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봉화 에버로즈||실물보다 더 아름다운 꽃 궁중채화와 프리즈브드 플라워 ||프리저브

▲ 박지훈 대표와 아내 신동숙씨가 안개꽃으로 만든 프리저브드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 박지훈 대표와 아내 신동숙씨가 안개꽃으로 만든 프리저브드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 박지훈 대표와 아내 신동숙씨가 안개꽃으로 만든 분홍빛 프리저브드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 박지훈 대표와 아내 신동숙씨가 안개꽃으로 만든 분홍빛 프리저브드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 박지훈 대표와 아내 신동숙씨가 안개꽃으로 만든 노란색 프리저브드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 박지훈 대표와 아내 신동숙씨가 안개꽃으로 만든 노란색 프리저브드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 박지훈 대표와 아내 신동숙씨가 출하 직전의 프리저브드를 살펴보고 있다.
▲ 박지훈 대표와 아내 신동숙씨가 출하 직전의 프리저브드를 살펴보고 있다.
▲ 박지훈 대표와 아내 신동숙씨가 출하 직전의 프리저브드를 살펴보고 있다.
▲ 박지훈 대표와 아내 신동숙씨가 출하 직전의 프리저브드를 살펴보고 있다.
▲ 박지훈 대표와 아내 신동숙씨가 완성된 프리저브드의 마무리 손질을 하고 있다.
▲ 박지훈 대표와 아내 신동숙씨가 완성된 프리저브드의 마무리 손질을 하고 있다.
▲ 신동숙씨가 프리저브드를 이용해 만든 조명기구를 리모콘으로 켜 보이고 있다.
▲ 신동숙씨가 프리저브드를 이용해 만든 조명기구를 리모콘으로 켜 보이고 있다.
▲ 신동숙씨가 프리저브드 자동판매기의 작동법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신동숙씨가 프리저브드 자동판매기의 작동법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신동숙씨가 프리저브드를 만들 때 사용하는 특수용액 탱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특수용액은 특허를 받은 제품이다.
▲ 신동숙씨가 프리저브드를 만들 때 사용하는 특수용액 탱크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특수용액은 특허를 받은 제품이다.
▲ 건조작업 중인 프리저브드.
▲ 건조작업 중인 프리저브드.
▲ 건조작업 중인 프리저브드.
▲ 건조작업 중인 프리저브드.
▲ 착색작업 중인 프리저브드, 통에 담은 용액의 색깔에 따라 꽃의 색깔이 달라진다.
▲ 착색작업 중인 프리저브드, 통에 담은 용액의 색깔에 따라 꽃의 색깔이 달라진다.
▲ 프리저브드를 활용해 만든 봉화송이밥상, 이은희 보존화명인의 작품이다. 에버로즈 전시관에 전시 중이다.
▲ 프리저브드를 활용해 만든 봉화송이밥상, 이은희 보존화명인의 작품이다. 에버로즈 전시관에 전시 중이다.
▲ 프리저브드를 활용해 만든 여인상, 이은희 보존화명인의 작품이다. 에버로즈 전시관에 전시 중이다.
▲ 프리저브드를 활용해 만든 여인상, 이은희 보존화명인의 작품이다. 에버로즈 전시관에 전시 중이다.
▲ 프리저브드를 활용해 만든 생일케익크, 이은희 보존화명인의 작품이다. 에버로즈 전시관에 전시 중이다.
▲ 프리저브드를 활용해 만든 생일케익크, 이은희 보존화명인의 작품이다. 에버로즈 전시관에 전시 중이다.
▲ 프리저브드를 활용해 만든 아이스크림, 이은희 보존화명인의 작품이다. 에버로즈 전시관에 전시 중이다.
▲ 프리저브드를 활용해 만든 아이스크림, 이은희 보존화명인의 작품이다. 에버로즈 전시관에 전시 중이다.
▲ 프리저브드로 만든 장식용 수반.
▲ 프리저브드로 만든 장식용 수반.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말이다. 꽃은 시간이 지나면 시드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그런데 시들지 않는 꽃이 있다. 궁중채화와 ‘프리저브드 플라워(이하 프리저브드)’다. 조선 왕실에서 장식용으로 사용하던 궁중채화는 비단이나 모시를 자르고 묶고 홍두깨로 두드려서 만들었다.

