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청-의회 갈등 과열…피해는 주민에게

발행일 2019-12-17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의회가 예산 삭감 이유 공개…주민 불신 여전

이달 축제 관련자 10여 명 의회에 항의 방문 예정

대구 동구의회 전경.
대구 동구의회가 동구청의 축제 예산을 대폭 삭감(본보 17일 6면)한 것과 관련해 구청과 의회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구청은 ‘의회의 보복성 삭감’을, 의회는 ‘구청의 기획력 없는 축제 추진’을 지적하면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문제는 두 기관의 갈등의 피해자는 주민이라는 점이다.

여기에다 주민들도 가세해 동구의회의 감정적이고 안하무인격의 태도를 비난하는 등 양측의 싸움은 지역 분열로까지 치닫는 양상이다.

동구청에 따르면, 주민자치위원회 소속인 주민들이 이달 안으로 동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방문해 예산 삭감의 원인과 향후 대책 등을 확인하고 항의할 예정이다.

동구의 한 축제 운영주체 관계자는 “동구청과 의회 간 마찰로 인한 감정으로 지역 사업과 연관된 예산을 깎아버린다는 건 주민을 우롱하는 행위”라며 “의회는 주민에 대한 인식부터 잘못됐다. 주민을 볼모로 감정싸움을 하고, 해마다 개최되던 동구의 축제를 나몰라하는 의회가 어디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축제 관계자도 “대구시와 동구의 축제에 호평을 보내며 전폭적인 지원을 논의하고 있다”며 “전국적인 축제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에 예산을 삭감하다니 어처구니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산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16일 동구의회는 삭감된 10개 사업별 감액 원인과 문제점 등을 담은 보도자료를 발표했지만 주민을 이해시키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실제로 예산이 삭감된 동구청의 사업은 모두 10건이며, 이중 7개가 축제 관련 사업이다.

7개 축제 사업의 총예산은 4억6천450만 원이지만, 80%가량 줄면서 내년에는 9천만 원으로 행사를 치러야 할 판이다.

더구나 7개 축제 중 5개 축제의 예산은 한 푼도 편성되지 않아 구청과 의회의 극적인 타협이 없다면 사실상 5개 축제는 내년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동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신효철 위원장은 “주민을 대표하는 의회로서 구청과의 갈등으로 주민예산을 함부로 깎을 만큼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예산을 삭감한 축제들이 동구를 대표하기에는 부족하고, 또 구청이 이에 대한 해명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는 등의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반박했다.

김종윤 기자 kj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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