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전쟁이다. 24일 오전 대구 시내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는 마스크를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몰려 100m가 넘는 장사진을 쳤다. 외출조차 자제하던 시민들이 고작 마스크 몇 장 구하겠다고 몇 시간씩 대기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게 지역 현실이다. 인파가 대거 몰린 탓에 감염을 걱정하면서도 시민들은 새벽부터 줄을 섰다. 그러나 이마저도 상당수의 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준비된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 빈손으로 돌아간 이들이 수두룩했다.

코로나19로 대구·경북이 초토화됐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코로나 확진자로 인해 행정은 마비지경이고 경제와 시민 생활은 올 스톱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스크 대란까지 이어졌다. 손 세정제도 품귀다. 마스크는 유일한 예방책이다.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마스크가 없다니. 코로나에 맨몸으로 대응하란 말인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스크를 매점매석한 유통업자를 적발, 압수한 221만 개의 마스크를 대구·경북에 우선 공급키로 하고 24일 지역 8개 이마트 매장에 공급, 판매했다.

마스크 과수요와 사재기까지 발생하는 판국이어서 어지간한 물량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시중에선 품귀현상만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사재기 등 단속 대책을 내놓았지만 큰 효과가 없다.

이런 판국에 국내 업체가 생산하는 하루 1천200만 개의 마스크 중 상당수가 중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국민들은 못 구해서 난리인데 중국에 수출하고 기증했다니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정부가 25일 마스크 중국 수출을 차단했다. 거기에 정부와 지자체들마저 제대로 전달되는지 알 수 없는 마스크를 주민센터 등에 복지시설 등 취약계층 용이라며 뭉텅뭉텅 뿌리고 있다. 모두 제정신인가.

눈만 뜨면 폭증하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를 보면서 TK 지역민들은 절망한다. 문재인 정부의 뒷북 행정과 무능으로 인해 국민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대구시도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구시는 모든 집회와 외부 활동 자제를 주문해놓고 뻔히 예견된 마스크 전쟁을 아무런 대책 없이 방관했다.

지금 정부는 코로나 대책에 코가 석자일 것이다. 하지만 마스크는 그 어떤 대책보다 우선돼야 한다. 마스크 대란이 다시 벌어지지 않기 위한 공급망 개선 등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와 업계는 전 국민에게 충분한 물량의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공급하길 바란다. 정부는 마스크의 안정적인 공급을 정책 최우선 순위에 두어야 할 것이다. 동네 마트, 편의점 등 일반 시민들이 쉽게 접근해 구매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더 이상 공급망 문제로 지역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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