기면서 책 읽기로 심리적 면역력을 키우자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에 따라 지역 공공도서관들이 시민들의 온라인 독서활동을 위해 대구전자도서관을 홈페이지와 SNS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한 것도 긍정적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들어 3월말까지 전자책 이용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그다지 늘어나지 않은 것은 이를 증명한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간 대구전자도서관의 전자책 대출자는 4만3천47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만712명보다 6.8%가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의 전자책 열람자는 올해 12만9천763명으로 지난해 12만3천611명보다 5%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와 함께 디지털 대전환시대를 맞아 전자책을 찾는 독자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날로그 방식의 종이책 중심으로 형성된 독서문화가 차츰 전자책으로 디지털화되는 과정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또한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기기를 다루는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인 젊은 세대가 본격적인 사회활동을 하는 것도 한 원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자책이 활성화되기에는 콘텐츠의 종류와 수준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공공도서관이 문을 닫으면서 성인은 물론 온라인 개학을 한 학생들을 위한 전자책 공급이 시급하게 요구되지만, 초등학생을 위한 전자책을 구하기 어렵다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도 있다.

전자책의 전망과 한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마다 실시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종이책의 독서율과 독서량은 계속 줄어드는 반면, 전자책의 독서율은 2015년을 최저점으로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하지만 전자책의 독서량은 큰 차이가 없는 편이다. 지난달 발표된 ‘2019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의 전자책 독서율은 16.5%로 2017년 14.1%보다 2.4%포인트 증가했다. 전반적으로는 2011년 16.5%, 2013년 13.9%에서 2015년 10.2%로 2~3%포인트씩 줄어들었다가 2017년과 2019년 2%포인트 정도씩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2019년 학생의 전자책 독서율은 37.2%로 2017년 29.8%보다 7.4%포인트 늘어났다. 하지만 아직까지 2013년 수준도 회복하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2011년 50.2%에서 2013년 38.3%를 거쳐 2015년 27.1%로 최저점을 찍은 뒤 2017년 29.8%로 소폭 회복됐다가 2019년 37.2%에 겨우 다다랐다.

한편 전자책의 연평균 독서량은 성인이나 학생이나 큰 변화가 없었다. 성인은 1.2권으로 2017년 1.1권보다 늘었지만, 학생은 5.6권으로 2017년 5.7권보다 줄었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