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고비는 넘겼지만 4월이 진짜 골든타임

대구의 코로나 대응…전 세계의 롤모델로
드라이브 스루, 경증환자 분리 치료, 이동검진 등
대구 상황 급한 불 껐지만 개학과 총선 앞둔 4월이 고비
민복기 본부장 ‘전 세계가 공조해야’…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조언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장은 대구 의료계와 대구시, 대구시민의 헌신적인 대구의 코로나 확산 추세는 안정권으로 접어 들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4월에 예정된 개학과 총선 등의 변수가 많은 만큼 4월의 코로나 대응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18일부터 대구는 엄청난 패닉에 빠졌다.

시민들이 서로 접촉을 극도로 꺼렸고 길거리는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적막감이 흘렀다.

2월18일은 대구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날이다.

이후 대구에는 코로나19의 진원지라는 주홍글씨가 달렸다.

우한 폐렴 대신 대구 코로나라는 말이 생겨났고 급기야는 ‘대구 봉쇄’라는 유언비어까지 나돌았다.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로 타 지역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거부당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대구에서 코로나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40여 일이 지났고 급한 불길은 잡혔다.

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대구에서 이미 코로나 위기경보단계를 ‘심각’으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여러 번 제기됐기 때문이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장(대구시의사회 부회장 겸 감염 안심존 위원장)은 지난 2월3일 본보 기고를 통해 위기단계 격상과 함께 밀접·일상 접촉 기준을 명확히 세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게다가 대구의 방역시스템은 미국은 물론 주요 선진국의 코로나 대응 기준이 되고 있다.

이 중심에는 ‘메디시티대구협의회(회장 차순도)’가 있었다.

메디시티대구협의회에는 대구의 5개 의료단체(의사회·치과의사회·한의사회·약사회·간호사회)와 대학 및 대형병원,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참여한다.

메디시티대구협의회가 의료와 행정이 유기적으로 접목해 신속한 대응을 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장(대구시의사회 부회장)은 “메시시티협의회가 적절한 조율을 통한 과감한 결정을 하지 못했다면 코로나 대유행은 물론, 일반 중증 환자들이 진료 받지 못하는 응급의료체계가 붕괴되는 의료참사가 벌어졌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특히 민 본부장은 “중앙부처의 많은 공무원이 코로나에 함께 대응하고자 대구로 파견돼 같이 동고동락을 했다. 그 중에서도 보건복지부 곽순헌 의료자원정책과장, 국무조정실 박용우 재난안정관리과장의 적극적인 협조와 소통 덕분에 정부와 지자체, 전문가 등이 유기적인 판단과 대응을 할 수 있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장이 계명대 동산병원 방역대기팀과 면담하는장면.


◆선제적 예측과 대비…세계가 대구 대응 시스템 주목

대구 방역당국이 추진한 다양한 코로나 대응방안에 대해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이미 대구 방역시스템을 코로나 대응 롤모델로 삼았을 정도다.

이날 이경수·이중정·김건엽 예방의학과 교수, 감염병지원단 김신우·김종연 교수, 대구시의사회 이상호·이용현 대책본부위원 등이 코로나 확진자들을 효율적으로 치료하고자 경증과 중증으로 분류해 경증 환자를 별도로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후 경북대병원 정호영 병원장 등 대구의 의료기관장 등이 여러 회의를 거치며 새로운 치료센터 개념이 도입됐다.

이는 정부가 지난 3월1일 추진한 생활치료센터의 배경이 됐다.

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코로나 검사법인 ‘드라이브 스루’ 역시 대구에서 시작됐다.

지난 2월22일 칠곡경북대병원 손진호 병원장과 권기태 교수가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제안했고 칠곡경대병원이 최초로 시행했다.

이후 영남대의료원이 더욱 발전시켰다.

의사로 구성된 260여 명의 대구시의사회(회장 이성구) 소속 의료봉사단(단장 정홍수)이 확진자들을 대상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처방을 하는 ‘전화 모니터링’도 국내와 해외의 극찬을 받는 시스템이 됐다.

이와 함께 공중보건의들이 직접 신천지 교인 등 코로나 검사에 소극적인 이들을 직접 찾아 검체를 채취하는 ‘이동검진’ 또한 대구 의료계의 적극적인 대응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복기 본부장은 지난 2월3일 본보 기고를 통해 전 세계 팬데믹 상황을 예측하고, 국내의 코로나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또 민 본부장은 대구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기 전부터 강력한 사전 대비를 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하기도.

