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포항 등 장거리 출장으로 사고위험 노출||

▲ 농림축산검역본부 대구사무소 검역관들이 하루 19시간을 근무하는 등 인력부족으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사진은 6일 오전 대구국제공항 입국장에서 한선화(왼쪽) 검역관이 한 여행객의 캐리어를 검역하는 모습.
▲ 농림축산검역본부 대구사무소 검역관들이 하루 19시간을 근무하는 등 인력부족으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사진은 6일 오전 대구국제공항 입국장에서 한선화(왼쪽) 검역관이 한 여행객의 캐리어를 검역하는 모습.


‘삐-삐-삐-.’



6일 오전 6시50분 대구국제공항 입국장. X-ray 검색실에서 여행객 소지품에 반입금지물품이 확인되자 경보음이 올렸다.



“동·식물 검역대 앞으로 와주세요.”



입국장에서 반입금지물품을 검역하는 농림축산검역본부 대구사무소 검역관들이 분주해졌다.



“소시지나 육포 있어요? ASF(아프리카 돼지열병) 발생국에서 육류 가지고 오시면 안 됩니다.”



설명이 끝나자 이번엔 관세청에서 베트남 여행객 소지품 전수조사 중 열대 과일이 발견됐다.



한선화(27·여) 검역관은 캐리어에 담긴 망고 1.5㎏을 회수하고, 여행객에게 병해충 방지를 위해 열대 과일 국내 반입은 불법임을 설명했다.



이날 한 검역관은 오전 5시에 대구공항으로 출근해 대만 타이베이에서 대구로 입국하는 여행들의 소지품을 모두 검역했다.



일주일에 1∼3번 돌아오는 대구공항 국경 검역업무는 그야말로 고된 일정이다.



오전 5시부터 출근해 다음날 오전 0시가 돼서야 일과가 끝나기 때문이다. 무려 하루 19시간을 근무하는 셈이다.



한 검역관은 “출근을 위해 새벽 3시30분에 기상한다”며 “검역 업무가 많은 중국과 베트남 등 노선이 새벽 시간대 집중 돼 있다 보니 잠시라도 늦잠을 잤다간 큰일난다”고 말했다.



문제는 19시간을 근무하고도 다음날 수출·입 식물 검역을 위해 매일 같이 포항이나 고령, 영천 등 장거리 출장을 가야 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검역관들이 인력부족으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



한 검역관은 “밤 12시가 넘어서 퇴근해 집에 도착하면 새벽 1시쯤 된다. 출근을 위해 오전 6시40분에는 일어나야 해 씻는 둥 마는 둥 하고 잠자리에 든다”고 말했다.



이어 “출장 업무도 2인 1조가 원칙이지만, 인력이 없다 보니 혼자 가는 경우가 많다. 동료 직원들이 장거리 운전 전에 꼭 커피를 챙겨주며 창문을 열고 다니라고 조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내년 주52 시간제 도입을 앞두고 이런 ‘상식 밖’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건 검역본부 대구사무소의 검역인력 부족이 원인이다.



대구사무소의 검역 인력은 2011년 10명에서 2017년 11명으로 1명 늘어난 게 전부다.



반면 대구공항 국제선 운항편수는 2011년 1천306편에서 지난해 1만3천513편으로 10배나 급증했다. 해외 여행객 역시 같은 기간 16만5천981명에서 204만8천625명으로 11배 넘게 늘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본부차원에서 농림부 측에 인력충원을 적극 건의하고 있다”며 “국경검역 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도 본부차원에서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 6일 오전 7시20분 대구국제공항 입국장 동·식물 검역대. 대구를 방문한 베트남인들이 입국 전 농림축산검역본부 대구사무소 검역관에게 검역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 6일 오전 7시20분 대구국제공항 입국장 동·식물 검역대. 대구를 방문한 베트남인들이 입국 전 농림축산검역본부 대구사무소 검역관에게 검역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김현수 기자 khs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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