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지어줄 테니 학교 땅 내놔”…구미시, 공영주차장 놓고 교육당국과 갈등

발행일 2019-12-17 18: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부지 무상사용은 공유재산법 위반’ 도교육청, 시설 개방으로 가닥

구미시가 공단1동 공영주차장을 짓기로 한 금오공업고등학교 내 부지. 학교 땅을 빌려 주차장을 조성하기로 했지만 정작 임대료를 낼 수 없다는 방침이어서 교육당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구미시와 교육 당국이 공단1동 공영주차장 조성 사업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학교 부지를 빌려 주차장을 짓겠다면서도 임대료는 낼 수 없다는 구미시의 입장 때문이다.

신평·비산·공단동 주민들에게 공영주차장은 오랜 바램이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 지역 주민 1천400여 명이 ‘주차장을 지어달라’며 청원을 냈다.

주차장 조성 요구가 나온 곳은 신평·비산·공단동 3개 지역이 합류하는 곳이다. 공장과 주택이 뒤섞여 있는데다 새로운 아파트까지 잇달아 들어서면서 주민들은 만성적인 주차난에 시달려 왔다.

주민들이 가장 우려한 건 아이들의 ‘안전’이었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 사는 학생들은 보행자용 인도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도로를 이용해야 했다.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이곳에 있는 한 초등학교는 ‘아이들의 통행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는 가정통신문을 보내기도 했다.

구미시는 뒤늦게 해당 지역의 ‘시민행복주차장’을 짓기로 했다. 1억~1억5천만 원을 들여 인근 금오공고 구 기숙사 부지 5천400㎡에 차량 200~25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이내 난관에 부딪혔다. 구미시가 주차장 조성에 필요한 비용만 부담하는 대신 부지 사용에 따른 임대료는 부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매년 늘어날지도 모를 비싼 임대료를 시가 감당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학교 내에 지어지는 새 시설의 필요한 주차 수요를 고려하면 공영주차장은 인근 주민뿐 아니라 학교에도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이나 금오공고는 반발했다. 학교 측 입장에선 공유주차장이 불필요한 시설일 뿐 아니라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하겠다는 구미시의 방침이 법에도 벗어나 있었다.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르면 구미시가 해당 부지를 주차장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매년 공시지가의 2.5%가량을 임대료로 지불해야 한다. 해당 부지의 임대료는 매년 5천만~6천만 원에 달한다.

주민들의 청원으로 공영주차장 조성이 시작된 만큼 무턱대고 반대할 수도 없는 게 학교 측 입장이다. 드러내 놓고 표현은 못하지만 내부적으론 ‘부글부글’ 끓는 모양새다.

도교육청은 일단 유상 임대가 아닌 시설 개방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주차장 조성 비용만큼은 사용 기간을 보장하지만 이후에는 학교 측 판단에 따라 주차장을 계속 운영할지를 결정하겠다는 것.

지역 교육계 한 관계자는 “학교에는 필요도 없는 시설을 짓고는 그걸 빌미로 남의 땅을 마음대로 사용하겠다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며 “구미시가 주민들을 볼모로 법과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을 학교에 강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류성욱 기자 1968plu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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