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협회, 대구지역 마라톤 참가 말라||대구, 사회적 고립 가속화

▲ 코로나19 청정지역에서 이틀 만에 집단감염지로 추락한 대구가 중국 우한처럼 기피대상지역이 되고 있다. 사진은 텅 빈 동성로 거리 모습.
▲ 코로나19 청정지역에서 이틀 만에 집단감염지로 추락한 대구가 중국 우한처럼 기피대상지역이 되고 있다. 사진은 텅 빈 동성로 거리 모습.


코로나19(우한 폐렴) 청정지역에서 이틀 만에 집단감염지가 된 대구가 중국 우한처럼 기피대상지역이 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 대구를 봉쇄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댓글들이 줄을 잇는가 하면, 전국 마라톤대회에서는 대구시민 참여 불가를 통보하는 등 대구를 기피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0일 전국마라톤협회는 다음달 1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이봉주와 함께 달리는 3·1절 기념 마라톤대회’에 대구·경북 지역 참가자들에게 대회 참여 불참을 권하는 전화를 돌렸다.



이 대회는 전국에서 3천700여 명이 참여하는 대회로 대구는 7명, 경북과 경남은 12명이 대회 참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이날 오전 대구와 경북 참가자 11명에게 “코로나19 확산이 심한 만큼 대구·경북 사람은 참가를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전화를 돌렸다.

협회 측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타 지역민들의 강한 반발 때문이다.



대구·경북 지역민이 참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타지역 참가자들이 ‘대구·경북 참가자들이 몇 명이냐’, ‘대구사람이 참가하면 대회에 불참하겠다’, ‘대구·경북 지역민을 대회에 참가시키지 말아달라’ 등의 민원성 전화가 쏟아졌다는 것.



협회 관계자는 “현재 대구·경북 지역 사람들에게 다시 전화를 돌려 참여를 독려했다”며 “직원의 판단미스”라고 해명했다.



SNS상에는 ‘대구봉쇄령’ 등 아직도 지역을 향한 비난이 계속해 쏟아지자, 대구를 방문할 예정이었던 지인들도 방문을 꺼리고 있다.



대구출신 직장인 이윤정(34·여)씨는 “친구의 결혼식을 위해 대구를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주위 시선이 부담돼 축의금만 전달키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대구지역 사람들은 출장 등도 연기되는 등 대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모(36)씨는 “회사에서 서울로 발령이 났지만 자가에서 2주간 격리하고 올라오라는 발령을 받았다”며 “동료 중 출장이 연기된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구가 사회적으로 대한민국에서 고립되고 있는 셈이다.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기모란 대책위원장은 “코로나19는 마스크와 손 씻기, 기침 예절만 지킨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문제는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이라며 “자신에게 의심 증상이 있다면 외출을 스스로 자제하는 등의 문화를 만들어야 전염병 발생 시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일이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수 기자 khs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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