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호종합시장 성인남성 허리까지 물이 차||집중호우때마다 침수…140여 점포 침수 피해||상

태풍 ‘미탁’이 할퀴고 간 자리는 처참했다.

상당수 도로는 침수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3m 이상의 싱크홀이 발생해 교통이 통제됐다.

시내 외곽지역 주민 100여 명은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가 간신히 빠져나왔다.

급류에 빠지거나 주택이 무너져내리며 2명이 목숨을 잃었고, 1명은 실종 상태다.

차량 침수 피해를 입은 시민들은 한숨을 쉬고 있으며 전통시장 상인들은 갑자기 들이닥친 비로 판매할 물품과 집기류 등을 잃고 망연자실이다.

지난 2일 오후부터 3일 새벽까지 포항지역에는 320㎜가 넘는 비가 내렸다. 태풍은 한때 시간당 50㎜ 안팎의 폭우를 동반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하늘에서 ‘물 폭탄’이 쏟아진 셈이다.

피해는 주로 지대가 낮은 시내 상습 침체 지역에 집중됐다.

특히 북구 창포동 두호종합시장은 성인남성의 허리까지 물이 차면서 전체가 물에 잠겼다.

3일 오후 찾아간 두호종합시장은 침수 피해를 입은 상인들을 중심으로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집중호우로 인한 토사 등을 치우기 위해 물청소차가 물을 뿌리고, 시청 직원들과 시의원, 소방관, 해병대 장병, 자원봉사자 등이 분주히 움직였다.

이 지역은 도로 하부의 우수관로 장기 침하로 토사가 쌓여 매년 집중호우와 태풍내습 시 침수피해를 겪는 곳이다.

포항시는 지난해 침수 원인으로 지목된 지하 우수박스의 빗물이 우수관로로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펌프를 설치했다.

이후 한동안 침수피해가 없었으나 이번에 예상치 못한 물 폭탄에 또다시 속절없이 당했다.

이번 태풍으로 침수피해를 당한 점포만 140곳이 넘었다.

물이 빠지자 상인들은 모두 몰려나와 침수된 점포와 도로의 토사를 제거하고 가재도구를 정리하는 등 복구 작업을 이어갔다.

상당수 상인은 허탈함마저 잊은 듯 조금이라도 상품성이 있는 물건을 골라내느라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일부 상인은 반복되는 물난리에 복구작업을 단념한 듯 줄담배를 피워 댔다.

일부는 처참한 피해 규모에 할 말을 잃고 두 손을 놓은 채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이곳에서 방앗간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65·여)씨는 “20년 넘게 장사를 하면서 폭우에 빗물이 넘쳐 점포가 침수된 적이 3번 정도 되는 것 같지만 이번처럼 손쓸 새도 없이 물이 불어 넘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청소를 하던 한 상인은 “젖어 못 쓰게 된 건어물만 해도 수 천만 원 어치가 된다”며 “가게를 치우고 수습한다 해도 당장 팔 물건이 없다. 손해입은 상품을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침수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백인규 시의원은 “상습 침수지역은 큰 틀에서 하수관로를 재정비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