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도서관은 살아 있다

발행일 2020-04-20 16:23:3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김상진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장기화 국면에 돌입했지만, 다행히 우리나라는 신규 확진자가 10명대를 기록하는 등 안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수위를 다소 완화했지만, 긴장을 늦추지는 못할 상황이다. 시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둔감해지는 순간 지역사회 감염이 급격히 확산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시민들이 즐겨 찾던 공공도서관도 예외가 아니다. 긴장감을 유지한 채 시민들에게 제공할 서비스의 내용과 방식을 고심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정부는 19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선포된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다소 완화된 수위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기간을 오는 5월5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한 달간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결과, 국민의 피로가 누적되고 경제활동이 위축됐다고 판단해 ‘운영중단’이 권고됐던 종교시설과 유흥시설, 실내 체육시설, 학원에 대해 ‘운영자제’로 제한을 완화했다. 하지만 문을 닫은 지 두 달을 넘긴 지역 공공도서관은 불특정 다수, 특히 감염병에 취약한 연령대가 많이 이용하는 특성 때문에 언제쯤 문을 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임시휴관 중인 공공도서관이 외부로 비쳐지는 모습을 생각해보면 호수에 떠있는 오리를 연상하게 된다. 사람들이 보기에 오리는 한없이 평화롭고 여유로워 보이지만, 물속에 있는 두 다리를 잠시도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한다. 코로나19 사태의 광풍 속에 놓인 공공도서관도 마찬가지다. 평상시 도서관을 즐겨 찾던 시민들은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의 피로가 누적되는 바람에 심리적 안정이 흐트러진 시민들에게 최소한의 도서관 역할이라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지역 도서관계에서는 일차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온라인으로 전자책(e-book)을 읽을 수 있는 전자도서관 활용을 적극 권장했다. 이어 비대면으로 책을 접할 수 있는 스마트도서관과 함께, 대면을 최소화한 ‘북 워크 스루(Book Walk Thru)’ 또는 ‘테이크 아웃(Take Out)’ 대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서고 있다. 도서관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온라인으로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용학도서관은 지난해 10월부터 매월 대구시인협회와 함께 도서관 3층 시(詩)라키비움에서 진행하던 ‘이 달의 시인’ 전시 내용을 최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달의 시인’으로는 문인수 시인이 선정됐다. 이른바 문 시인에 대한 ‘랜선 전시’인 셈이다.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하는 이벤트를 준비하는 공공도서관도 적지 않다. 4월23일은 1995년 UNESCO 총회에서 세계인의 독서 증진과 함께, 저작권 제도를 통한 지적 소유권 보호를 위해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로 정한 날이다. 수성구립도서관은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4월18일부터 4월21일까지 북 워크 스루 대출서비스를 신청한 시민들에게 장미꽃 한 송이씩을 선물한다. 장미꽃 선물은 스페인 카탈루니아 축제일인 성 조지의 날(4월23일)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는 전통이 전해진 것이다.

이에 앞서 지역 공공도서관들은 지난 2월 중순 도서관이 임시휴관에 들어가자, 문을 닫은 상태에서 처리해야 할 일에 나섰다. 물론 이 일들은 시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도서관계 전문용어로는 이용자와 대면하는 직접봉사에 상대되는 간접봉사라고 한다. 용학도서관은 본관에 소장된 15만여권을 비롯해 소장량이 1만5천~2만5천 권 규모의 분관인 파동도서관과 무학숲도서관 자료의 상태를 일일이 확인하는 장서점검을 진행했다. 장서점검은 2년마다 실시해야 하는 도서관의 주요업무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될 때까지 장기화될 전망이다. 현재 시민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하기 등 삶의 방식에 영향을 받고 있다. 또한 코로나19가 종식된 뒤에도 삶의 방식이 적지 않게 바뀔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인류가 생산한 지식정보를 축적하고 소통하고 확산해온 도서관도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 발맞춰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콘텐츠의 내용과 방식의 진화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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