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준항
▲ 전준항
한파와 함께 겨울철 동고동락

전준항

대구지방기상청장

기상청은 늘 대중의 관심과 질타를 한 몸에 받는 국가기관 중 하나이다.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날씨를 다루기 때문이다. 날씨는 우리가 매 순간 겪는 것이지만 늘 새롭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해 아주 사소한 의사결정에서부터 파급력이 큰 의사결정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친다. 한 개인으로서는 ‘오늘은 어떤 옷과 신발을 신을까?’, ‘다음 주 여행을 갈 텐데 그곳 날씨는 어떨까?’를 궁금해 하고, 농어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날씨가 동식물의 생육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늘 노심초사하고, 피해가 가지 않도록 미리 대비한다. 나아가 여러 산업 분야에서는 각종 질병의 전파, 전력량 수급, 교통량 증감 등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또한, 시대의 흐름을 바꿔놓는 전쟁에서도 날씨로 인해 승패가 판가름 나는 경우가 있음은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여름이 지나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사이 바야흐로 겨울이 다가왔다. 기상청에서는 매일, 매 계절이 어렵고 낯설다. 특히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해 특이기상의 발생이 증가하는 경향이기 때문에 잠시도 방심할 수가 없다.

겨울철의 주요 이슈는 역시 한파이다. 이번 겨울철 기상전망에 따르면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겠으나,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크게 떨어질 때가 있어 기온의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상청에서는 올겨울부터 한파 영향예보를 시범서비스로 시행한다.

기상청에서는 기상재해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 저감을 위해 영향예보를 추진 중이며 그중에서도 폭염 영향예보 정규서비스를 2019년부터 시행하였다. 더 나아가 올겨울에는 한파에 대해서도 지역 맞춤형 분야별 상세 한파 영향정보를 제공하여 한파 피해 저감에 실제적인 지원을 하고 영향예보 요소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자 한파 영향예보의 시범서비스가 시행되는 것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시기를 맞고 있는 요즘은 많은 정보가 빠르게 생산되고 또 잊혀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 우리 정부조직들도 국민들의 수요에 맞춰 다양한 정책과 정보를 제공하는 등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기상청에서 제공하던 일기예보도 그 형태와 방법이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과거 전국의 대표지점의 최고·최저기온에 대해서만 예보하던 것이 예보지점을 점차 늘려 지역의 동네별로 볼 수 있는 ‘동네예보’로 예보를 하고 있고, 최고·최저기온 뿐 아니라 3시간마다의 정시기온도 예보하고 있으며, 또 향후 이틀에 대한 예보를 3일~10일까지 예보하는 등 예보 기간까지 점차 늘려서 예보하고 있다.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국민의 재산과 생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기상에 대해서는 좀 더 강하고 효율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자 영향예보라는 또 다른 형태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똑같은 기온이라도 해안과 내륙 등 지역에 따라 체감할 수 있는 영향이 서로 다르기에 지역과 분야에 따라 피해 정도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여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면 그 정보를 받아보는 수요자의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꼭 필요한 정보로 살아남으려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게 될 것이다. 과거에는 정보 자체에 힘이 있었다면 현재는 방대한 양의 정보 중에 필요한 소스만을 추출하고 새롭게 가공하고 융합하여 적재적소에 필요한 정보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파 영향예보의 시범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피드백 받고 수정·보완해 나가면서 유용한 정보, 양질의 정보로 만들어 갈 것이다. 혹독한 추위 속에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겨울이 우리를 움츠러들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겨울이 주는 즐거움까지 잊을 순 없다. 추운 날씨이기에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고 겨울이 겨울답게 추워야 비로소 빛을 보는 다양한 경험들이 또 있지 않은가. 겨울이어야 제대로 누릴 수 있는 볼거리, 즐길 거리, 먹을거리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 겨울 하면 떠오르는 추억과 함께 동짓날 따끈한 팥죽 한 그릇이 행복한 겨울. 다가올 한파에도 큰 피해 없이 즐겁고 슬기롭게 이 겨울을 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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