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가까스로 봉합됐다. 수출규제와 관련, 한·일간 대화를 시작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드리워졌던 먹구름이 조금씩 걷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이 규제를 못 박았던 3개 품목에 대한 개별 심사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업계의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양국 관계가 갑자기 틀어져 언제 다시 규제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를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겠다는 정부와 경제계의 자기반성과 발 빠른 대응이 움츠려 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사실상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일본이 압박 고삐를 다소 느슨하게 한 때문에 수출 감소 등 영향이 거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약 3개월간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의 생산 차질은 사실상 전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대구·경북은 규제 약발이 거의 미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구경북연구원의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대구·경북 영향’분석을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당초 일본의 수출 규제가 발동하면 경북은 342억 원, 대구는 143억 원의 생산 감소가 예상됐다. 이로 인해 경북 2천164억 원, 대구 998억 원의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예측은 빗나갔다. 대구·경북의 올해 3분기 제조업 생산지수 증감률은 수출규제가 없던 지난해 3분기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오히려 전기·장비 분야를 비롯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장비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

당초 반도체 등 산업에 치명상이 우려됐으나 심리적 불안감 외에는 그다지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업들이 비상 계획을 세워 수입선 다변화와 국산화 노력을 편 게 주효한 때문이다.

일본의 회심의 일격이 별무효과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가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로 치부하고 다시 8월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

일본은 수출규제를 완전히 철회한 것이 아니다. 또 우리네 수출산업 곳곳에 산재한 부품 및 소재와 장비 산업의 아킬레스건을 쥐고 있다. 언제 또다시 까탈을 부리고 시비를 걸지도 모른다. 이미 양국 간의 거래 관계는 신뢰의 벽이 깨졌다.

이제 정부 및 지자체와 경제계는 산업 경쟁력 강화와 체질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다.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구미 국가산업단지에 첨단 소재부품 국산화 클러스터와 정밀 기계부품·소재 등의 강소연구개발특구 조성 등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다시 일본에 우롱당하지 않는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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