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속에서 연꽃처럼 피어나는 청년강소농||인위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키우는 자연주의농법으로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후 다산은 제자에게 또 다른 가르침을 적은 ‘증언첩’을 내렸다. 실천해야 할 열한 가지의 가르침 중에는 ‘용지허실(用之虛實)’이란 말이 있다. 직역하면 ‘쓸모없는 것의 쓸모’이다. ‘논을 넓혀 연(蓮)을 심는 못으로 만드는 사람은 번창하고, 연 심은 못을 메워 논으로 만드는 사람은 쇠미(衰微)해 진다’고 했다.
◆쉬운 줄만 알고 덤벼든 연근농사
‘연근은 심어만 놓으면 저절로 자란다’면서 연근농사를 지으러 귀농을 하는 직장 동료의 말에 혹해 귀농을 단행했다. 박 대표는 선박용 내연기관을 만드는 기술자였다. 안정적인 직장이었지만 잦은 야근으로 아이들의 얼굴을 보는 것도 힘들었다.
박 대표는 직장을 그만두고 귀농한 동료의 연근농장에 견습생으로 들어갔다. 쉬운 줄 알았던 연근농사는 중노동이었다. 진흙땅에서 캐는 연근은 고통의 결정체처럼 보였다. 며칠 만에 손목이 퉁퉁 붙고 전신이 쑤셨다. 한 달 만에 체중이 10㎏이나 빠졌다. 강제 다이어트였다. 중간에 멈추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으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버텼다.
연근 재배는 대표적인 친환경적 농업이다. 봄에 종근을 심고 가을에 수확할 때까지 스스로 자란다. 물관리만 한다. 연근농장은 연중 자연생태계가 살아 있다. 소금쟁이, 장구애비, 물방개 등 온갖 수서곤충의 놀이터다.
◆다둥이 엄마의 열정
대부분 농민들은 농사전문가이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반면에 판매는 취약하다. 특히 농사경력이 짧은 귀농인이나 청년 농부들은 더욱 그렇다. 자신만의 유통망이 없기 때문이다.
다음날 농장을 둘러보고 입점을 결정했다. 품질이 인정되고 소비자의 반응이 좋아지자 인근 농협마트에 입점을 주선해 김천은 물론 칠곡지역까지 공급지역도 넓혔다.
◆최고의 무기는 품질
농사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수많은 요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이기 때문에 품질 관리에 특히 정성을 기울인다”고 부부는 입을 모은다.
굴착기 삽날이 깊으면 연근이 파손되고 얕으면 수확이 힘 들다. 적당하게 흙을 걷어 내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쇠스랑으로 캐는 것도 마찬가지다. 드러난 연근 촉을 보고 방향을 파악해 상처 없이 캐야 한다. 조금이라도 상처가 나면 불량품이 된다. 심마니가 산삼을 캐듯이 한다.
수확한 연근은 고품질인 1, 2, 3번 마디만 판매하고 나머지는 폐기한다. 5월까지 수확할 수 있지만 3월에 마치는 것도 고품질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귀농이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도 이런 원칙을 지킨 결과로 보인다.
◆경영비 절감은 소득과 직결
비용절감은 바로 소득증가다. 비용절감을 위해 경영기록장을 분석하고 절감할 부분을 찾아 다음해 농사에 반영한다.
농지은행을 이용해 연간 840만 원을 절감했다. 대형마트에 납품계약으로 박스 인쇄비까지 절감한다. 줄일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줄여나가는 것이 경영원칙이다.
◆ 가공과 체험을 6차 산업화
지금까지는 1차 농산물인 연근 판매에 주력했다. 앞으로는 가공과 체험을 통한 6차 산업화를 추진해 소득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체험용 연밭을 만들고 체험공간으로 활용할 비닐하우스를 건립해 연과 관련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준비 중이다. 연근 즙과 연근가루, 말린 연근 등으로 시작한 가공품도 종류를 다양화하기 위한 신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연꽃과 연잎을 그리면서 연근 캐는 체험을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부부의 환한 미소가 ‘염화시중(拈華示衆)의 미소’처럼 보였다.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김종엽 기자 kimjy@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