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심판이냐, 공천 심판이냐

발행일 2020-03-22 16:51:5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4·15 총선이 23일 앞으로 다가왔다. 비례대표 공천으로 여야가 심한 홍역을 앓고 있지만 지역구 공천은 마무리 단계다. 여야는 홍역을 치른 끝에 2중대 격인 비례 정당을 내세웠다. 양당 독식을 방지하자는 취지의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오간데 없다.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번 총선을 끝으로 사라질 운명이다.

TK의 지역구 공천은 민주당은 이미 완료됐고 통합당은 오는 23일 경선 결과를 공표하는 대구 달서갑 한곳만 남겨두고 있다.

이제 본선만 남았다. 그런데 TK 지역 통합당 공천 탈락자들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가 잇따르면서 TK 선거판이 민주당, 통합당, 무소속 후보의 구도가 됐다. 통합당 공천에 탈락한 국회의원이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뛸 경우 통합당 후보와 한판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또한 지역 기초단체장과 전 국회의원 등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해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지역이 여러 곳이다. 게다가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구 수성을에 무소속 출마, 무소속 돌풍의 핵이 됐다.

이에 따라 TK 지역 총선은 ‘정권 심판론’과 ‘공천 심판론’이 맞부딪히는 현장이 됐다. 정권 심판론은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금년 총선은 ‘이 나라가 사느냐 죽느냐’, ‘내가 그리고 내 가족이 사느냐 죽느냐’ 를 선택하는 선거”라며 “죽어가는 것들에 대한 분노로 이 무능한 정권을 심판해 달라”고 요구하며 불을 지피고 있다. 공천자들도 현 정부의 실정을 질타하며 표몰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공천 심판론은 정태옥(북갑)·곽대훈(달서갑) 의원 등이 이번 공천 결과가 TK의 지역정서를 철저히 외면한 사천이라고 주장하며 무소속 출마해 이를 바로잡겠다고 벼르고 있다. 막장 및 낙하산 공천이 지역민의 자존심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며 지역민들의 심판을 받겠다는 각오다.

공천 심판론은 통합당의 TK 경선지역 결과가 발표되면서 더욱 힘을 받는 분위기다. 대구 동갑과 수성을 등 경합지역에서 토종 TK가 압승을 거뒀다. 낙하산 공천에 대한 TK 지역민들의 무언의 메시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 논란과 공천 결과에 대한 불복 등으로 통합당이 총선에 임박한 내부 총질 모습은 집권 여당에 유리할 뿐이라며 탐탁지 않게 여기는 여론도 있다. 야당 표만 깎아 먹을 뿐 선거 전략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알곡과 쭉정이를 가리려다가 자중지란으로 민주당에 어부지리를 주는 경우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한다. 통합당이 공천만 제대로 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내분으로 치고받다가 안방을 내주는 일은 없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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