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요양병원, 요양원 면회객 출입 자제 및 환자 외출 금지령||환자·가족들 “사태 심각

▲ 대구 수성구 한 요양병원 앞에 써붙은 알림글.
▲ 대구 수성구 한 요양병원 앞에 써붙은 알림글.


“새로운 병원에서의 잠자리는 괜찮으신지 궁금하고 답답할 노릇입니다. 의식이라도 온전하시면 전화라도 자주할 텐테….”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전만 해도 평소 하루 한 번 이상은 병원으로 향했다는 유영춘(58)씨는 건강이 위중한 노모(94)를 돌봐드리지 못하게 돼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더 자주 찾아뵙기 위해 설 이후 집 근처 병원으로 옮겼는데 전원 하자마자 면회가 제한되더니 이틀 뒤부터는 아예 금지됐다.



유씨는 “수시로 병원을 찾아오던 아들을 기다리실 어머니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우한 폐렴의 전염성이 워낙 강하다 보니 지금으로선 마음으로나마 응원하는 것이 효도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어머니께서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했다.



우한 폐렴 확진 예방에 따라 질병 감염에 취약한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이 면회를 제한하거나 아예 금지하면서 가족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들에 우한 폐렴이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료기관들이 특단의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구 한 요양병원은 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 발생 후 환자 면회를 하루 30분으로 제한하더니 지난달 30일부터는 가족 등 모든 면회객의 출입을 통제하고 환자의 외출·외박을 금지하는 지침을 세웠다.



면회가 되는 줄 알고 병원을 찾았다가 헛걸음을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환자에게 꼭 필요한 물품이 있을 경우에는 특정 장소에 맡겨 전달하도록 하고 있다.



병원 측의 이 같은 지침은 우한 폐렴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현재 사태가 워낙 위험하고 우한 폐렴이 고령의 환자분들에게 치명적이다 보니 의료진 외 출입을 통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환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한 결정인 만큼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요양원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대구 북구의 A요양원은 면회나 외출·외박 금지령을 내리고, 몸 상태가 악화돼 병원 검진이라도 받고 오면 특별 관리 대상으로 분류해 매시간 체온 측정 및 검진을 하고 있다.



A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근무하는 김모(60·여)씨는 “요양원에 계신 분들 모두 현재의 상황을 이해하시면서도 몇몇 분은 가족들의 모습을 보이지 않자 웃음기를 잃으셨다. 생이별이 따로 없다. 우한 폐렴 사태가 빨리 진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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