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석
▲ 김종석
인류의 끝을 겨누는 기후변화

김종석

기상청장

올해는 기후변화의 위험성이 인류 생존과 연결되어 대중적으로 대두된 한 해였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기후 비상사태’를 선정했으며, 영국 콜린슨 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기후파업’(climate strike)을 선정했다.

‘기후 비상사태’는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피해를 피하기 위해 시급한 행동이 필요한 상황을 말한다. ‘기후파업’은 기후변화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시위로 학교에 결석하거나 회사에 결근하는 것을 뜻한다.

또한, 미국의 온라인 사전 ‘딕셔너리닷컴’은 올해의 단어로 ‘실존적인’(existential)을 선정했다. 언뜻 기후와 상관없어 보이는 이 단어는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할 때 자주 언급된 단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전 세계가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경고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행동과 결부된 단어인 ‘기후파업’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회의 때부터 시작되었으나 올해 세계적인 이슈가 된 것은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1인 시위를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툰베리는 기후변화에 대해 알게 되면서 그녀가 꿈꾸는 미래가 없어질 수 있다는 극심한 위기를 느꼈고, 학교 대신 스웨덴 국회의사당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심각한 위기가 미래에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행동하지 않는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과 지금 당장 기후변화를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툰베리의 행동은 단호하고 결연했다. ‘기후파업’은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수 백만 명의 청소년들이 행동을 같이 하기 시작했다.

지난 9월, 툰베리는 뉴욕에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하여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비행기 대신, 태양광 요트를 타고 14일간 4,800km를 항해했다. 뉴욕에 도착해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한 툰베리는 3분 간의 짧은 연설을 통해 각국의 정상들에게 강력하게 기후위기에 대해 외쳤으며, 전 세계인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는 “여러분은 헛된 말로 저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아갔다. 대멸종의 시작점에 와 있는데도 여러분은 돈과 끝없는 경제성장 신화얘기만 한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나. 기성세대가 우리를 실망시키길 선택한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이 좋아하든 아니든 변화는 오고 있다”라며 안이함에 경종을 울렸다.

기후위기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기후변화 이슈와 대응노력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모든 미래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특히 한국은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이며,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은 OECD국가 가운데 1위 국가로서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 우리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통해서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유엔기후변화 당사국 총회가 발표한 ‘국가별 기후변화대응지수(CCPI) 2019 보고서’에서 60개국 중에 57위로 최하위권이었다는 점은 우리의 노력이 충분치 않다는 반증이다.

지난 9월 23일, 유엔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미래의 동력, 석탄서 청정에너지로” (Powering the Future from Coal to Clean) 세션에서 저탄소사회로의 조기전환을 위한 전국적인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 석탄발전소 10기 감축 등의 노력을 약속했다. 이와 같은 국가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기후위기가 없는 미래세대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우리 개인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식량 낭비 줄이기, 재활용하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에너지 절약 등 생활 속의 작은 실천이 모여서 큰 변화를 이룬다는 믿음을 가지고,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알면서도 눈감고, 알면서도 안일하게 생각한 기후변화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우리를 덮칠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툰베리처럼 기후파업을 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툰베리가 하던 작은 행동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된 것처럼 나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마음이 언젠가 기후변화 대응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우리가 실천해야 할 때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