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청송사과 은자농원||나무를 먼저 키우고 수확을 기대하는 대기만성형 강소

▲ 청송사과은자농원의 박찬목·김경희 공동대표가 잘 익어가는 사과(부사)를 살펴보고 있다.
▲ 청송사과은자농원의 박찬목·김경희 공동대표가 잘 익어가는 사과(부사)를 살펴보고 있다.
▲ 청송사과은자농원의 박찬목·김경희 공동대표가 과수원에서 사과(부사)를 살펴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청송사과은자농원의 박찬목·김경희 공동대표가 과수원에서 사과(부사)를 살펴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청송사과은자농원의 박찬목·김경희 공동대표가 수확한 사과 바구니를 들고 있는 모습.
▲ 청송사과은자농원의 박찬목·김경희 공동대표가 수확한 사과 바구니를 들고 있는 모습.
▲ 청송사과은자농원의 김경희 공동대표가 사과 잎 솎기작업을 하고 있다. 잎 솎기작업은 사과의 착색을 촉진시키기 위한 작업이다.
▲ 청송사과은자농원의 김경희 공동대표가 사과 잎 솎기작업을 하고 있다. 잎 솎기작업은 사과의 착색을 촉진시키기 위한 작업이다.
▲ 청송사과은자농원의 박찬목 대표가 김경희 대표에게 사랑을 담은 빨간 꽃사과를 바치고 있다. 이렇게 부부는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 생활신조다.
▲ 청송사과은자농원의 박찬목 대표가 김경희 대표에게 사랑을 담은 빨간 꽃사과를 바치고 있다. 이렇게 부부는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 생활신조다.
▲ 청송사과은자농원의 박찬목·김경희 공동대표가 이흥우 경북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으로부터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형과 생산 방안에 대한 컨설팅을 받고 있다.
▲ 청송사과은자농원의 박찬목·김경희 공동대표가 이흥우 경북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으로부터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소형과 생산 방안에 대한 컨설팅을 받고 있다.
▲ 한창 익어가고 있는 사과(부사)
▲ 한창 익어가고 있는 사과(부사)
▲ 한창 익어가고 있는 사과(부사)
▲ 한창 익어가고 있는 사과(부사)
▲ 잘 익은 시나노골드, 일명 황금사과로 불린다.
▲ 잘 익은 시나노골드, 일명 황금사과로 불린다.
▲ 잘 익은 부사의 모습.
▲ 잘 익은 부사의 모습.
우리와 가장 익숙한 과일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이 사과를 택할 것이다. 사과는 언제부터 우리와 가까워졌을까. 1884년께 선교사가 들여와 관상수로 심은 것이 최초로 알려졌다.

대구 청라언덕에는 그 사과나무의 3세 목이 자라고 있다. 대구시 보호수 1호였던 2세 목이 2018년 고사함에 따라 육성 중이던 3세 목을 옮겨 심은 것이다. 그럼 이전에는 없었을까? ‘능금’이 있었다. 고려 의종 때 쓰인 ‘계림유사’에는 ‘임금’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나중에 ‘능금’으로 바뀌었다.

개화기에 들어온 서양사과는 첫 재배지인 대구를 중심으로 낙동강과 금호강변에 많이 심어졌다. 사과(沙果)는 모래땅에서 잘 자라는 과일이라고 해서 ‘모래 사(沙)’를 쓴다. 대구가 사과 집산지였으나 지구 온난화로 점차 북상해 청송과 영주 등 경북 북부지방이 주산지로 변했다.

청송 주왕산 아래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강소농을 만났다. 8년 전 귀농해 1만8천㎡의 과수원을 운영하는 ‘청송사과 은자농원’의 박찬목(47)·김경희(57) 공동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7천여만 원의 소득을 올렸다. 2억 원의 소득을 목표로 매일 과수원으로 출근한다. ‘청송사과 은자농원’은 평생 농사를 지으며 자식들을 키워온 어머니(74·조은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지은 농장이름이다.

◆ 고민 끝에 선택한 귀농

박 대표는 청송이 고향이지만 대구에서 유통업에 종사했다. 회사에서 능력도 인정받았으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직장생활의 정년, 나이 40이 되었을 때 위치와 역할에 대한 고민이었다. 고민 끝에 고향이 떠올랐고, 귀농을 결심하고 계획을 세웠다.

대구 인근의 농업기관을 찾아다니면서 많은 사전교육을 받았다. 주로 고추 등 특용작물 교육을 받았다. 자신감이 생기자 서른아홉에 귀농을 단행했다. 많은 직장동료가 왜 좋은 직장을 팽개치고 귀농을 하느냐고 걱정을 했다. 회사에서도 계속 근무를 요청했지만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첫해에 고추 6만6천㎡를, 이듬해에는 담배 9만9천㎡를 재배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론으로 배운 농사지식과 현실은 많이 동떨어져 있었다.

결국 어머니가 40년간 재배해온 사과농사로 전환했다. 그동안 수종을 갱신하고 토양을 가꾸면서 사과재배에 전념해 이제는 주변에서 인정받는 사과농사꾼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귀농 8년차를 맞은 농부는 “몸은 힘들지만 시간이 자유롭고, 스스로 자기 스케줄을 정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면서 “피곤할 때 사과나무 밑에 자리를 깔고 낮잠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해 힐링이 저절로 된다”고 한다.

