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2일까지…개념어사전·고고학·섬광기억 등 약 20여 점 전시
기억의 단편들을 현실로 소환시켜 사진으로 재구성하는 작가 권도연의 개인전 ‘Flashbulb Memory’가 오는 25일부터 6월12일까지 021갤러리에서 열린다.
‘개념어사전’, ‘고고학’, ‘섬광기억’ 등 작업을 통해 물질과 기억의 관계를 다루는 작품과 함께 작가의 최신작 ‘북한산’ 시리즈 등 약 20여 점이 선보인다.
북한산의 야생 들개를 대상으로 한 ‘북한산’ 시리즈는 작가가 집 근처 북한산 현장 조사를 시작하면서 발견한 들개들을 촬영한 작품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연과 동물, 인간의 기억과 감각이 서로 이어져 있는 관계임을 상기시킨다.
지난해 제10회 일우사진상에서 출판 부문 수상자로 선정될 당시 심사위원단은 ‘북한산’ 시리즈를 “유기견으로 전락하기 이전 동물의 슬픈 기억을 환기시키며, 애잔함과 우수를 흑백사진의 ‘고전적’ 미학으로 승화해 냈다”며 높이 평가했다.
권도연은 일련의 시리즈 작업을 통해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휴머니즘과 그 주변 광경을 포착해낸다. ‘섬광기억’, ‘고고학’, ‘개념어 사전’ 등에서는 물질과 기억의 관계를 집요하게 다뤘다.
그의 작품 ‘고고학’ 시리즈는 사후세계를 향한 작가의 사소한 상상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직접 고고학자가 된 것처럼 삽으로 땅을 파고, 발견한 사물들을 채취해 관찰하고 사진에 담았다. 주택가 땅 밑에는 스티로폼, 컴퓨터부품, 캔 등 고만고만한 물건들이 숨어있었고, 작가는 사물의 효용성에 무심한 채 그 효용성을 제외한 다른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집중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 노트 ‘개념어 사전’에서 “사진은 눈앞에서 사라진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에게 사진은 눈앞에 없는 것들의 ‘존재의 증명’”이라고 설명한다.
021갤러리 김수빈 큐레이터는 “작가는 일련의 시리즈를 통해 사진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휴머니즘과 그 주변 광경을 포착한다. 이번 개인전이 그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