보존화로 부르는 프리저브드는 생화에 특수용액을 주입해 원하는 색깔을 내고 건조시켜 만든다. 이들 두 꽃의 공통점은 시들지 않는다고 할 만큼 보존기간이 길다. 생화만큼 화려하고 아름답다.

봉화에서 꽃을 재배하면서 프리즈브드를 만드는 강소농을 만났다. ‘봉화 에버로즈 영농조합법인’의 박지훈(48) 대표와 부인 신동숙(45)씨가 주인공이다. 박 대표는 2천300㎡의 비닐하우스에서 거베라를 재배하면서 프리저브드를 만들어 2억여 원의 소득을 올린다.

◆영원한 토박이 농사꾼

박 대표는 토박이 농사꾼이다. 봉화에서 나고 자랐다. 한 번도 봉화를 떠나지 않았다. 오로지 농사라는 한길만 걸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시작한 일은 양계였다. 다른 농사보다 소득은 높았으나 시설이 열악하고 악취가 심해 10년 만에 접고 복합 영농으로 전환했다.

벼농사와 수박, 콩, 고추 같은 여러 가지 작목을 재배했다. 일은 많았지만 소득은 안정적이지 못했다. 특히 가격 변동이 심해 농장운영이 어려울 때가 잦았다. 풍년이 들면 가격이 폭락하고, 가격이 오를 때는 병충해나 재해로 수확량이 적었다. 풍년이나 흉년이나 쪼들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가을철에 농산물을 수확해도 농자재 외상값을 갚고 나면 빈손이 되었다. 봄이면 또다시 빛을 내어 농사를 짓는 악순환을 거듭했다.

좀 더 안정적인 농사를 짓고 싶어 2007년부터 꽃 농사를 시작했다. 봉화지역은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고 일교차가 커 ‘거베라’ 재배의 적지다. 2009년부터는 프리저브드를 만들어 꽃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현재 거베라 재배는 대를 이어 농사에 뛰어든 아들(박현민·23)이 주도하고, 박 대표는 프리저브드에 전념하고 있다.

◆ ‘프리저브드’란

프리저브드는 생화 그대로의 아름다움과 조화(造花)의 보존력을 살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신개념의 꽃이다. 보존화로 불린다. 생화에 특수용액을 주입시켜 원하는 색을 만들고 꽃잎과 줄기의 원형이 유지되는 것이다. 건조해도 부서지지 않는다. 단순히 꽃을 건조한 ‘드라이플라워’와는 완전히 다르다.

프리저브드를 만드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안개꽃이나 야생화에 사용하는 물올림방식과 장미꽃에 사용하는 침전방식이다. 물올림방식은 식물성의 특수용액을 사흘 동안 꽃에 흡수시켜 착색과 보존, 건조과정을 거친다. 침전방식은 알콜 계열의 용액에 넣어 탈수와 탈색과정을 거치고 다시 원하는 색깔로 착색을 시킨 후 보존과 건조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은 50일 정도가 소요된다. 이렇게 만든 장미꽃 한 송이 가격은 5천 원 정도다. 생화보다는 부가가치가 크게 올라간다.

처음에는 장미를 활용해 프리저브드를 만들다가 안개꽃으로 발전시켰다. 현재는 보리와 수수 같은 곡식과 강아지풀, 냉이 등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현재 사용하는 특수용액은 박 대표가 직접 개발해 특허를 받은 제품이다.

◆ 좋은 원료로 만드는 최상품의 프리저브드

박 대표가 추구하는 목표는 최상의 프리저브드를 만드는 것이다. 색상이 선명하고 보존기간이 길면서도 부서지지 않는 제품이다. 좋은 원료에서 좋은 상품을 나온다는 것이 박 대표의 신념이다. 따라서 제조공정 못지않게 신경을 쓰는 것이 원료의 선택이다.

