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망/ 황금찬

정결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리라/ 그렇게 맞이한 이 해에는/ 남을 미워하지 않고/ 하늘같이 신뢰하며/ 욕심 없이 사랑하리라// 소망은/ 갖는 사람에겐 복이 되고/ 버리는 사람에겐/ 화가 오느니/ 우리 모두 소망 안에서 살아갈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고/ 언제나 광명 안에서/ 남을 섬기는 이치를/ 배우며 살아간다// 선한 도덕과/ 착한 윤리를 위하여/ 이 해에는 최선을 다 하리라// 밝음과 맑음을/ 항상 생활 속에 두라/ 이것을 새해의 지표로 하리라

- 월간 《좋은 생각》2008년 1월호

.................................................

새해를 맞이하면 사람들은 크든 작든 꿈과 소망을 갖는다. 이 시는 1918년 강원도 속초 출생으로 2017년 99세에 세상을 떠나신 황금찬 선생께서 피력하신 소박한 새해 소망이다. 서른에 등단하여 70년 동안 멈추지 않는 시작의 길을 걸어온 선생은 평생 40권의 시집을 낼 정도로 다작을 하며 기독신앙적인 시를 주로 썼다. 선생의 시에 대한 작품성을 폄훼하기도 하지만 육체적 정신적인 강인함과 열정 앞에 무슨 대거리가 되겠는가. ‘정결한 마음’을 갖고서 남을 미워하지 않고 ‘욕심 없이 사랑하겠다’는 작은 소망이 무척 건강하고 맑게 느껴진다.

‘소망은 갖는 사람에겐 복이 되고, 버리는 사람에겐 화가 오느니 우리 모두 소망 안에서 살아갈 것이다.’ 모두 알다시피 믿음 소망 사랑은 기독교의 3대 덕목이다. 한 장수 연구가는 또 다른 기독교적 정신의 하나인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에 더하여, 이러한 것들을 실천하는 크리스천의 삶이야말로 건강과 장수에 크게 이바지한다는 처방을 내놓은 바 있다. 참고로 사랑에는 정신적인 사랑과 육체적인 사랑을 망라한다. 어쩌면 이 시에는 그런 장수의 비결이 깃들어있지 않을까. 연역법적 추론으로 선생의 ‘소망’을 읽는다.

법정스님께서도 일찍이 ‘자기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마찬가지로 자기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불행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행복과 불행은 누가 갖다 바치거나 안기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 만들고 찾는 것이며, 그것은 곧 소망을 갖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고 하였다. 소망을 갖는 자 마땅히 행복할 것이라며 “자신의 생각이 곧 자신의 운명임을 기억하라”고 덧붙였다. 그 생각은 아집이 아니다. 솜털보다 가벼운 눈송이에 꺾이는 소나무처럼 자신의 고집과 욕심과 미움이 꺾이기를 소망한 것이다.

우주의 법칙은 자력과 같아서 어두운 마음을 지니고 있으면 어두운 기운이 몰려오지만, 밝은 마음을 지니고 긍정적이고 낙관적으로 살면 밝은 기운이 밀려와 우리의 삶을 밝게 비춘다고 했다. 밝은 삶과 어두운 삶은 자신의 마음이 밝은가 어두운가에 달려 있고 그것이 우주의 법칙이라는 것이다. ‘언제나 광명 안에서 남을 섬기는 이치를 배우며 살아간다’는 시인의 말씀도 그와 일치하는 삶이라 하겠다. 사람은 지력이나 체력에 앞서 감정부터 늙는다고 한다.

소복소복 눈 내리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올 것 같은 하얀 새 달력 위에, 그리고 내 마음 위에 소망이라 쓰고 괄호를 연다. 괄호 안에 ‘밝음과 맑음’, 그리고 평소 선생께서 일관한 삶의 태도인 ‘겸손과 사랑’이라 적고 괄호 닫고 그 옆에 ‘선한 도덕과 착한 윤리를 위하여 최선을 다 하리라’ 노 시인의 소망을 그대로 이어 붙인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