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 박운석 패밀리푸드협동조합 이사장
미국의 방송인인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가운데 한 명이다. 낮 시간대 TV토크쇼 시청률 1위를 20년 넘게 지켜온 ‘오프라 윈프리 쇼’ 진행자로 유명하다. 누구나 인정하는 그녀의 인기비결은 바로 소통이다. 언제나 쇼 출연자 입장에서 대화하고 공감하고 경청한다.

미국 CNN 라이브 토크 쇼에서 25년간이나 큰 인기를 누렸던 래리 킹(Larry King)도 소통의 달인으로 불린다. “말을 제일 잘하는 사람은 논리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그가 이야기하는 소통의 비결이다.

때문에 오프라 윈프리나 래리 킹의 토크 쇼는 ‘라포(Rapport) 토크’로 알려져 있다. 라포는 심리학에서 상담 과정에서 형성되는 신뢰와 친밀감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심리적으로 편한 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이들의 기술이다.

우리나라에선 예능인 유재석이 소통의 달인이다. 그가 오랜 기간 국민MC로 대우받고 있는 것은 바로 대화의 기술에 능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출연자들을 배려하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는 데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 한 때 그 만의 소통의 법칙이 온라인에서 떠돈 적이 있다.

‘적게 말하고 많이 들어라. 말을 독점하면 적이 많아지고, 들을수록 내 편이 많아진다’, ‘혀를 다스리는 건 나지만 내뱉어진 말은 나를 다스린다’, ‘목소리의 톤이 높아질수록 뜻은 왜곡된다’. 수십 년 오락 프로그램에서 많은 사람을 상대해온 노하우가 녹아있는 말이다. 최근 한 TV 예능 프로그램의 강연에서 방송인 이영자가 전한 말도 같은 맥락이다. 말을 잘 할 수 있는 비법에 대해 그는 “잘 들어주는 것이 말을 잘하는 비법”이라고 소개했다.

이처럼 국내외 유명 방송인들이 이야기하는 최고의 소통 기술은 경청이다. 상대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상대도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고 김수환 추기경도 “말을 배우는 데는 3년이 걸렸지만 경청을 배우는 데는 60년이 걸렸다”고 하지 않았던가.

인간이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두 개인 이유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두 배 더하라는 뜻이다. 유대인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온 고전 ‘탈무드’에 나오는 내용이다. 소통의 기술은 입이 아니라 귀로 하는 것이라는 교훈이기도 하다.

결국 소통은 단순히 말만 통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생각이 통하고, 감정이 통하고, 무엇보다 너와 나의 다름이 통하는 것이 소통의 진정한 의미다. 그러려면 조언이나 평가를 하기에 앞서 잘 들어 주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바로 경청이고 공감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쓴 스티븐 코비 박사도 경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와 공감하는 ‘공감적 경청’이라고 했다.

요즘은 언제 어디서든 통화나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시대다. 그런데도 말은 통하지 않는다. 소통의 부재이고 공감의 부재다. 때문에 현재 한국사회는 소통이라는 단어가 실종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와 국민 간은 물론이고 정부 내부에서도, 여야 정치권에서도, 사회 각 기관들도 소통 부재의 늪에 빠져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정치에서 소통의 부재가 그 중심에 있고 그 여파가 전 방위로 번져가고 있다. 정치권의 소통 부재는 늘 지적되어온 일이긴 하지만 몇 년 새 소통의 이음새가 끊기고 불통의 장벽이 더 견고해졌다는 게 문제다. 여야는 최근의 선거법, 공수처법 뿐 아니라 모든 일에 극렬하게 대립만 해왔다.

어디에서부터 풀어나가야 할까. 먼저 정치인들부터 공감의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왕이면 내가 대접받기 원하는 방식대로 상대를 대하는 황금률보다 상대가 바라는 대로 대하는 백금률을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절반의 국민들만 만족시키는 것은 소통이라고 할 수 없다. 나머지 절반의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것은 불통이다.

끊어진 소통의 이음새를 복원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여야대립, 진영대립의 원인은 불신이다. 불신은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감히 정치인들에게 소통의 기술부터 배우라고 다그치는 것이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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