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캐릭터 개발 ‘파요무요 패밀리’ 김진혜 대표||파 등 야채를 소재로 한 인형 제작,

▲ 김진혜 파요무요 패밀리 대표는 “아이들의 밝은 웃음과 마음을 지켜주는 따뜻함을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 김진혜 파요무요 패밀리 대표는 “아이들의 밝은 웃음과 마음을 지켜주는 따뜻함을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 당근과 파의 색깔과 모습을 본떠 당당이와 파요 캐릭터를 만들었다. 야채를 소재로 한 캐릭터가 많은 건 아이가 야채를 좋아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 당근과 파의 색깔과 모습을 본떠 당당이와 파요 캐릭터를 만들었다. 야채를 소재로 한 캐릭터가 많은 건 아이가 야채를 좋아해줬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 2017년 문을 연 파요무요 패밀리의 개인 쇼핑몰. 야채 인형 캐릭터로 만들어진 쿠션, 목베개, 안전벨트 인형 등을 판매하고 있다.
▲ 2017년 문을 연 파요무요 패밀리의 개인 쇼핑몰. 야채 인형 캐릭터로 만들어진 쿠션, 목베개, 안전벨트 인형 등을 판매하고 있다.
‘파순이’는 첫 아이를 위해 만든 인형이었다.

위는 하얗고 아래는 녹색, 전체적으론 작은 아이가 파 옷을 입은 듯한 모양이다. 파를 본뜬 건 아이가 야채를 좋아해 줬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어떻게 친구를 먹어요.”

아이는 여전히 야채를 싫어했지만 파순이는 좋아했다.

김진혜(38) 파요무요 패밀리 대표가 캐릭터 개발사업에 뛰어든 건 정말 사소한 계기에서였다.

그는 첫 아이를 위해 인형을 선물하기로 했다가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가격표를 보고 직접 인형을 만들기로 했다. 책과 인터넷을 통해 인형 만드는 법을 배웠고, 서툰 재봉질로 눈과 입을 달았다. 그렇게 처음 만들어진 인형이 파순이었다.

그가 만든 인형은 아이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좋아해 줬다. 직접 만든 인형을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했다. 지인 중 누군가가 인형을 팔아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그는 파요와 무요 등 야채를 소재로 한 인형을 만들었다. 2014년부터는 한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했다.

그가 만든 인형은 청결하고 깔끔하면서도 기존 제품보다 저렴했다. 처음부터 돈벌이를 생각하며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인형 가격에서 공임을 뺐다.

◆전업 주부에서 여성 사업가로

▲ 파요무요 패밀리는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베이버페어에 참가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파요무요 패밀리 제품의 장점은 청결하고 깔끔하면서도 기존 제품보다 저렴하다.
▲ 파요무요 패밀리는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베이버페어에 참가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파요무요 패밀리 제품의 장점은 청결하고 깔끔하면서도 기존 제품보다 저렴하다.
▲ 김진혜 파요무요 패밀리 대표는 2015년 지인의 권유로 구미전자정보기술원이 운영하는 ‘청년CEO 육성사업’에 참여했다.이곳에서 얻은 경영 노하우와 인맥은 큰 재산이 됐다.
▲ 김진혜 파요무요 패밀리 대표는 2015년 지인의 권유로 구미전자정보기술원이 운영하는 ‘청년CEO 육성사업’에 참여했다.이곳에서 얻은 경영 노하우와 인맥은 큰 재산이 됐다.
▲ 파요무요 패밀리의 인기 상품인 안전벨트 인형. 파요무요의 야채 인형이 2기로 진화하면서 쿠션, 목베개, 안전벨트 인형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됐다.
▲ 파요무요 패밀리의 인기 상품인 안전벨트 인형. 파요무요의 야채 인형이 2기로 진화하면서 쿠션, 목베개, 안전벨트 인형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됐다.
대구 출신인 그는 2006년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구미로 왔다. 한 회사에 취직해 일하다가 결혼해 한동안 전업주부로 생활했다. 넉넉지 않은 형편 때문에 포기하긴 했지만 한때 그의 꿈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런 그에게 인형 판매 사업은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좋은 제품이라는 평가에도 그가 만든 야채 인형은 좀처럼 팔리지 않았다. 지인과 블로그를 통해 제품을 홍보해 봤지만 판매량을 나타내는 숫자는 바뀌지 않았다.

“좋은 물건을 만들면 알아서 팔릴 거라는 건 순진한 생각이었습니다. 물건을 만드는 것과 완성품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법은 별개의 영역이었습니다. 인형 만드는 방법은 인터넷 검색과 책을 통해 배울 수 있었지만 마케팅에 관한 노하우는 달리 배울 곳이 없었습니다.”

달리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그는 2015년 지인의 권유로 구미전자정보기술원이 운영하는 ‘청년 CEO 육성사업’에 참여했다.

청년 CEO 육성사업은 지역 예비청년창업자를 위해 창업 구상단계부터 성공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창업자금, 창업공간, 창업교육, 전문가 컨설팅과 멘토링, 마케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는 다음해인 2016년에는 경북 테크노파크의 ‘청년 CEO 심화과정’도 수료했다. 그해 그는 ‘경북 청년 CEO협회’에 등록됐다. 지난해에는 세종사이버대학에 입학해 패션 관련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배움은 곧 기회로 바뀌었다.

