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화장장

발행일 2019-11-21 14:49:5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동물화장장 건립 놓고 전국 곳곳에서 갈등

동물화장장 건립 놓고 전국 곳곳에서 갈등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전용 먹거리에 전용 호텔, 이미용 숍까지 등장했으니 그야말로 반려동물 천국이라 할 만한 세상이 됐다. 이 같은 사회 분위기가 반영됐는지 반려동물 장례업이 신종사업으로 뜨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전국 곳곳에서 최근 동물화장장 건립 문제가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반려동물이 급증하면서 덩달아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동물 화장장과 장례식장을 건립하려는 사업자와 입지 예정지 주민들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동물화장장이 혐오 시설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대구 서구에서는 동물화장장을 건립하려는 사업자가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 구청을 상대로 낸 소송이 수년째 진행 중이다. 소송은 2017년 상리동에 동물 화장장과 전용장례식장, 납골시설 등을 설치하려고 한 데서 시작됐다. 동물화장장 건립 계획이 알려지자 인근 주민들이 반대했고, 구청은 주민들의 입장을 반영해 동물화장장 건축허가 신청부터 받아주지 않았던 것.

그러자 사업자는 법적 요건을 다 갖춰 건축허가가 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해당 구청을 상대로 소송에 들어가, 구청의 건축 신청 반려 건에 대해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구청은 이번엔 행정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건축허가를 불허했다. 이에 맞서 사업자는 행정소송을 제기해 지난 10월 대구지법으로부터 건축불허가 취소 판결을 받아냈다.

현재 구청은 동물화장장을 허가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소송전은 계속될 듯하다. 또 사업자가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주민들이 계속 반대할 경우 실제로 동물화장장 건축 공사에 들어가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대구뿐 아니라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 벌어지고 있다. 반려동물 증가 속도에 비해 관리·사후처리 등의 제도나 사회인식이 뒤따라가지 못하면서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유명 동물구호단체에서 구조동물 200여 마리를 안락사시킨 사실이 알려져 그 대표가 처벌되기도 했다.

정부는 반려동물 등록제를 2014년 도입했다. 그런데 개체 수(2018년 1월 기준, 농림축산식품부)가 662만 마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로 등록된 개체는 115만 마리, 약 20%에 그치고 있다.

또 반려동물 증가에 따라 관련 산업이 크게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제도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반려동물이 죽으면 대개 폐기물(생활, 의료)로 처리되고 있는 현실에서, 주민들이 동물화장장 관련 시설물을 혐오시설로 보고 반대할 경우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동물화장장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죽은 동물을 화장할 때 생기는 뼛가루나 악취로 인해 동네 환경이 오염될 수 있고, 특히 병들어 죽은 동물일 경우 전염성 병원체를 옮길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게다가 혐오시설이 일단 들어선 동네의 경우 이미지가 나빠지는 데 그치지 않고, 결국 한번 눈감아 줬다는 이유로 다른 혐오시설이 들어오는 것도 막을 수 없게 된다고 주장한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장묘업 등록은 인구밀집지역, 학교 등 공중이 집합하는 시설 또는 장소로부터 300m 이하 떨어진 곳에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토지나 지형의 상황으로 보아 300m 이하에도 공중집합 시설의 기능이나 이용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 등록이 가능하다는 단서 조항을 달고 있다.

그러나 법에서 아무리 입지 조건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더라도 주민들이 집단반발할 경우 법만으로 밀어붙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현실을 고려한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김상훈(자유한국당·대구 서구) 의원은 “개정 법안이 모두 수긍할 만한 합리적 대안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래서 사망한 반려동물의 화장 수요가 증가해 가는 현실을 감안해 시립 공설 동물화장장 건립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 포항시의회 주해남(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민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동물화장장의 관련 법규 개정을 위해 지자체가 국회 건의 등을 통해 현실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 속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주장을 어떻게 조정해 나갈 것인가는 모두에게 어려운 숙제이다. 동물화장장이 그 어려운 숙제 중 하나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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