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손이 구백냥

이동은

리즈성형외과 원장

연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관한 보도로 걱정이 앞서던 어느 날, 낯익은 눈빛의 중년 여성이 마스크를 눌러쓰고 병원을 찾아왔다.



마스크를 벗고 환한 미소를 짓는 그 여성은 “선생님, 이제 제 얼굴이 어떻게 보이세요.”라고 이야기한다.

몇 달 전 걱정에 가득한 눈빛으로 찾아와서 몇 가지 교정 수술을 했던 환자였다.

낯익은 눈빛 주위로 얼굴 전체가 자연스럽게 변하면서 활기로 가득한 것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지난 겨울 찾아왔을 때를 돌이켜 보았다.

성탄절을 앞두고 분주했던 겨울 어느 날, 나를 찾아와서는 대뜸 “선생님, 제 얼굴이 어떻게 보이세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찬찬히 얼굴을 바라보면서 “왜 그렇게 물어 보시나요.”라고 되물어보았다.

“남들이 제 얼굴을 보고 너무 낯설고 어색하다고 해서요.

좀 더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모습이 될 수 없을까요.”라고 한다.

찬찬히 얼굴을 바라보면서 “왜 그렇게 물으시나요.”라고 다시 물어보았다.

“남들이 제 얼굴을 보고 너무 낯설고 어색하다고 해서요. 좀 더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모습이 될 수 없을까요.”라고 한다.

인터뷰를 진행했다. 예쁜 얼굴은 아니었지만, 남들에게는 밝고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늙어간다는 생각에, 매스컴이나 주위 친구들의 부추김도 있고 여러 성형외과를 드나들면서 알음알음 친해지다 보니.. 처음에는 한두 가지 수술을 자연스럽게 살짝 해 본다는 것이 점점 일이 커진 것이다.

나중에는 기왕에 수술을 할 바에야 대구보다는 서울 강남에 가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광대뼈, 턱뼈, 양악수술까지 하게 된 것이다.

직업상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명품매장의 고참 직원으로 자신의 말로는 “남들은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고 하지만, 자신에게는 자연스러운 미소와 좋은 인상이 구백 냥”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점점 그런 모습이 없어지고 억지로 웃는 듯한 모습이 되다 보니 자신의 고객들도 어색해 해서 요즘 많이 힘들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서 얼굴의 상태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광대뼈, 사각턱 수술을 해서 얼굴이 계란형이 된 것까지는 좋았는데, 양악수술까지 함께 하다 보니, 얼굴의 피부 조직과 뼈를 연결해 주는 조직들이 분리되면서 볼살과 턱 주위의 살이 아래로 처져 내려와서 오히려 나이가 들어 보이는 인상이 되었다. 그리고 양악수술을 하면서 앞으로 살짝 나와 있던 잇몸이 뒤로 들어가면서 인중이 길어져 보이고 얼굴이 밋밋한 모습이 되어버린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차라리 수술하기 이전의 상태가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결국 아래로 처진 볼살, 턱 주위의 조직을 원래대로 되돌려주는 수술을 하기로 했다.

우선 얼굴 주름 당김 수술을 해서 처진 볼살과 목 부위로 처져 내려온 살을 위로 당겨 올려주었다. 그 후 양악수술 후 길어진 인중의 길이도 함께 줄여서 예전의 길이로 맞추어 주었다.

수술 후 2주 정도가 지나자 이제 다시 갸름한 얼굴에 예전처럼 자연스럽고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왔다. 환자가 나보다 더 좋아하는 것을 보니 수술결과가 만족스러운 모양이다.

걱정이 많았던 귀 앞쪽의 흉터도 실밥을 빼고 나니 좋아지면서 머리를 뒤로 넘겨도 메이크업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만큼 좋아졌다고 한다.

그 후 두 달이 지나고 나서 다시 찾아온 모습을 보니, 내 눈에는 아직 군데군데 회복이 덜 된 곳이 보이기는 하지만, 얼굴 전체에서 배어 나오는 모습이 예전의 생기를 되찾은 것 같아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당겨 올린 피부조직이 예전처럼 회복되는 데는 몇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얼굴 때문에 더 이상 걱정할 일도 없고 젊은 직원들과도 잘 어울리게 되었다니 직장에서의 고민도 해결된 셈이다.

고객들에게도 보다 자신감 있게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을 들으면서 이것 역시 의사로서의 보람이라 하겠다.

흔히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여성이 자연스러운 미소와 좋은 인상이 자신의 구백 냥이라고 하듯이 누구에게나 자신에게 가장 소중하고 가치 있는 부위가 있을 것이다. 흔히 외국의 인기 스타들이 자신의 다리, 손, 엉덩이 같은 부위에 보험을 들었다고 이야기하고는 하는데, 아마 이들에게는 이것이 자신의 구백 냥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필자에게 구백 냥이 되는 곳은 어딜까? 아마 나에게는 눈과 두 손이라 하겠다. 비록 투박하고 못생긴 손이지만, 원석 속에 숨어 있는 보석의 가치를 알아보는 눈과 섬세하게 깎고 다듬어 찬란한 빛을 내뿜는 다이아몬드를 만들어 내는 성형외과 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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