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미래를 이야기하자

발행일 2020-01-09 14:09:3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우리도 미래를 이야기하자

관광시즌이었던 지난 연말연시 대구국제공항은 예년에 비해 차분했다. 베트남 다낭이나 필리핀 세부 등 동남아행 비행기가 뜨고 내릴 뿐 그 흔했던 후쿠오카나 오사카 같은 일본행이 팍 줄어든 탓일 게다. 출발지 대구공항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웃 일본의 거리도 한국인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졌다.

적폐청산 구호가 온 나라를 휩쓸었다. 일본의 반도체소재 수출규제에 이은 한·일간 무역분쟁과 일본상품 불매운동은 일본 여행 자제로 확대됐고 그 여파가 해를 넘겨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어쨌든 하루에도 수백만 관광객이 몰려드는 도쿄에서 한국말을 쉽게 만날 수 없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온 나라가 일본에 대한 적개심으로 들끓고 있는데 일본 한복판에서 한국인들이 히히덕거린다면 그야말로 공공의 적이 되고도 남을 일이 아닌가. 그러니 숨죽이고 일본 여행하는 일부 관광객을 나무랄 수도 없지만 한국인의 일본 여행 자제는 칭송받아 마땅할 일이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가 국가적 차원에서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벌이며 일본의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본은 그런 과거사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듯 2020년을 맞고 있었다. 한국인들의 일본 여행 자제에도 도쿄나 도쿄 인근 관광지들은 사람의 물결로 뒤덮였다. 그들에게는 천황이 바뀌고 맞는 첫 새해에다 도쿄올림픽을 앞두고서인지 온 나라가 들떠 있었다. 매스컴과 거리는 올림픽 경기장을 찾는 법이라거나 경기를 즐기는 법 등 올림픽 관련 소개프로그램과 광고들로 넘쳐나고 일견 활기차 보이기도 했다.

2시간여 비행 만에 한국에 들어오니 또다시 시계가 거꾸로 돌아간 듯 속이 상했다. 우리나라는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과거에 매달려 있었다. 일본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는 풀릴 기미가 없었다. 소녀상이 여전히 중요 뉴스가 되고 있다. 5·18 진상규명도 현안이었다. 그나마 한·일 무역전쟁으로 대일무역적자가 줄어들고 한국인의 일본 여행 감소로 일본의 주요 관광지가 타격을 입었다는 뉴스가 위안이 됐다. 그것이 장래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4·15 총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미래를 이야기하는 정당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설계를 발표했지만 레토릭 이상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해마다 하는 립 서비스 정도다.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국민들에게 청와대와 시장바닥의 온도차만 실감하게 만들었다.

선거법이 바뀌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의 허수아비 같은 반대 속에 민주당은 4+1이라는 첨단시스템을 가동시켜 힘으로 선거법을 바꾸어 버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18세 이상이면 투표권을 갖게 됐다.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도 정치 바람이 불 것이다. 이 커다란 문제는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가. 한국당은 선거법이 바뀌면 선거연령도 바뀌는 사실을 몰랐을까. 알았다면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가. 청년 학생들을 흡수하고 그들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며 그들을 자기들 정치 영역 속에 흡수하는 전략도 있어야 한다. 그들을 위한 정책 개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한국당은 바뀐 선거법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어떤 것인지 국회의원들도 모른다며 개정된 선거법을 악법이라 비난한다. 선거법이 통과되기까지 시간동안 거대 정당인 한국당은 어디에 있었나? 선거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국회에 상정되기까지 한국당은 어떤 역할을 했나. 새로운 선거법이 가져 올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허점을 국민들에게 쉽게 설명해서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 그리고 대안을 만들고 타협하는 노력을 보였어야 했다. 그런데 한국당은 그런 대비 보다는 무조건 반대만 외치는 무모함을 보이지 않았던가. 혹시 국민의 이익 보다는 국회의원 개인의 기득권 지키기에 열중한 결과는 아닌지 묻고 싶다.

여전히 과거에만 매몰돼 있는 우리 정치에서 언제 미래를 이야기하고 희망과 꿈을 이야기하는 그런 날이 언제나 올까.

이번 총선에서는 미래를, 꿈과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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