그가 만든 제품들이 베이비페어, 창업 제품 판매전 등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에서 공개된 것. 파요무요 패밀리의 인형은 한 라면 회사의 TV광고에도 등장했다.

파요무요 패밀리는 입소문을 타면서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가 운영하던 블로그에는 수 천명이 다녀갔다.

▲ 파요무요의 1기 야채 캐릭터.
▲ 파요무요의 1기 야채 캐릭터.
▲ 파요무요 2기 야채 캐릭터.
▲ 파요무요 2기 야채 캐릭터.
꾸준히 판매량이 늘면서 그는 처음 만들었던 야채 인형들을 2기로 진화시켰다. 야채를 본뜬 특유의 모습은 그대로 가져왔지만 좀 더 세련되고 귀엽게 그렸다. 인형뿐이었던 제품도 쿠션, 목 베개, 안전벨트 인형 등으로 다양하게 제작됐다. 그가 만든 야채 인형들은 만화, 이모콘티 캐릭터로도 만들어졌다.

◆인형 제작자에 이어 캐릭터 개발 사업

▲ 파요무요 패밀리의 김진혜 대표는 2016년부터 크리에이티브 콘덴츠 커뮤니티인 ‘그라폴리오’에 ‘김 사장과 야채들’이란 단편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 파요무요 패밀리의 김진혜 대표는 2016년부터 크리에이티브 콘덴츠 커뮤니티인 ‘그라폴리오’에 ‘김 사장과 야채들’이란 단편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 그림 작업을 하고 있는 파요무요 패밀리 김진혜 대표는 2016년부터 크리에이티브 콘덴츠 커뮤니티인 ‘그라폴리오’에 ‘김 사장과 야채들’이란 단편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 그림 작업을 하고 있는 파요무요 패밀리 김진혜 대표는 2016년부터 크리에이티브 콘덴츠 커뮤니티인 ‘그라폴리오’에 ‘김 사장과 야채들’이란 단편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 올해 열린 경북 캐릭터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은 파요무요 패밀리의 김진혜 대표. 파요, 무요 등 그가 만든 캐릭터 대부분이 야채에서 소재를 가져왔다.
▲ 올해 열린 경북 캐릭터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은 파요무요 패밀리의 김진혜 대표. 파요, 무요 등 그가 만든 캐릭터 대부분이 야채에서 소재를 가져왔다.
▲ 파요무요 패밀리의 2기 야채송. 식습관 개선을 내용으로 하는 짧은 동영상이지만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래와 율동까지 만들었다.
▲ 파요무요 패밀리의 2기 야채송. 식습관 개선을 내용으로 하는 짧은 동영상이지만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래와 율동까지 만들었다.
디자인 쪽의 지식과 경험을 쌓으면서 그는 단순히 인형을 만드는 일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크리에이티브 콘덴츠 커뮤니티인 ‘그라폴리오’에 크리에이터로 등록하는 것이었다. 그는 2016년부터 그라폴리오에 ‘김 사장과 야채들’이란 단편 만화를 연재하고 있다. ‘김 사장과 야채들’에는 그가 야채를 소재로 해서 만든 캐릭터 파요와 무요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이 만화를 통해 각각의 인형 캐릭터에 스토리를 입혔다. 단순히 인형에 불과했던 야채 인형을 살아있는 캐릭터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이다.

“보통은 캐릭터를 만들고 인형이나 이모콘티 등으로 상품화 과정을 거치는데 제 경우엔 반대가 됐습니다. 이미 만들어 놓은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처럼 느껴져 더욱 애착을 두게 됩니다.”

캐릭터 시장은 고부가가치 창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언론매체뿐만 아니라 미디어 산업, 스마트폰 앱, 웹툰, 게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광범위하게 활용되며 비중과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캐릭터 사업은 단순히 개발에서 끝나지 않는다.

캐릭터를 개발하고 나서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고 블로그 등 각종 SNS를 통한 브랜드 홍보가 이어져야 한다. 또 캐릭터를 활용한 웹툰 연재와 영상·노래·이모콘티 제작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

파요와 당당이를 주인공으로 한 애니메이션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안전과 식습관 개선을 내용으로 하는 짧은 동영상이지만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래와 율동까지 만들었다.

그는 올해 구미시 상모사곡동의 작은 작업실을 얻었다. 이곳에서 그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개인 방송을 준비 중이다. 캐릭터 개발자로서의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다.

우여곡절 끝에 캐릭터 저작권을 등록하고 인형을 만들긴 했지만 경북에선 캐릭터 교육에 관한 콘텐츠라든지 미디어에 관한 노하우를 접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인터넷 강의를 통해 캐릭터 개발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본격적으로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이에게 첫 인형을 만들어 선물했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때의 그 마음으로 아이들의 밝은 웃음과 마음을 지켜주는 따뜻한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류성욱 기자 1968plu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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