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교회 부활절에 예배 강행…사회적 거리두기 무색

발행일 2020-04-12 15:30:4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밀폐된 공간에서 수백 명 모여. 감염 확산 우려

1천377곳 중 363곳(26.4%) 부활절 예배 강행



코로나19 사태의 가장 큰 피해지역인 대구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또다시 종교행사로 인해 ‘쇠귀에 경 읽기’가 되고 말았다.

정부와 대구시의 거듭된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부활절인 12일 대구의 교회 열 곳 중 세 곳이 예배를 강행한 것으로 나타나 최근 대구의 코로나 확신 진정 추세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특히 여전히 엄중한 현 상황을 극복하고자 정부가 예배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의 운영 중단을 강력 권고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는 19일까지로 연장했지만, 대구의 일부 교회들은 이에 아랑곳없이 예배를 강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 1천377곳의 교회 중 363곳(26.4%)이 부활절을 맞아 집합 예배를 했다.

12일 오전 10시30분께 대구의 한 교회.

교회 입구에는 교화 관계자로 보이는 인원이 교회로 들어가는 교인들의 이름과 연락처 등을 확인하고 손 소독제를 뿌려주는 모습이 보였다.

예배당에는 200~300명의 교인이 목사의 설교를 듣고 있었다.

4명 이상이 앉을 수 있는 긴 의자에는 2~3명의 교인들이 간격을 두거나 옆에 함께 앉아 예배 중이었다.

모든 교인이 마스크 착용과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지켰다.

하지만 2m 이상의 간격을 유지하라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또 다른 대구의 교회에서는 외부인의 출입을 일절 금지했다.

입구 앞에서 교회 관계자가 미리 정한 ‘암호’를 확인하는 등 마치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교회 측에서 등록된 교인들에게 미리 암호를 공지한 것.

해당 교회 관계자는 “등록된 교인만 교회에 출입시키거나 신체 이상 시 온라인 예배를 하도록 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를 철저히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회는 정부의 1차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기 전인 지난 4월5일 예배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5일에도 이 교회에는 700여 명이 예배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당수 교회가 부활절 행사를 대부분 취소하고 주일 예배와 겸해 진행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의 집단 예배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시민들은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는 시점에서의 예방 강행을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박지형(34·여·달서구)씨는 “이제 겨우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줄어드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데 수백 명이 모이는 종교 활동을 굳이 이 시점에 할 필요가 있냐. 학생들이 개학을 하지 않고 온라인 수업을 하듯이 종교활동도 당분간 온라인 등의 방식을 통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종윤 기자 kj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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