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미 지역아동센터 직원들이 센터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직접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 구미 지역아동센터 직원들이 센터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직접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불안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당장 돌볼 사람이 없는데, 저희까지 손 놓을 순 없잖아요.”

구미지역 어린이집 447곳, 지역아동센터 47곳 등 보육시설이 지난달 27일부터 모두 휴원에 들어갔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감염병 지역 사회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휴원이 결정됐다고 해서 모든 보육시설이 문을 닫은 건 아니다. 불안해하면서도 아이들을 어린이집이나 지역아동센터에 맡길 수밖에 없는 맞벌이, 한 부모, 다자녀 등 가정양육이 어려운 가정 때문이다.

1일 구미시에 따르면 구미지역 어린이집 전체 아동 수는 1만3천여 명. 이 가운데 480여 명은 휴원 결정이 내려지고 나서도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이 아이들을 돌보는 건 보육 당번교사의 몫이다. 하지만 신학기를 준비하는 다른 교사들까지 어린이집에 나와 손을 보탠다.

▲ 지역아동센터를 나오지 않는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도시락 세트. 과일과 반찬, 간편 대체식 등으로 구성돼 있다.
▲ 지역아동센터를 나오지 않는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도시락 세트. 과일과 반찬, 간편 대체식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사정을 빤히 아는데 휴원했다고 아이들을 안 받을 순 없다”며 “걱정이 돼서 항상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위생에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지역아동센터 역시 마찬가지. 지역아동센터 전체 아동 1천400여 명 가운데 70~80명이 아직 지역아동센터에 나오고 있다. 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아이들을 양육하기 어려운 가정에서 맡기는 아이들이다.

센터에 나오는 아이들의 수는 줄었지만 신경 써야 할 일은 오히려 늘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으니 아이들이 잘 지내는지, 끼니를 거르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센터는 얼마 전부터 센터에 나오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도시락 대부분은 센터 직원들이 직접 만든다. 밥과 3~4가지 반찬, 간식 등으로 한 끼 먹을 도시락을 만든다.

어떤 지역아동센터에선 한 번에 30명분을 만들기도 한다. 직원 수가 부족한 지역아동센터에선 과일과 반찬, 햄·참치 등 간편 대체 식을 묶어 며칠 단위로 전달한다.

한 센터 직원은 “지역아동센터에 나오는 아이들 상당수가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한다”며 “일은 힘들고 감염 걱정도 되지만 아이들의 마지막 버팀목이란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류성욱 기자 1968plus@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