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3승16무9패 승점 55점 5위로 시즌 마무리||직관의 매력, 팬 서비스 등 제대

▲ 지난 1일 대구FC와 FC서울 경기가 열린 DGB대구은행파크 전경. 경기 전 각종 이벤트에 참여하려는 팬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 지난 1일 대구FC와 FC서울 경기가 열린 DGB대구은행파크 전경. 경기 전 각종 이벤트에 참여하려는 팬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K리그1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2019년 한 해는 유독 짧게 느껴진다.

대구FC 등 12개 구단은 수많은 관중을 경기장으로 불렀고 끝까지 알 수 없는 순위 경쟁으로 잊지 못할 추억을 팬들에게 선사했다.

특히 지난 3월 대구스타디움에서 DGB대구은행파크(이하 대팍)로 홈 경기장을 옮긴 대구는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믿을 수 없는 성적 ‘5위’

매년 강등권에서 머물렀던 대구는 올 시즌 초반부터 돌풍,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단단한 수비에서부터 나오는 ‘카운트어택’ 역습은 강팀들도 쩔쩔매게 만들었고 줄곧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첫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FA컵 등 비교적 얇은 스쿼드로 3개 대회를 동시에 병행한 탓에 부상 선수들이 속출했다.

그러나 기존 선수들이 부상자들의 빈 자리를 잘 메꿔 주면서 구단 첫 파이널A(상위스플릿) 시즌을 보냈다.

최종전인 38라운드에서 FC서울과 무승부를 기록, 3위 자리에 오르지 못해 시민구단 최초 2년 연속 ACL 진출이라는 역사는 쓰지 못했지만 이미 대구의 성적은 커리어하이를 달성했다.

13승16무9패 승점 55점 46득점 37실점.

37실점은 이번 K리그1 12개 구단 중 최소실점 2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한층 발전한 대구의 모습이다.

첫 출전한 국제무대 ACL에서는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했다. 3승3패 승점 9점으로 아쉽게 조 3위를 기록했다. 다른 조에 편성됐다면 16강도 출전할 수 있는 성적이었다.

1일 경기가 끝난 뒤 팬들과의 만남에서 주장 한희훈은 “내년 시즌 대구는 더 발전할 것이다. 그리고 ACL에 도전하겠다”며 응원해줄 것을 당부했다.



▲ 대구FC 조현우 K리그 200경기 출전을 기념하는 이벤트에 팬들이 동참하고 있다.
▲ 대구FC 조현우 K리그 200경기 출전을 기념하는 이벤트에 팬들이 동참하고 있다.
◆새로운 축구 문화 정착

대구는 올 시즌 ‘직관’의 매력을 마음껏 뽐냈다.

대팍은 경기 시작 전후가 모두 즐거운 곳으로 거듭났다.

경기 전에는 광장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를 참여할 수 있고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의 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서포터즈가 아니라도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발 구르기’ 등 쉽고 재미있는 응원을 따라 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됐다. 1일 대팍을 찾은 신문선 전 해설위원도 발을 구르며 응원에 동참했다.

경기장 지붕의 역할을 컸다. 지붕이 있어 비가 내려도 팬들은 경기장으로 향했다. 응원 소리는 지붕으로 인해 더 크게 경기장 전체를 감쌌다.

결국 시즌 9번째 매진 기록을 달성했다. 대팍에서 열린 시즌 대부분 경기가 매진에 가까웠고 한국 프로 스포츠사에 길이 남을 만한 관중석 점유율(89.4%)을 기록했다.

또 입장권을 사전 예매로 판매하면서, 예매하지 않으면 표를 구하기 힘드는 등 예매 문화를 정착시켰다.

올해 새로 선보인 공식 마스코트 ‘리카’는 어린이와 어른이(어른+아이 합성어)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고 다양한 관련 상품이 나오면서 대구 인기를 더욱 높였다.



▲ 지난 4월23일 대구FC와 산프레체 히로시마 경기가 끝난 후 홍정운이 비를 맞으며 팬 서비스를 하고 있다.
▲ 지난 4월23일 대구FC와 산프레체 히로시마 경기가 끝난 후 홍정운이 비를 맞으며 팬 서비스를 하고 있다.
◆대구의 팬 서비스 그리고 12번째 선수

‘퇴근길 팬 서비스’는 대구의 명물이다. 선수단은 경기가 끝난 뒤 팬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계기는 지난 4월23일 ACL 조별리그 히로시마전.

이날은 비가 오는 날이기도 했고 대구가 경기에서 패한 날이다. 그럼에도 팬 서비스는 이뤄졌다. 홍정운은 비를 맞으며 팬들에게 다가가 버스가 떠날 때까지 사진을 찍고, 사인을 해줬다. 이 모습이 담긴 사진이 인터넷 축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올라왔고, 굉장한 호응을 이끌었다.

당시 프로 선수들의 사인 논란이 일던 때라 대구 선수단의 모습은 프로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대구FC 공식 서포터즈 그라지예와 엔젤클럽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선수단과 하나로 뭉쳐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엔젤클럽은 응원을 주도하는 그라지예를 위해 깃발과 북을 제공해줬다. 그라지예를 엔젤들이 응원에 동참할 수 있도록 엔젤석으로 넘어와 합동 응원을 펼쳤다. 원정길에 나서면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드는 등 단체는 다르지만 하나로 거듭나고 있다.

엔젤클럽(엔젤+엔시오) 회원은 1천900여 명으로 후원의 규모도 점차 늘려가는 중이다. 프로 축구단이 있는 일부 타 지역에서 벤치마킹하려고 엔젤을 방문하는 등 대구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대구FC엔젤클럽 이호경 회장은 “대구FC가 올해 좋은 성적을 내줘서 너무 고맙다”며 “내년 시즌도 대구시민 모두 하나로 똘똘 뭉쳐 대구를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헌호 기자 shh24@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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