지난 2월14일 늦은 밤 대구시청에서 코로나19 대책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권영진 대구시장과 민복기 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당시에는 국내 코로나 누적 환자가 전국적으로 28명뿐이었고 대구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을 때다.

특히 4일째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 진정 양산을 보인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민 본부장의 생각은 달랐다.

대규모 무증상 확진자가 나올 것을 대비해 지자체가 미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시 대구에서도 확진자가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1명이 발생하면 확진자가 100명이 되고, 10명이 발생하면 1천 명이 될 거라고 봤다. 14일 회의는 그날을 대비하고자 열렸다.”

민 본부장의 예측은 현실이 됐고 국내는 물론 세계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민 본부장의 주장이 제기된 지 20일이 지난 2월23일에서야 위기단계를 ‘심각’으로 높였다.

대구시청 10층에 마련된 코로나19 대책본부에서 민복기 코로나19 대책본부장 등 대구시의사회 관계자들이 대책회의를 하는 장면.
◆‘전 세계가 공조해야’…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조언

“코로나19 대응의 모범사례인 한국만이 이번 사태에서 빠져나온다고 될 일이 아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전 세계가 서로 협력하고 공조해야 하는 상황이다.”

6주일 넘게 코로나19와 전쟁 중인 민복기 본부장이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과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던진 조언이다.

또 26일 미국 IT전문매체 와이어드는 “피부과 전문의인 민 본부장이 코로나19는 지구촌을 위협하고 있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전 세계 차원의 협력이 필요한 데도 각 정부 지도자들이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고 밝혔다.

민 본부장은 특히 미국의 대응에 대해 “미국은 코로나19에 대해 늦은 대응을 했지만 미국 대통령이나 정부 관리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존심 때문에 코로나19 진단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왔지만 증상이 심한 환자와 심하지 않은 사람을 신속히 구별해 진단하는 것이 얼마나 적절한 지에 대해서는 미국 의사들도 익히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실정에서 기존 의료시설 만으로는 쏟아지는 확진자들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 포괄적으로 시행하고 한국과 같은 생활치료센터 개념의 임시병상 설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미국은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검사법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민 본부장은 “전 세계적으로 치료약의 조합을 찾기 위해 빠르고 적극적인 공조를 해야 한다. 적어도 1개월 안에 50~70% 정도의 효과가 있는 치료 약제 조합을 찾아서 전 세계 의료진이 공유해야 하며 가을까지 치료약 개발 및 백신 등의 연구를 서로 협조해서 혹시 모를 2차 대유행에 대비하자”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2월22일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대구시의사회관을 찾아 대구시의사회 등과 간담회를 하는 장면.


◆안정단계지만 4월 개학과 총선 등이 변수

민 본부장은 대구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정신병원 등 전수조사가 진행되는 시설 등에서 집단감염이 나오지 않을 경우 확진자는 즉시 하루 평균 10명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며 “전체적으로는 안정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해외 유입되는 인원으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고, 다음달 6일로 예정된 개학으로 인해 무증상 감염이 학교로 퍼진다면 이는 다시 가정과 사회로 확산될 우려가 커진다”며 “개학 전까지 방역에 전력을 다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개학을 연기하거나 온라인 수업, 부분 수업 시작 등의 여러 대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학 후 산발적인 환자 발생이 전국적으로 퍼진다면 정부는 또다시 일선 학교 휴교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

민 본부장은 코로나19는 장기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4월말 또는 5월초에 다시 유행하거나, 시간이 제법 지난 후인 올 가을과 겨울에 다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시 유행할 변수가 4월에 많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개학과 21대 국회의원선거(4월15일)에다 장기간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피로감과 인내심 한계 등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짧게는 2달 정도에서 길게는 올해 말까지 대비해야한다”며 “장기전이 예상되는 만큼 코로나 확산 추세가 꺾이더라도 거점병원과 생활치료센터의 역할은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군대구병원의 음압병상 303병상을 즉각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하고 대구의료원,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거점병원이라는 시스템을 반드시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민복기 본부장은 “대구시민의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에 힘든 5주가량을 잘 버티고 대응할 수 있었다. 지금의 안정화 추세는 대구와 경북의 헌신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앞으로 조금 더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화하면서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공유하며 시도민이 행복하게 살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지침 개정과 관련해 지난 3월1일 대구시가 특별대책을 발표하는 모습.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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