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여고 가스흡입 사고 원인 미궁속으로

발행일 2020-01-12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합동조사단 ‘누출가스 시료채취 못해 사고 원인 밝힐수 없어’

학교, 교육청 쉬쉬...학부모들 “애들 학교 보낼수 있겠냐” 분통

가스흡입사고가 발생한 경상여고 전경


지난해 발생한 ‘경상여고 가스흡입사고’의 원인이 끝내 밝혀지지 않아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인근 주민들까지 불만이 높다.

학교와 교육당국은 ‘쉬쉬’하는 모습이고, 대구시가 내놓은 대책은 기껏해야 대기배출업소 관리강화가 전부일 정도로 궁색하다.

‘경상여고 가스흡입사고 원인 규명 합동조사단’은 지난 10일 대구시청에서 “당초 강당 내 누출가스 시료를 채취하지 못했고, 인근 산업단지 주변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특정한 원인 물질을 밝히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초동조사 때 시료를 채취하지 못해 원인 물질 성분, 발생원, 유입경로 등에 대한 확인이 불가능했다. 사후 조사의 한계로 명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며 “피해 학생들의 혈중 이산화탄소 수치가 1.5% 이상인 사례가 많은 점 등으로 미뤄 외부적 요인에 의한 가능성을 추정할 수 있으나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학교와 교육당국은 학생·학부모들에게 조사결과를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경상여고 측은 “조사 결과가 금요일 발표된데다 학생들도 방학 중이어서 알리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학교 측은 이번 사고원인을 밝혀내지 못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답변을 하기 곤란하다”고 회피했다.

대구시 교육청도 이번 결과 발표와 관련해 대책마련 등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인근 주민들과 학생,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학교 인근 주민 김모(63·여)씨는 “3개월 넘게 조사하더니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봐주기식 조사가 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인근 상인 최모(45)씨는 “원인조차 파악 못했다면 앞으로 이런 사고가 재발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기껏 내놓은 해결책이 미세먼지 대책과도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 어이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학부모는 “조사 과정도, 결과도 학교나 교육청에서 아무런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며 “같은 학교에서 그동안 수차례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면 불안해서 앞으로 어떻게 학생들을 학교에 보낼수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시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합동조사단이 재발방지를 위해 대기질 개선방안 마련을 권고함에 따라 배출업소 관리강화, 노후대기오염방지시설 개선, 대기오염측정만 강화 등에대한 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시 측은 “고농도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산업단지 특별점검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대기측정망을 확대해 유해대기물질과 악취 예방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형 기자 leejh@idaegu.com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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