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도종환

우리에게 역사 있기를 기다리며/ 수백만 년 저리디 저린 외로움 안고 살아온 섬/ 동도가 서도에 아침 그림자를 누이고/ 서도가 동도에게 저녁 달빛 나누어주며/ 그렇게 저희끼리 다독이며 살아온 섬// 촛대 바위가 폭풍을 견디면 장군 바위도 파도를 어기고/ 벼랑의 풀들이 빗줄기 받아/ 그중 거센 것을 안으로 삭여내면/ 바닷가 바위들 형제처럼 어깨를 겯고 눈보라에 맞서며/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서로를 지켜온 섬// (중략)// 홀로 맨 끝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시린 일인지/ 고고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눈물겨운 일인지 알게 하는 섬// 아, 독도

- 시집 『슬픔의 뿌리』 (실천문학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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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5일 오늘은 ‘독도의 날’이다. 고종 황제가 1900년 10월25일 대한제국 칙령으로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관리한다고 선포한 날을 기념해 2000년 독도수비대에 의해 맨 처음 제정되었다. 하지만 국가기념일이 아니라 눈에 띄는 공식행사는 별로 없다. 그간 국가기념일 지정을 위한 국회청원도 있었으나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란 의문은 있다. 저들이 ‘다케시마의 날’을 정해놓고 억지 쓰는 것처럼 우리도 같은 식으로 따라할 이유란 없다.

지금처럼 민간차원에서 기념일을 정하고 행사하는 것은 상관없겠으나 국가가 우리의 영토 일부를 기념일로 지정하는 것은 사리에 합당치 않아 보이는 것이다. 마치 대구의 날, 마포의 날, 광복동의 날 등을 국가가 정해놓고 기념하는 형국이라 우습지 않은가. 자국의 영토 일부를 국가기념일로 지정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국제사회가 보면 똑같이 영토쟁탈을 벌이는 모양세로 비쳐져 결국은 일본의 검은 의도에 휘말릴 수도 있겠다. 그리고 지금껏 숱하게 ‘독도는 우리 땅’이라며 구호를 외쳐댔어도 저들의 태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일본은 여태 해오던 대로 일방적인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학자들의 견해에 의하면 일본의 러시아, 중국, 한국 등과 다투는 영토분쟁지역 중 독도에 대한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다. 독도는 3순위 정도인데 그들로서는 대뜸 독도만 후퇴시킬 수도 없는 입장이다. 오히려 한국정부의 강경대응을 이끌어내는 게 그들의 속셈이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을 전문가들이 그리 성숙한 태도로 평가하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지금 당장 독도문제를 국제해양재판소로 갖고 간다면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분명한 건 일본은 패소해도 ‘밑져야 본전’이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다. 대신 일본은 시간이 흐를수록 패소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어떻게든 ‘노이즈 마케팅’을 시도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독도는 조용하고도 일상적인 대응이 상책인 것이다. 독도가 우리 땅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으므로 유별나게 홍보해야 할 필요도 없다. 우리국민 가운데 독도에 일장기가 꽂힐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으리라.

그러면 된 것이다. 독도는 동도와 서도를 포함해 모두 91개의 섬으로 되어있다. 과거엔 ‘고고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눈물겨운 일인지 알게 하는 섬’이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갈매기와 경비대 아저씨만 사는 것은 아니다. 온갖 진귀한 이름의 식물들이 있는 힘을 다해 식구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고은 시인은 독도를 ‘내 조상의 담낭’이라고 했다. 지금 그 담낭은 눈물겨움 없이도 고고하고 건강하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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