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과제와 전망 <중>홍준표의 생환

발행일 2020-04-16 16:31:37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4.15 총선 대구 수성을 무소속 홍준표 당선인이 16일 오후 대구시 수성구 두산오거리 인근에서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태했지만 결국은 살아남았다.

무소속 이름표를 달고 지역주의의 높은 벽을 가까스로 뚫었다. 거물은 거물이었다는 평가다.

대구 수성을 홍준표 당선인의 얘기다.

홍 당선인은 총선 출마 선언에서 “대구를 다시 풍패지향(제왕의 고향)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한만큼 이번 승리를 발판삼아 2년 후 있을 대권가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상황으로는 그가 야권 대권주자로서 대권으로 가는 길이 그리 험난치만은 않다.

범보수 진영의 차기 대권주자 1위를 달리던 황교안 대표가 서울 종로에서 패배했을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초라한 총선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어서다.

총선에서 패한 잠룡급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나경원 의원의 향후 행보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홍 당선인과 같이 TK를 지지기반으로 차기 대권행을 노리던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역시 세종을에서 패배하면서 대권 길이 멀어진 것은 물론 정치적 입지마저 불안해졌다.

홍 당선인이 복당이 된다면 당 내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이 형성돼 있는 것이다.

특히나 현재 통합당 내부에는 총선 참패 이후 당의 분위기를 잡아 줄 무게감 있는 중진이 부족한 실정으로 대선 출마 경험이 있는 홍 당선인이 향후 지도부 구성과 보수 재건에 영향력을 행사할 공산이 크다.

여기에 통합당의 공천과 관련 공관위 및 황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벌인 갈등도 결과적으로는 손해가 아닌 셈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신의 공천 배제를 ‘대선 경쟁자 쳐내기’로 규정함으로써 황교안 대표가 협량하다는 이미지 공세를 펼칠 수 있었고 황 대표와 자신이 야권 대표 대권주자라는 인상도 줬기 때문이다.

홍준표 키즈로 분류되는 배현진 전 아나운서가 ‘친문 핵심’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후보를 이기며 원내진입한 것도 홍 전 대표의 입장에서는 플러스다.

문제는 미래통합당 복당 여부다.

우선은 황 대표가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통합당 당대표 사퇴 선언을 하면서 홍 당선인의 복당 가능성은 커진 상태다.

총선 내내 당선 후 바로 복당을 외쳤던 홍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조속히 (통합)당으로 돌아가서 당을 정상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날 홍 당선인과 같이 5선 고지에 오른 수성갑 주호영 당선인도 홍 당선인의 복당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주 당선인은 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홍 당선인을 ‘통합당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평가하며 “당원들의 의사를 거쳐 결정한 문제이지만 당 밖에 오래 두는 것은 당의 통합 전략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원래 무소속 출마한 분들을 바로 복당시키는 것은 잘 안 하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도 “최종적으로 2022년 대선을 앞두고는 모두 합쳐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당선인의 대권가도의 시계는 이미 돌아가고 있다. 대구는 다시 풍패지향이 될수 있을까.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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