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의 날씨 내비게이션 ‘영향예보’

김종석

기상청장



“전방에 과속방지턱이 있습니다.”

정확하고 뚜렷한 목소리로 길 안내를 해주는 내비게이션.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이 이 목소리에 의지해 목적지까지 운전을 한다. 내비게이션이 보편화 되면서 목적지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어떤 길이 빠를지, 어떤 길로 가야 가장 경제적일지 미리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지도로 보고 길을 물어물어 운전하던 그 시절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기상청에도 이러한 날씨 내비게이션이 있다.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재난 방지 목적을 강화한 기상예보인 ‘영향예보’이다. 영향예보는 기존의 예보 개념에서 한 단계 앞선 개념으로, 기상현상으로 나타나는 사회·경제적 영향정보를 함께 알려주는 예보를 의미한다.

기존의 기상예보가 지도의 개념이라면, 영향예보는 내비게이션과 같은 역할을 한다. “내일 오후 대구에 시간당 60㎜ 정도의 강한 비가 예상됩니다.”라는 예보에는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담겨있지 않다. 하지만, “내일 오후 대구에 시간당 60mm의 강수로 인해 ○○천 A~B구간의 주변주차장 침수와 주변 산책로 침수 가능성이 농후하오니 대비하시기 바랍니다.”위험요인을 상세한 기상정보와 함께 전달하는 것이 바로 ‘영향예보’다. 마치 전방에 과속방지턱이 있음을 미리 알려주어 속도를 줄일 수 있게 도와주는 내비게이션처럼 말이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호우, 태풍, 대설, 폭염 등 위험기상이 급증하고 이로 인한 피해는 증가 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산업 구조가 복잡해지고 고도화됨에 따라 날씨에 의한 영향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고 크기 또한 증대되고 있다.

기존의 예보는 날씨 현상에 대한 정보만을 포함하고 있으며, 기상 기술의 발전 방향 역시 ‘더 빠르고 정확한’ 날씨 예보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국내·외의 날씨 관련 사건·사고들은 예보가 신속·정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날씨를 정확히 예보했음에도 날씨로 인해 어떤 영향이 나타날 것인가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대처가 부족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재해도 상당수이며, 그렇기 때문에 현상예보와 실제 나타나는 영향 사이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날씨와 그 영향까지 선제적으로 예측하여 예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대두되었다.

전 세계 183개의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엔전문기구인 세계기상기구(WMO)는 실제로 영향예보가 기상재해를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임을 강조하고 회원국에게 도입을 촉구하고 있으며, 미국, 영국, 호주 등 기상선진국에서도 영향예보로의 서비스 전환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하지만 영향예보 제공을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지역에 따른 기상 영향 분석은 지역의 취약성과 노출도 등 많은 요인을 고려해야 하는 작업이므로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다양한 시공간 규모의 앙상블 예측시스템 개발이나 현재보다 더 조밀하고 촘촘한 기상관측자료의 확보, 방대한 관측 자료로부터 날씨와 재해 간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한 기상영향 데이터 구축, 재해 관련 기관과의 협업 등 다양하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그래서 기상청은 영향예보를 방재 분야에서 서비스 분야로 범위를 확장하는 장기적인 계획에 의해 단계별로 추진하고 있다.

기상청에서는 올해 6월 폭염영향예보 정규서비스를 시행하였다. 다가오는 2019년 12월부터는 한파에 대한 영향예보를 시범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폭염영향예보는 지역별 특성을 반영하여 관심, 주의, 경고, 위험의 4단계로 운영이 되었으며, 보건, 축산업, 수산양식, 농업, 상업, 교통, 전력의 7가지 분야에 걸친 위험 대응요령이 제공되었다. 곧 시행할 한파영향예보 역시 총 4단계의 위험수준으로 다양한 분야에 걸친 영향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앞으로 기상청에서는 영향예보 추진 시 사회·경제적 영향이 크고, 시범서비스를 통해 실행 가능성이 확인된 폭염, 한파, 태풍 등의 기상 현상에 대한 정보를 우선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더불어 지자체 및 방재 유관기관과의 서비스 협업 체계를 구축하여 영향예보에 맞춘 유관기관 대응의 일관성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러한 영향예보에 관한 노력의 최종 목표는 점차 대형화, 다양화되는 자연재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인명과 재산피해 최소화에 기여하는 것이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영향예보와 같이 유용하고 가치 있는 정보를 제공하여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생활의 편리를 돕는 친절한 내비게이션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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