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대구·경북)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자존심도 없는가?.”

▲ 자유한국당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왼쪽)이 지난 3일 오후 대구일보와 2020년 신년 대담을 하고 있다. 김진홍 기자
▲ 자유한국당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왼쪽)이 지난 3일 오후 대구일보와 2020년 신년 대담을 하고 있다. 김진홍 기자
야권 대권주자 중 한 명인 자유한국당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이 지난 3일 수성구 한 식당에서 진행한 대구일보와의 ‘2020년 신년 대담’에서 인적쇄신 요구가 높은 TK에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에 대해 “이제는 ‘버틴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대구는 변화가 필요할 때마다 누구보다 앞장서고 이를 주도했던 지역이고 자존심이 강한 지역이다”며 “이쯤되면 자존심 상해서 안하겠다는 의원이 나와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현역 의원들이 대구의 얼굴이고 대구를 대변하고 있는데 이들이 아무도 물러나지 않으니 타 지역민들이 볼 때 대구라는 지역이 그런 줄 안다”며 “(타 지역민들이) 현 의원들의 얼굴을 통해 대구가 체면도 없고 무엇이 잘못된지도 모르고 나만 살겠다는 지역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인적쇄신 요구와 압박이 점점 커질 것이고 결국은 못 버틸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지난 공천 TK 최대 수혜자는 모두 불출마 해야”

김 전 위원장은 “대구에 자주 내려와 민심을 듣고 있다. 가장 큰 목소리는 현역 교체”라며 TK 인적쇄신이 대폭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적쇄신 1순위로는 이한구 키즈를 들었다.

그는 “지난 총선 당시 이한구 의원 중심의 새누리당(현 한국당) TK 공천은 정상이 아니었다. 결국 선거 참패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며 “당시 공천을 받은 최대 수혜자들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이들 중 누구는 의정, 지역구 활동을 열심히 한 점 등을 들며 억울하다 얘기할 지도 모르겠다”며 “하지만 정치 지도자라면 다소 억울함이 있어도 조직을 위해 물러설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지도자”라고 했다.

또한 황 대표 주변 최측근인 TK ‘친황’ 인사들도 자기 희생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황교안 대표 옆에서 뱅뱅돌며 실세로 부상한 의원들도 불출마해야 한다”며 “그동안 누렸으면 이제는 황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도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탄핵에 앞장서고 당 저격하며 나갔다고 들어온 인사도 스스로 불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늘 한 언론을 보니 한국당이 전국 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당무감사에서 TK 현역 의원 교체 요구가 전국을 통틀어 가장 높았을 뿐더러 대구 한 의원은 최하위권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며 “소수를 빼놓고는 모두 물갈이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만간 선정될 공관위원장이 제대로 임명돼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공관위원장은 좋은 결정을 내리고 (최고위원회를 거쳐) 그것을 관철시켜야 한다”며 “공관위원장은 여론을 등에 업고 칼을 휘두르고 최고위원회와 싸워서 이겨야 한다. 위원장이 되면 최고위원회에 각서를 받고 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앞서 언급됐던 의원들이 모두 물러나야 제대로 된 인재영입도 이뤄질 수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지역에서 강한 기반을 형성하고 있는 현역 의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지명도등 경쟁력이 한참 뒤쳐지는 신인들이 나오려 하겠느냐”며 “이들이 불출마 선언하거나 당에서 컷오프 시키면 지역사회에 인정받는 인사 지역 청년 등 좋은 사람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총선 전 보수통합 어려울 것”

김 전 위원장은 인적쇄신이 늦어지고 있는만큼 현재로서는 총선 전 보수통합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통합의 기본 조건이 인적쇄신인데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으니 통합이 되겠느냐”며 “유승민 의원도 요구하는 조건이 까다롭거나 높다. 이를 한국당이 충족시켜주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1년4개월 만에 정계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복귀한다면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빅텐트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 했다.

그는 “안철수 의원이 복귀를 선언하며 ‘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세력들’이란 말을 했다. 한국당이 변하지 않는 한 보수 빅텐트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며 “유승민계와만의 통합은 보수통합의 의미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법으로 “한국당이 중원을 치고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황 대표 체제가 계속 오른쪽으로 가면서 우리 공화당 영역을 많이 침범했다”며 “안철수 전 대표와의 통합을 얻어내려면 가운데로 치고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재는 한국당은 오른쪽으로 민주당은 왼쪽으로 치우쳐 있다. 합리적 중도를 외치는 안철수가 복귀하면 민주당은 중원을 치고 들어올 것”이라며 “한국당도 지역기반에만 의존하지 말고 강한 인적쇄신을 통해 중원으로 가 승부를 봐야 한다”고 했다.

◇“대구발 지역개발정책전략 짜야”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내년 총선에서 출마하려던 대구 수성갑 대신 “서울·수도권에 출마하겠다”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영남권에 지도자군이 다 죽어 새로 세워야 한다는 생각에 대구출마를 생각했는데 보수 텃밭인 대구에 출마한다고 하니 편하게 가려 한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당이나 보수 진영에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서는 나도 희생이 필요했다”고 했다.

출마 지역구에 대해서는 “당락과 상관없이 험지 출마를 각오하고 있다”며 “지역구는 오롯이 당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했다.

하지만 총선과 상관없이 ‘대구와의 인연은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총선 전까지는 지역 정치 현안에 대해, 총선 후에는 지역 주요 현안 등을 주제로 포럼 및 세미나는 자주 열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그는 오는 15일에도 대구에서 정치 포럼을 연다.

김 전 위원장은 “현재 부동자금이 작게는 1천100조, 비공식적으로는 1천300조 가까이 된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쪽지예산을 밀어넣으며 대단히 역할을 한 것처럼 얘기한다”며 “하지만 부동자금의 10분의 1만 우리사회의 지역개발자금 내지 지역균형발전자금으로 투자될 수 있는 정책적 여건을 만든다면 100~150조가 지방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어마어마한 자원이 있음에도 지역사회 차원에서 아이디어조차 내지 않는다”며 “이런 이슈를 가지고 와서 대구지식인들과 대구발 지역개발정책이나 전략을 짜겠다. 이는 대구만을 위한 것이 아닌 국가 전체의 균형발전을 위한 방안도 된다”고 했다.

또한 “이런 정책적 아이디어가 없으면 대구나 광주는 죽는다. 국가가 내륙 중심이 아닌 서해안을 따라 내려가 남해를 거쳐 동해쪽으로 가는 U형 중심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럴때 독자적인 화두들이 지역사회에서 터져 나와줘야 한다. 전국 혹은 세계적인 인물을 모셔와 회의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 의원들은 당 대표 주위만 뱅뱅돌고 쪽지예산으로 표만 얻으려 하지 지역현안을 돌보지 않고 정책적인 연구도 하지 않는다”며 “지역 의원들이 그런 이슈들을 꺼내고 지역 정책 개발에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분명 대안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김 전 위원장은 내년 총선 공천에서 TK 시도민들이 나서 중엄한 심판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TK는 늘 한결같이 한국당을 지지해줬지만 당권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만 당해왔다”며 “이번에는 앞장서 TK가 뽑은 얼굴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대담=이창재 정치 담당 부국장

이혜림 차장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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