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상처 아물지 않았는데…선거로 또 다시 손가락질받는 대구시민들

발행일 2020-04-21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선거 결과 대구에 특정 정당이 휩쓸자 지역비하 글 쏟아져

대구 비하 인터넷 유행화, 지역 이미지 하락과 고착 우려도

최근 온라인상으로 대구지역에 대한 비하와 혐오를 담은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20일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코로나19로 아픔을 겪고있는 대구가 선거결과로 인해 또다시 상처를 받고 있다.

지난 15일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지역에 특정 당의 독식이 이어지자, 온라인상에서 지역에 대한 혐오발언 등을 쏟아내고 있는 것.

특히 대구지역에 대한 비하가 일종의 인터넷 유행처럼 번져 나가고 있어 지역 이미지 하락은 물론 잘못된 인식의 고착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21일 오전 한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4·15 선거 결과에 대한 대구지역 비하와 혐오가 담긴 글들이 올라왔다.

주요 내용은 ‘은혜를 원수로 갚은 대구에는 지원금 한 푼 주지 마라’, ‘대구는 일본으로 독립시켜라’, ‘대구X들은 짐승과 다를 바 없다’ 등 보기 민망할 정도의 원색적인 비난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런 지역비하 글이 올라와도 거부반응을 보이거나 자성의 목소리를 외치는 이들은 없었다.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였다.

한 네티즌은 ‘전라도와 대구의 표 독식이 절대적으로 다른 이유’라는 글을 썼고, 댓글에도 ‘대구는 앞으로 버리자’ 등 동조하는 내용이 이어졌다.

현재 온라인상에는 전라도 비하는 ‘나쁜 지역비하’, 대구 비하는 ‘착한 지역비하’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최근 온라인 대형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중심으로 대구에 대한 지역비하가 인터넷 ‘밈’(Meme, 짧은 시간 동안 넓은 범위에 퍼져 유행을 타는 문화현상)화 되고 있다.

비교적 진보 지지층이 많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성이 강한 대구지역이 ‘악의 축’으로 불리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이에 코로나19에 이어서 총선 결과로 인해 ‘대구가 전국적인 ‘왕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생 최재성(23·수성구)씨는 “최근 온라인에서 대구에 대한 이미지가 급격히 나빠졌음을 느끼고 있다. 대구에 대한 지역비하가 점점 도를 넘는 것 같다”며 “코로나를 겨우 이겨낸 대구가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또다시 고립되는 현상을 보이는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영남대 사회학과 허창덕 교수는 “투표권은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이다. 누구나 소신과 신념에 따라 자유롭게 지지 정당에 투표를 할 수 있으며, 이를 부정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하지 말자는 말과 같다”며 “특정 정당에 대한 표 쏠림은 대구·경북만의 일은 아니며 이를 비난하는 것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 민주주의의 가치와 인식이 성숙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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