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의회 무늬만 연수, ‘맹탕’보고서로 구민 우롱

발행일 2019-12-03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서구의회 지난달 6~13일 호주, 뉴질랜드 출장 다녀와

‘맹탕’ 보고서로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 나와

보고서에는 구정을 위한 사업 도입 방안이나 개선점 없어

대구 서구의회 전경.
2017년 서구의회 공무국외출장 보고서. 2019년 보고서에 해외연수를 소개하는 출장 개요부터 2017년 보고서와 동일한 문구가 사용되는 등 결과물이 없는 ‘맹탕’ 보고서로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다.
2019년 서구의회 공무국외출장 보고서. 2019년 보고서에 해외연수를 소개하는 출장 개요부터 2017년 보고서와 동일한 문구가 사용되는 등 결과물이 없는 ‘맹탕’ 보고서로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다.


대구의 기초·광역의회들이 선진문화 답사를 명목으로 떠나는 해외 연수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서구의회가 최근 다녀온 해외 연수 보고서 내용이 2년 전 것과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올해와 2년 전 연수 대상지가 다른 국가였음에도 2개의 보고서에는 같은 문구가 적혀 있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지역 가릴 것 없이 기초의회의원들의 자질 문제가 연초부터 도마에 올랐지만, 서구의회는 아랑곳 않고 출장 보고서에 구정을 위한 사업 도입 방안이나 개선점 없이 개인 소감문과 해외지역 소개만 늘어놓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8일 의희 홈페이지에 게시된 ‘2019 대구시 서구의회 공무국외출장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서구의회는 지난달 6~13일 호주와 뉴질랜드로 의원 7명과 직원 3명이 공무국외출장을 다녀왔다.

현재 서구의회는 2015년부터 2년에 1번씩 공무국외출장을 진행하고 있고 수백만 원 상당의 세금이 해외연수비로 쓰이고 있다.

문제는 이번 해외연수 일정 대부분이 관광지 일색에다가 매년 같은 목적으로 해외연수를 떠나지만 우수사례 벤치마킹과 구정 개선 방안, 정책 아이디어 발굴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번 공무국외출장은 2017년 당시 일본 해외연수의 출장 배경과 목적 등이 동일했다.

그러다 보니 올해 보고서에는 해외연수를 소개하는 출장 개요부터 2017년 보고서와 똑같은 문구가 사용되기도 했다.

나아가 올해 보고서에서는 ‘건물이 예쁘다’, ‘내부 공간이 화사하다’, ‘직원이 친절했다’ 등 개인의 주관적 느낌이 적힌 후기만 가득했고, 서구를 위한 발전 방향과 개선 방안은 전무했다.

보고서 또한 의원 대신 수행 직원이 이들의 자료를 수집하고 작성해 보고서 대행작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서구의회 관계자는 “해외연수를 떠난 의원들의 종합적인 의견을 수렴해 보고서를 정리했다”며 “2017년과 동일한 목적으로 출장을 떠나 일부 내용이 겹치는 부분이 발생한 것 같다. 의원들마다 해외 연수에 대한 표현 방식이 달라 발생한 상황 같다”고 해명했다.

이번 출장이 환경과 복지에 중점을 둔 해외연수지만 현장 방문이 계획된 10여 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 문화탐방 형식으로 기획돼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환경 우수사례를 도입하기 위해 방문 예정이던 블랙타운시는 기관 방문하지도 않고 간담회만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구의회의 이번 공무국외출장이 행정사무감사를 코앞에 두고 강행돼 ‘외유성 해외연수’란 지적이 일찌감치 나왔음에도 이런 보고서를 게시한 건 되풀이되는 국민 혈세 낭비에 구민을 무시하는 처사란 비난까지 받고 있다.

주민 이모(34)씨는 “해외연수에 대한 결과가 없다는 것은 결국 ‘외유’라는 시선을 감추기 위해 출장을 핑계 삼은 ‘꼼수’에 불과하다”며 “출장을 강행했다면 그에 맞는 결실을 맺어야지, 해외여행을 떠나라고 세금을 낸 줄 아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현 기자 leed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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