처음에는 양재동 꽃시장에서 구입해서 사용했다. 그러나 품질이 균일하지 못하고 가공과정에 손실률이 높아 포기하고 인근 농가에서 재배한 꽃을 구입한다. 이때도 사전에 충분한 시험과정을 거친 후에 사용한다. 같은 농장에서 생산된 꽃이라도 계절과 재배상황에 따라 품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봄에 구입한 꽃은 착색이 잘 됐으나 가을에 산 원료는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번 시험과정을 거친 농장의 꽃만을 사용한다. 이때는 꽃의 크기와 개화 정도, 줄기의 상태까지 꼼꼼한 살피는 선별과정을 거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 때는 자체 농장에서 원료를 생산하기도 했으나 시간과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 포기했다. 이웃 농가의 꽃을 구입함으로써 농가와의 상생협력관계도 형성되는 이중의 효과도 얻는다.

◆단순 가공을 넘어 예술품으로 승화

프리저브드 경력이 10년을 넘으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그동안 단순한 1차 가공품 생산에서 벗어나 부가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프리저브드를 활용해 장식품을 만들고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꽃 쟁반을 만들고 꽃시계도 만든다. 꽃잎을 이용하면 인물화도 되고 생일케이크도 된다. 이런 작업은 예술적 감각이 뛰어나 아내 신동숙씨의 몫이다. ‘이은희 보존화명인’으로부터 특별교육도 받았고 체험강사 자격도 땄다. 이제는 프리저브드의 보급을 위해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어린이와 주부가 주된 체험객이다. 앞으로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농장에는 200㎡의 전시관을 갖추고 있다. 전국에서 프리저브드 전시관을 갖춘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전시관에는 스승인 이은희 명인이 만든 화병과 찻상, 요술램프, 여인상 등 3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물론 신씨가 만든 작품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전시관 역시 프리저브드의 확대 보급을 위한 것이다.

◆망친 수박농사 덕분에 진로변경

지금은 꽃으로 성공한 농사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꽃길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처음 양계에서 복합 영농으로 전환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도 겪었다. 다시 꽃 재배로 전환한 계기가 된 것은 수박이었다.

봉화지역은 수박 특산지라 면적도 컸고 소득도 높았다. 2005년에 6천600여㎡의 밭에 수박을 심었으나 여름철 잦은 강우로 한해 농사를 망쳤다. 날씨 탓에 병충해가 많이 발생해 제대로 된 수박을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 나중에는 잎은 물론 줄기까지 짓무르고 녹아버렸다. 통상 이 정도 면적이면 2천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렸으나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후유증은 길었다. 완전히 회복하는 데 3년이 걸렸다. 보다 안정적이고 연중 고른 소득이 발생하는 작목을 찾다가 꽃 재배로 전환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거베라는 한 번 심으면 5년간 계절에 상관없이 수확할 수 있다. 프리저브드 역시 계절에 상관없이 생산해 팔 수 있는 고부가가치 상품이기 때문이다. 또한 열정과 자신만의 노하우로 농사에 전념한 것도 성공 요인 중의 하나였다.

◆프리저브드 메카 육성과 해외진출

부부는 꿈이 크다. 봉화를 거베라 특화단지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 36농가에서 재배되는 10ha의 거베라 면적을 계속 확대하고 재배기술을 고도화하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생화 생산에서부터 가공까지 아우르는 대량생산 기지화로 농가 소득을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자신이 보유한 프리저브드에 대한 기술과 용액 제조기술을 지역 농민들에게 보급함으로써 프리저브드의 메카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고령화에 따른 은퇴농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고, 안정적인 소득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프리저브드를 활용한 예술품과 실내 장식품을 만들어 해외로 진출하는 계획도 수립하고 있다. 프리저브드의 아름다움과 한국인의 솜씨가 합쳐지면 꽃을 활용한 새로운 한류문화로 각광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