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청소년에 답이 있다

홍덕률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죽어가고 있어요. 생태계 전체가 무너져 내리고 있어요. 우리는 대멸종의 시작점에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러분은 돈과 끝없는 경제성장의 신화에 대해서만 말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9월23일, 뉴욕 유엔본부의 한 회의실이었다. 주인공은 스웨덴에서 온 16세 여학생, 그레타 툰베리였다. 그가 말한 ‘여러분’은 ‘기후변화 정상회의’에 참석한 세계 각국의 정상들을 가리킨다.

연설 중에 분노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울컥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이렇게 이어갔다.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과학은 분명했습니다. 그런데도 여러분은 계속 외면해 왔어요. 지금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행동하지 않고 있는 거라면 여러분은 악마나 다름없습니다.”

그는 작년 8월부터 매주 금요일 등교를 거부하고 1인시위에 나섰다. 스웨덴 의회 앞에서였다. 손에는 ‘기후를 위한 학교 거부’라고 직접 쓴 피켓 하나를 들었다. 기후위기에 무책임한 정치인들을 성토하기 위해서였다.

함께 하겠다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후를 위한 교사 거부’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그레타의 옆자리에 앉은 교사도 있었다. 특히 청소년들의 호응이 컸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 등교거부 시위에 참가한 학생이 140만 명에 달했다.

지난달 23일에 열린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겨냥해서도 세계 각국에서 집회와 시위가 있었다. ‘글로벌 기후 파업’이었다. 9월20일에서 27일까지 전세계 139개국에서 4천638건의 집회가 열렸다. 20일에 열린 1차 집회에는 130여개국에서 400만 명이 참가했다.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및 유엔 기후주간의 마지막 날이었던 27일에도 전 세계가 들썩였다. 캐나다의 몬트리오올에서만 50만 명의 시위대가 가두행진을 벌였고 이탈리아에서는 160개 마을과 도시에서 모두 100만여 명이 시위에 참가했다. 독일의 시위대에서는 ‘기후가 아닌 시스템을 바꿔라’는 손팻말이 눈에 띄었다.

한국의 시민들도 함께 했다. 정상회의가 시작되기 직전인 9월21일 토요일이었다. 부산, 순천, 대구, 서울 등 전국 10개 도시에서 집회가 열렸다. 각계의 330개 단체로 구성된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준비했다. 서울 대학로에만 5천여 명이 모였다. 미온적인 정부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들이 도마에 올랐다. ‘온실가스 이제 그만’, ‘화력발전 이제 그만’ 등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비상상황을 선포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NO EARTH, NO LIFE! 지구가 없으면 생명도 없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직접 만들어 참석한 여학생도 있었다. 대구 시민들도 힘을 보탰다. 참가자들이 거리에 죽은 듯이 눕는 ‘다이 인(die-in)’ 퍼포먼스가 열렸다. 동성로, 태풍 ‘타파’가 뿌리는 비를 맞으면서였다.

청소년들은 별도의 집회를 조직했다. 3월15일과 5월24일에도 전국 주요 도시에서 시위를 진행한 경험이 있었다. 5월 시위 때는 서울교육청으로 달려가 환경교육을 실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툰베리가 시작한 ‘기후를 위한 등교거부’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된 청소년 시위에 한국의 청소년들이 적극 결합해 온 것이다. 9월27일에도 500여 명의 청소년들이 등교를 거부하고 서울 광화문에 모였다. 한 학생은 ‘대학 갈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말했다.

다시 툰베리의 유엔 연설로 눈을 돌려본다. “여러분들이 배출해 놓은 수천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임무를 우리 세대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기술도 나오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우리는 기후위기의 위험한 결과를 감수하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듣는 내내 전율이 일었다.

우리나라는 탄소배출과 관련해 매우 위험한 나라로 분류되고 있다. 예컨대 탄소배출 증가율이 OECD 국가중 1위이다. 우리의 생활방식대로 전세계 사람들이 살아간다면 지구가 3.5개가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든 정치권이든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9월23일,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기후위기 연설에 대해서도 반응은 싸늘했다. 반환경 성장 이데올로기와 지금까지의 에너지 과소비 생활방식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분노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들의 엄중한 책망과 요구에 진지하게 답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관한 한 답은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에게 있다.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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