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그 느낌이 답일 터이니

발행일 2019-09-22 15:46:3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정명희

의사수필가협회 홍보이사

아침에 나서니 목이 따끔거린다. 인사하는 이에게 답하려는데 목소리가 잠겨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콧물도 흐르고 머리도 아파져 온다. 얼른 약이라도 챙겨 먹어야지 이러다가 덜컥 드러눕게 될까 걱정스럽다.

기온 차에 예민한 이들은 벌써 열이 오르고 기침 콧물에 설사까지 해댄다며 축 늘어져 외래를 찾는다. 해수욕을 다녀왔다며 콧잔등까지 다 벗겨져서 건강한 모습이던 아이는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제발 나 좀 살려 주세요.”한다. 아침저녁 쌀쌀한 기온에 일교차가 커지면서 저항력 약한 사람들은 괴로워한다. 하루 일교차가 10도 이상 크게 나는 지금 같은 환절기에는 호흡기 질환이 잘 발생한다. 그러니 실내 습도를 적절히 유지하고 무리한 생활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면역력을 높여 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몸이 외부 온도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자율신경계 시스템에 균형이 깨져 체온조절이 잘되지 않아 방어력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가을이 되면 날씨가 건조해지고 기온이 내려가 추워지면 바이러스가 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니 만병의 근원이라는 감기부터 조심해야 한다. 감기 안 걸리는 특별한 비법은 없지만, 그래도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급격한 온도변화에 잘 적응하는 것이다. 외출 시에는 얇은 옷을 겹쳐 입어서 온도 변화에 절절하게 대응하여 자율신경계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도록 하면 도움이 된다. 적정한 습도 유지도 필요하다. 코점막은 우리 몸에 여러 가지 유해균이 침입하는 것을 막아주지만, 코안이 건조해지면 섬모운동이 둔해져 균에 대한 방어력이 떨어진다. 실내 습도는 40~60%로 유지하고 충분히 물을 마셔야 점막이 건조하지 않게 된다. 하루 1.5~2ℓ 정도의 수분을 섭취하면 점막의 방어력을 유지하는 데 좋다. 몸의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운동이 꼭 필요하다. 하루에 30분씩 적어도 일주일에 3번 상 몸에 땀이 날 정도로 움직이는 것이 좋다. 면역력을 기르기 위해서 적절한 영양 공급, 운동, 그리고 잠을 충분히 자는 것도 중요하다. 또 스트레스를 적절히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격월로 하는 단체 행사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준비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SNS에 각 임원이 챙겨야 할 사항을 새벽같이 올려두었다. 보통 때 같으면 누구보다 먼저 답을 보내오던 이가 하루가 다 저물도록 반응이 없었다. 의아한 마음에 인사를 보냈다. “잘살고 있지요?”한참 지나 그가 답을 보냈다. “괜찮아요. 기도 많이 해 주세요.”라는 것이 아닌가.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어 전화기를 들었다. 전날 저녁 통화에서도 별일 없었는데, 밤사이에 그의 배우자가 쓰러져 중환자실에 있다고 한다. 어쩌면 좋으랴. 새벽 늦게 수술이 끝나 지금은 면회도 되지 않는 상태라고 하니 달려가 볼 수도 없고. 얼마나 마음 졸였겠는가. 그래도 평정심을 찾아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차분히 전한다.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스포츠센터에서 실내 운동을 하던 중 갑자기 어지러워 의식을 잠시 잃었단다. 그때 옆에 있던 친구가 그도 얼마 전 똑같은 증상으로 병원에 가니 몸의 균형과 청각에 이상이 생겨 어지럽고 구토 두통이 생기는 메니에르병이었다. 그러면서 자기가 먹는 약을 꺼내 쓰러졌다가 의식이 돌아온 친구에게 건넸다. 약 복용 후에 몇 시간이 지나도 머리가 무겁고 기분이 개운하지 않아 그가 병원을 찾아 정밀 촬영을 원하였다. 결과는, 세상에! 엄청난 혈액이 뇌 속에 가득한 것을. 뇌혈관이 터진 뇌출혈, 지주막하출혈이었다고 한다. 응급실로 달려가 혈관 조영술을 시행하여 그곳으로 코일을 집어넣어 혈관의 터진 부위를 막았다니 정말 천운이지 않은가. 어찌 그런 일이 있을까. 사람마다 병에 대한 증상과 통증의 정도가 다르게 오기는 하지만, 정말 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항상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그였기에 큰 병이 닥쳐도 그래도 그나마 다행스럽게 지나가는 것은 아니랴 싶다.

세상을 살면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 어찌하겠는가. 이때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스스로 깨달음인 것 같다. 조금 이상하다고 느껴진다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 바로 그 느낌이 답이지 않으랴. 진실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은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어떤 고난 앞에도 굴복하지 않는 것 아닐까. 아마 그도 굳은 신념으로 병을 거뜬히 이겨내고 털고 완전히 회복되어 벌떡 일어나기를 기도한다. 수천 번의 생을 반복하여 산다고 해도 우리들이 다시 만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니 곁에 있는 사람을 항상 사랑하며 후회 없이 살아가자. 지금 그 느낌이 답일 터이니.

<저작권자ⓒ 대구·경북 대표지역언론 대구일보 .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