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4일이 입춘이고 19일이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우수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쫙 펴고 이제 곧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모두가 마음이 들뜨고 설렘도 있는 시기가 바로 이맘때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생각지도 않았고, 아니 딴 나라 얘기인 줄만 알았던 감염병, 코로나19가 대구·경북을 덮치고 있다. 국내에서 1월20일 첫 확진자가 나왔어도 한참이나 청정지역을 유지했던 곳이 대구였는데…. 대구에서는 2월18일 첫 확진자가 확인됐다. 그때부터 매일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지금 시민들은 걱정을 넘어 공포감마저 느낄 만큼 일상이 위축되고 있다.

감염병은 시민들의 일상의 안녕뿐 아니라 지역경제도 사실상 마비시키고 있다. 조선 중기 때 형성됐다는 서문시장이 2월23일 개장 이래 처음으로 문을 닫았고, 평일, 주말 없이 늘 인파로 북적이던 동성로는 주말에도 인적이 끊겼다. 동네 상권은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 식당이고, 커피숍이고, 시장이고 ‘코로나19 임시휴업’이라는 문구를 내건 점포가 수두룩하고 그나마 간간이 보이는 문 연 점포도 손님 대신 주인만 텅 빈 가게를 지키고 있는 형편이다.

교통 혈맥인 달구벌대로는 차량이 급감했고 도시철도와 시내버스는 몇몇 손님만 태운 채 운행하고 있어 지금 대구 상황이 어느 정도인가를 대변해 주는 것 같다. 인구 250만 거대도시, 대구가 감염병 패닉에 빠져 일상도, 경제도 위축된 채 어느 때부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이른 시일 내에 회복되지 않을 경우이다. 그나마 버틸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그럭저럭 헤쳐나가겠지만 근근이 버티며 일상을 지키는 이들에게는 감염병이 내몰고 있는 상황이 어느 순간 절망으로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힘든 가운데서도 시민들 사이에 지금의 위기를 서로 도와 이겨나가자는 자발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서문시장의 한 건물주는 한 달 동안 점포 월세를 받지 않겠다는 문자를 세입자 20여 명에게 보냈고, 청소·방역 업체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하루 10곳이 넘게 유치원과 어린이집, 영어학원 등을 돌며 방역소독 무료봉사를 한다고 한다.

또 최근 대구지역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음식점의 식재료 소진을 돕자’는 글이 올라와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손님이 끊긴 음식점에 남은 많은 음식재료 때문에 애태우는 음식점 업주와 직원이 정보를 주면 이를 널리 알려 시민들이 SNS나 전화로 주문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한 음식점 업주는 ‘마스크를 가져오면 식재료와 교환해 주고 이렇게 모은 마스크는 기부하겠다’는 뜻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물론 이런 상황이 되면 나타나기 마련인 사재기 현상도 일부에서는 있었다. 대구 확진자가 알려진 초기, 일부 슈퍼마켓의 식료품 코너에는 라면 쌀 달걀 만두 등이 동났고 대형마트나 약국에는 마스크나 손세정제가 품절됐다.

그러나 이것은 대구에서 하루 100명이 넘는 확진자가 계속 확인되면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었고, 그것도 많은 확진자의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고 이동경로와 접촉자가 파악되지 않는 등 초기의 관리와 통제에 허점이 드러나 시민들의 불안감과 공포심이 커진 탓이었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감염병을 통제, 관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확진자 확산 추세가 이른 시일 내에 꺾일 수 있도록 정부는 모든 수단, 방법을 써야 할 것이고 지역민들도 손씻기, 마스크하기, 이동최소화 등 스스로 지켜야 할 것에 철저해야 할 것이다.

감염병은 근래 들어 발생이 빈번하다. 2000년 이후만 해도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2019년 코로나까지 주기는 빨라지고 감염자는 늘고, 또 전파의 범위와 속도는 빠르고 넓다. 그런데도 필요한 백신과 치료법은 그때그때 나오지 않고 있다.

현실이 그렇다면 감염병 대처에는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번 대구·경북의 전례 없는 감염병 위기를 지역공동체의 힘과 지혜로 극복해내자. 요즘 자주 회자하는 ‘이 또한 지나가리’란 말이 진리임은 틀림이 없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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