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호구역 없는 학원가…위험에 내몰린 아이들

발행일 2019-09-18 20:00:00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지정 학원 317곳 중 1곳만 어린이보호구역 설치

대구시, 생활권 보장 요구하는 주민 반발 심해

대구지역 학원가 주변 도로의 대부분이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 사진은 18일 오후 3시께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일대의 학원밀집지역의 모습.


대구의 학원가 주변을 오가는 어린이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학교와 유치원과는 달리 학원가 주변 도로의 대부분이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18일 대구시에 따르면 수강생 100명 이상인 학원을 대상으로 어린이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된 경우 학원 시설장이나 단체장이 ‘어린이보호구역’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또 시장 등이 지역의 교통여건을 고려해 교통사고 위험이 클 경우 수강생이 100명 미만인 학원에 대해서도 지정할 수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이 지정되면 장애인보호구역 및 노인보호구역과 마찬가지로 차량 통행속도가 시속 30㎞이하로 제한되고 불법 주·정차 금지와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방호 울타리 등도 보완돼 어린이 보행사고를 낮출 수 있다.

문제는 대구에 수강생 100명 이상인 학원 317곳 중 단 1곳만이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는 것.

고작 1곳뿐인 학원가 어린이보호구역은 2013년 9월 지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자체와 학원이 사실상 학원가를 통행하는 어린이 안전에 손을 떼 사고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 오후 1시께 초등학원 20곳 이상이 밀집된 대구 북구 복현동 복현오거리 일대 학원가에서는 주요 도로를 포함한 골목마다 곳곳에 학원이 들어서 있지만 빠르게 지나가는 차량들로 학생들은 주의를 살피며 길을 건너고 있었다.

같은 날 오후 3시께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학원 밀집지역도 마찬가지.

한 학부모는 “학원은 대부분 골목에 위치한 곳이 많은데 차량통행량이 워낙 많아 가슴을 졸일 때가 많다. 초등학교 주변에 어린이보호구역이 지정된 것과 달리, 학원이 많은 골목과 주요 도로변에도 어린이보호구역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원 시설장과 대구시 등은 생활권 보장을 요구하는 지역민 반발로 어린이보호구역 지정 신청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단독 건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일부를 사용하기 때문에 같은 건물에 입주한 병원과 음식점 등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 7월 지자체별 학원가 인근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에 대한 공문을 내려 보냈지만 불법 주·정차, 속도 제한에 걸리는 인근 주민 반발로 이해관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어린이 보행 안전을 확보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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