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열린 KBO리그 연습경기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전에서 4-2로 승리한 삼성 허삼영 감독이 선수들과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1일 열린 KBO리그 연습경기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전에서 4-2로 승리한 삼성 허삼영 감독이 선수들과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자가 루상에 진출하면 상대편 투수를 신경 쓰이게 한다. 빈틈이 보이면 도루한다. 득점권에 주자가 있으면 홈으로 불러들인다. 수비 시에는 끝까지 집중한다.

야구에서 이 같은 승리 공식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보여주기란 어렵다.

허삼영 감독이 자신의 공식 첫 경기에서 간단하게 이기는 방법을 보여줬다.

팀 타선은 여전히 시원한 타격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지난해처럼 ‘잘 차려 놓은 밥상을 엎는 행위’를 줄였다. 땅볼을 치더라도 1루까지 전력 질주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선발 투수는 제 역할(퀄리티스타트)을 다했고 구원 투수들은 주어진 1이닝을 막으며 승리를 지켜냈다.

부임부터 강조한 ‘멀티 포지션’도 빛났다. 허 감독은 이원석, 김상수, 이학주 등 주전 내야수가 빠진 상황에서도 승리를 따냈다.

지난 21일 KIA 타이거즈와 연습경기를 보면 주전이 빠진 자리를 김지찬(2루수), 김재현(유격수), 이성규(1루수)가 맡았다.

이들은 주 포지션이 아님에도 어려운 타구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등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삼성의 선수층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

오승환이 합류하고 외국인 용병 2명을 교체한 것을 제외하면 2019시즌의 선수층과 그대로다. 갓 입단한 신인들을 즉시전력감으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팀의 거포 다린 러프가 팀을 떠나면서 올 시즌 팀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선수 경력도 화려하지 않은 무명 감독이 팀을 맡게 되면서 ‘기대’보단 ‘우려’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허 감독은 삼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면서 우려를 기대로 바꿨다. 팀이 유연해지고 짜임새가 생겼다.

그는 지휘봉을 잡은 후 빠른 시간 내 체질 개선에 나섰다. 기존 선수들의 멀티 포지션을 통해 야수층을 대폭 넓혔다.

KIA전에서 김지찬은 2루수와 유격수를 오갔다. 3루수를 봤던 살라디노 대신에 최영진이 투입됐다.

주전 유격수 이학주와 1루수 이원석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을 ‘멀티 포지션’으로 말끔히 지운 셈이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한 베이스씩 전진해나가 득점을 올리는 야구를 하겠다’고 밝힌 허 감독의 말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연습경기에서 3번의 도루를 시도해 모두 성공했다. 빈틈이 보이면 달렸다.

화려하지 않지만 기본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 허삼영 감독의 삼성. 올 시즌 약체 평가를 딛고 다크호스로 급부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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