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홍준표의 선택

홍석봉

논설위원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에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21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을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다. 자칫 밋밋해질뻔한 지역 국회의원 선거에 전국적인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하지만 홍 전 대표의 총선 가도가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곳곳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그를 바라보는 TK(대구·경북) 지역민들의 시각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때문이다. 보수의 차기 대권 후보로 지역에서 밀어주어야 한다는 인물론과 그가 몰락하는 정치인의 길을 따라 걷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시각이 다양하다.

그는 21대 총선에서 험지 출마를 바라는 미래통합당 지도부에 정면 반발, 보수 텃밭 출마를 고집했다. 그가 대구 출마를 재고 있을 때도 대권 후보급이 만만한 대구를 노린다며 못마땅해 하는 지역 여론도 적지 않았던 터이다.

경남 창녕이 고향인 그는 중·고교 시절을 대구에서 보냈다. 그는 TK 성골은 아니더라도 진골은 된다며 대구 연고를 강조한다.

-“TK 대권 주자 밀자”… 이상 기류에 ‘뜨악’

홍 전 대표는 드라마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세를 치렀다. 3김 시절 YS(김영삼)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함께 발탁, 1996년 제 15대 국회의원이 됐다. 이후 4선 의원과 경남도지사, 19대 대통령선거 후보, 자유한국당 초대 당 대표를 거쳤다. 그런 그가 이번 총선에서 경남 양산을 출마를 노렸지만 통합당 공천을 받지 못했다. 앞서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출마도 퇴짜 맞았다. 결국 그는 탈당해 무소속 출마를 택했다.

홍 전 대표는 자칭 스트롱 맨이다. 거침없는 입과 강성 이미지가 그의 전매특허다. 그는 안티도 많다. 거친 입과 여성비하 발언, 무례한 언사 등 걸핏하면 입방아에 올랐다. 전교조와 민노총 등에 대한 강성 발언으로 보수층에는 큰 호응을 얻고 있지만 진보 쪽에는 기피 대상이다. 그는 19대 대선 과정에서도 본인의 장기를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그런 홍준표가 정치 인생의 마지막 승부처에 섰다. 그는 지난 26일 대구 수성을 21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등록을 하며 “대구가 마지막 정치 인생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자신의 정치 인생을 건 승부를 시작했다.

-지역 민심 ‘글쎄요’…몰락 길 걸을 수도

그런데 뜻밖이다. 선거 초반이긴 하지만 지역 민심이 그다지 좋지 않다. 생각만큼 뜨지도 않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조직의 도움 없이 무소속으로 하는 선거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새삼 느끼는 요즘”이라며 “그래도 대구에 친구도 많고 지인도 많아 무소속의 서러움이 덜하긴 하다”라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지지도에 대해 에둘러 표현했다.

선거에 이골이 난 그이지만 공식 선거운동을 앞두고는 잔뜩 조바심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는 무소속 출마를 비판한 한 중앙 일간지를 절독 선언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수성을 연착륙에 대한 초조함이 묻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다. 통합당의 막천 공천을 성토하며 초반 기선잡기를 노렸지만 여의치 않다. 편한 길을 택한 그의 출마 명분이 약한 때문이다. 생각만큼 무소속 바람도 일지 않는다. TK 토종 후보 동정론도 부담이다. 향후 정치 행보에 걸림돌을 우려, 무소속 연대 등과 거리를 두고 있는 점도 부정적 요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윤환 전 민정당 대표의 몰락을 떠올리는 이들이 있다. 이것도 극복 과제다. 구미 출신 김윤환은 1978년 유정회 국회의원으로 출발해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의 대통령 당선을 도와 ‘킹 메이커’로 불렸다. 이후 이회창을 대선 후보로 만들었고 신한국당, 한나라당의 당권을 잡았다. 하지만 2000년 16대 총선에서 이회창에게 토사구팽 당했다. 민주국민당을 창당, 구미에 출마했으나 도의원 출신 김성조에게 패했다. 김윤환은 2년 후 세상을 등졌다.

홍 전 대표는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려는 것이 아니라 TK 기반으로 정권을 가져오기 위해 무소속으로 대구로 온 것”이라고 수성을 출마 명분을 내세웠다. 홍 전 대표가 이 모든 것을 극복하면 차기 대권 행보에 힘을 받을 수가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 만사휴의다. 홍준표의 꿈은 과연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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