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불지핀 자유한국당의 물갈이 바람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식고 있다. 기득권을 내려놓기 싫은 의원들 때문이다. 현 지도부는 자리를 내놓고 새 판을 짜자는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이 같은 한국당의 분위기에 비난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조국 사태로 모처럼 잡은 호기를 그냥 날려버린 데 이어 인적 쇄신 기회마저 놓치는 것 같아 조바심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산토끼를 잡기는커녕 집토끼마저 쫓아버리는 형국이 됐다. 먼 산 불 보듯 하는 당 지도부의 태도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껏 연 청년비전발표회에서 ‘한국당은 노땅 정당’이라는 힐난만 들었다. 하는 모양새가 젊은 층이 더욱 고개 돌리도록 한다. 젊은 층을 끌어안는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돌파구를 찾는다고 기껏 한다는 게 단식투쟁이다. 현 상황의 위중함을 애써 외면한다는 인상이 짙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20일 패스트트랙 강행을 저지하고 지소미아 연장·소득주도성장 폐기 등을 촉구하며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물론 현 정부를 상대로 한 투쟁도 중요하다. 하지만 세대교체의 준엄한 시대적 요구를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리는 듯한 한국당 지도부의 행태에 대해 국민들은 허탈감만 더할 뿐이다.

보수 텃밭이자 심장이라는 대구·경북도 마찬가지다. 외려 더 심하다. 부산·경남은 벌써 김세연·김성찬·김무성 의원 등 3명이 불출마를 선언, 한국당 내 인적 쇄신에 불을 댕기고 있는데 반해 TK는 자발적으로 불출마 뜻을 밝힌 의원이 아무도 없다. 어떻게든 소나기는 피해 차기 총선에서 또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심사다. 심지어는 “젊은 너거들이 뭘 알고 씰 데 없는 소릴 하고 있냐”며 애써 무시한다. 일부는 출마 여부는 당사자와 유권자의 판단에 달렸다며 불출마 선언 의원들에 되레 역정을 들고 있다. 불출마는 본인들과는 상관없다는 태도다.

여론에 등 떠밀린 격이지만 그나마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나서 겨우 지역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을 뿐이다. 대구·경북은 보수의 심장이자 자존심이다. 역사적으로도 나라가 어려울 때 몸을 던져 희생했고 재산을 기울여 꺼져가는 불길을 되살리려는 기백을 보여 주었다. 이런 우리 선배들의 모습을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다. 몸보신에 연연한 비겁하고 추한 모습만 보일 뿐이다. 이런 정치인들의 처신에 지역민들은 좌절한다.

지역민들은 방향타 잃은 문재인 정권과 나라를 거덜 내고 있는 진보의 질주에 조타수와 브레이크가 되어 줄 TK 정치인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보수와 TK를 위해 장렬히 산화할 수 있는 정치인을 보고 싶어 한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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