◆ 나무를 먼저 생각하는 농사꾼

‘과수원의 주인은 땅과 나무다’라는 게 박 대표의 생각이다. 농부는 이들을 보살피는 관리자일 뿐이고, 그 대가로 과일을 얻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무 관리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다. 귀농 초기 전정요령을 몰라 고생을 많이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매년 한두 차례 국내에 들어와 전정기술을 강의하는 외국 전문가 강의가 있으면 어디든 달려갔다. 단기 수확보다 나무를 먼저 키우라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들여 장시간이 소요되더라도 나무의 특성에 맞춘 재배를 한다.

상당수 농가에서 나무를 심고 이듬해부터 과일을 생산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많지는 않지만 소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나무에 초점을 맞춘다. 식재 1년차에는 나무 원줄기를 키우고, 2년차에는 가지를 키운다. 3년차에 들어서면 수형을 만든다. 햇볕 투과율이 좋고 착색이 잘되는 장점이 있다고 하는 세형방추형으로 키운다. 일명 ‘나리따식’이라고 한다. 크리스마스트리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무를 키우는 것을 우선하기에 수확은 늦어지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장점이 더 많다. 토양개량을 위해 초기에는 낙엽으로 퇴비를 만들어 사용했다. 효과는 높았으나 시간과 노동력이 너무 많이 들어 포기하고 일반 유기질 퇴비를 사용한다. 대신에 초생재배로 전환했다. 덕분에 해마다 5~6회 풀과의 전쟁을 치른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우수농산물(GAP) 인증과 저탄소 인증을 받았다.

◆ 부부의 특기를 살린 농장운영

부부는 각자의 특기를 가지고 있다. 박 대표는 귀농 전 유통업에 종사한 만큼 마케팅에는 귀재다. 부인인 김 대표는 전자상거래에 탁월하다. 결혼 전에 행정안전부에서 선정한 정보화 마을 전문 강사로 활동했다. 박 대표가 선택한 마케팅기법은 250명의 법칙을 활용한 입소문 방식이다. 단골들이 전파하는 입소문이 100% 직거래의 기적을 만든 기본이 되었다.

그 방식이 특별하다. 첫 사과를 수확하면 본격적인 판매에 앞서 적극적인 성향의 고객 10여 명에게 한 사람당 10상자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주변과 나눠 먹으며 홍보를 부탁한다. 고객을 홍보대사로 활용하는 것이다. 일반 농가에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마케팅 방식이지만 투자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한다. 선별도 박 대표의 몫이다. 좁쌀만 한 흠집과 병반이 있어도 족집게처럼 골라낸다. 소비자들이 발견하기 어려운 작은 흠이지만 가정에서 장시간 보관하다 보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철저한 선별을 한다.

김 대표의 전산능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스토어팜 등 인터넷을 통한 판매에서 빛을 낸다. 농장의 특성을 살린 블로그 관리도 김 대표 몫이다.

◆ 경영컨설팅과 실천노트로 경영개선

농장을 운영하면서 주기적으로 전문 컨설팅을 받는다. 주로 경영과 가공분야에 대한 컨설팅을 받고 개선방안을 찾는다. 컨설팅 결과는 다양하게 나타났다. 처음에는 분석을 해보니 적자였다. 한때 이런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계속 농사를 지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좋았다. 꾸준한 컨설팅은 영농일지를 작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동안 머리로 생각만 하던 것을 기록함으로써 개선방안이 구체화되고 실천하게 된 것이다. 문제점은 최단시간 안에 개선하는 것이 좋다는 마인드 변화도 생겼다. 제초제를 살포하지 않고 초생재배로 전환한 것과 농약을 줄이는 방식으로 저탄소인증을 받은 것도 경영컨설팅 결과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농작업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함으로써 다음해 농사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경영비 20% 절감 성과도 거뒀다.

◆ 잘못 선택한 묘목으로 4년 허송세월

귀농 8년 동안 순탄한 길만을 걸은 것은 아니다. 외국에서 들여온 우량 품종의 묘목이 있다는 말에 1만㎡에 900주를 심었다가 4년을 허비하는 낭패를 겪었다. 2013년 ‘미얀마’ 품종을 신청했으나 전혀 다른 품종을 공급받고도 알지 못했다. 1년 만에 50%가 죽어 버렸다. 새로 심었으나 다음해 또다시 50%가 다시 죽었다. 결국 모두 뽑아내고 다시 심었다.

전문기관에서도 원인을 알지 못했다. 오랜 조사 끝에 접목에 사용된 대목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나 4년 허송세월이 흘러 버렸다. 결과적으로 수확도 4년이나 미루어지는 참담한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4년이란 소중한 시간이 공중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결국 법적분쟁 끝에 재식재를 해주는 것으로 결론이 났으나 허비한 4년은 어디에서도 보상받을 수 없는 아픔으로 남았다. 결코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큰 손실이었고 순간의 실수가 부른 참극이었다.

◆ 가공과 체험, 아름다운 농장으로 6차 산업화

부부가 함께 그리는 그림은 아름다운 농장을 만들어 공원처럼 꾸미는 것이다. 공원 같은 과수원에서 소비자들이 쉬고 힐링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조금은 먼 미래의 꿈이지만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부부는 나란히 농촌체험지도자 자격을 취득했다. 체험농장 운영을 위한 첫걸음이다. 과수원과 주변에 꽃과 조경수를 심어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고 10개의 포토존을 만들어 관광자원화할 계획이다. 농작물 수확과 같은 단순한 체험을 넘어 소꿉놀이와 모래집 짓기 등 전통놀이를 경험하는 체험공간을 마련해 어른들의 향수와 어린이들의 동심을 자극한다는 생각이다. 개발을 완료한 ‘사과 물회 육수’를 활용해 식생활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꿈도 그린다. 이러한 계획들이 이루어진다면 새로운 사과 소비촉진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 부부의 생각이다.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이홍섭 기자 hs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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