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중국 어선 싹쓸이 조업 겹쳐||평년 성어기 대비 올 어획량 10~20% 수준

▲ 5일 오전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에 오징어잡이 배들이 출어를 포기한 채 줄줄이 정박해 있다.
▲ 5일 오전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에 오징어잡이 배들이 출어를 포기한 채 줄줄이 정박해 있다.


국내 오징어 어획량이 역대 최소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오징어 주산지인 경북 동해안 어민 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어획량은 전년 동월 대비 80%이상 감소한 반면, 지난달 중순 위판장 가격은 1마리에 1만3천 원 선으로 2012년보다 무려 10배 가까이 치솟아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5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오징어 생산량은 1천987t으로 지난해 10월(1만1천309t)보다 9천322t(82%)이나 감소했다.

이 같은 오징어 생산량은 월별 생산량 통계를 집계한 1990년 이후 10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소 규모다.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한 것은 온난화로 인한 수온 변화와 중국·북한 어선의 ‘싹쓸이 포획’ 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국어선이 북한 해역에서 남하하는 오징어를 무차별 남획하는 행태는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따르면 동해 북한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 수는 2004년 114척에서 지난해에는 2천161척으로 18배나 늘었다.

2004년은 북·중 공동어로협약 체결로 중국 어선이 동해 북한수역에서 조업을 시작한 때다.

중국 어선이 동해에서 잡은 오징어 어획량은 한국 전체 오징어 어획량보다 최대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어선의 이 같은 남획은 고스란히 우리 어민과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징어 산지인 포항 구룡포항의 경우 최근 오징어잡이 배 80여 척 가운데 10척가량만 출어할 뿐 나머지 배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출어를 포기한 상태다.

오징어 위판량은 올 들어 이날 현재까지 3천400여t으로 불과 2년 전인 2017년 위판량(7천512t)에 비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오징어 ‘섬’인 울릉지역 사정도 마찬가지다.

울릉도에 등록된 오징어잡이 배 170여 척 가운데 130척 내외가 출어를 못 할 정도다.

오징어 위판량은 2011년 3천650t에서 지난해에는 842t으로 77%가량 감소했다.

올해는 현재까지 606t에 그쳤으며, 그나마도 연초에 잡은 것이 대부분이다.

위판량 감소에 따라 오징어가 ‘금(金)징어’로 불릴 정도로 가격이 급등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1998~2012년 ㎏당 오징어 평균 가격은 1천644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당 9천882원으로 6배나 폭등했다.

구룡포항 위판장의 오징어 가격은 지난달 중순 1마리에 1만3천 원 선으로 2012년 1천500원 선에 비해 10배가량 치솟았다. 최근에는 6천 원 선에 위판되고 있다.

이 상태로 최소한의 유통 마진이 더해져 육지로 나가면 도매가는 더 올라간다.

여기에 물류 등 유통 과정이 더 붙고 가공을 새롭게 하면, 일반 소비자는 오징어 1마리에 최소 7천~8천 원은 줘야 사 먹을 수 있다.

오징어가 급기야 ‘금징어’로 둔갑한 셈이다.

김성호 우리바다살리기 중국어선 대책추진위 부회장은 “인공위성까지 활용해 오징어 씨를 말리는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으로 어업인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며 “해수부를 비롯한 범정부 차원의 긴급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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