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2주년 국제 심포지엄서 국내외 전문가들 주장||지진 연구 관련 데이터 공유 필요성

▲ 지난 15일 서울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열린 포항지진 2주년 국제심포지엄에서 김광희 부산대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 지난 15일 서울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열린 포항지진 2주년 국제심포지엄에서 김광희 부산대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2년 전 발생한 포항지진이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피할 수 있었다는 국내외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지난 15일 열린 ‘2019 포항지진 2주년 국제 심포지엄’에서 국내외 지진 전문가들은 “포항지열발전소 건설 주체들이 사전 조사와 건설 과정에서 지질이나 안전을 등한시해 결국 대형 지진을 불러왔다”고 밝혔다.

이날 주제 발표자로 나선 김광희 부산대 교수는 “부지 선정 단계에서 지하 5.5㎞ 지점의 온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다는 사실만 고려하고, 땅에 균열이 있는 파쇄대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도 이것이 단층일 가능성을 무시하고 건설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지열발전소 건설 과정에서도 단층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개발자들이 이를 무시했을 가능성도 제기하면서 “지하 3천800m 지점에서 물(이수·흙이 포함된 물)이 상당히 많이 사라지는 현상이 발견됐다”며 “땅이 푸석푸석했다는 뜻인데 물을 잃는 현상과 미소지진이 여럿 발생한다는 데 의구심을 갖고 조사를 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이 지점은 단층면에 의해 주입정이 끊겨 주입한 물이 새어나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위치다.

시마모토 도시히코 일본 교토대 명예교수 역시 “지하 3천800m 부근에서 단층에 의해 갈린 돌이 많이 발견됐다”며 “이는 지하를 시추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암편과는 전혀 다른 형태와 입자를 가진 돌로, 단층이 이 지역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정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추가적인 지진 위험을 막기 위해 지열 개발을 중단하는 안전 시스템인 ‘신호등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지적됐다.

세르게이 샤피로 독일 베를린자유대 교수는 “포항지진의 상황을 분석해보니 물 주입을 미리 멈췄다면 규모 5.5의 지진을 1% 미만 확률로 줄일 수 있었다”며 “만약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 포항지진 발생 7개월 전 규모 3.3의 유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중단했다면 이 확률은 3%, 1년 전 2.3 규모 지진이 발생했을 때 중단했다면 1% 미만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현재 관련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아 국제공동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큰 불만을 표했다.

시마모토 교수는 “정부 연구개발비를 받아 진행된 프로젝트인데 관련 데이터를 얻을 수 없었다”며 “포항지진 사례는 이 분야의 표본이 될 사례인 만큼 중요한 연구자료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고려대 교수 역시 “연구를 위해 데이터가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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