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현
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
수험생 가정에서 고속도로 정체가 아주 심한 날 갑자기 서울에 가야 하는 일이 생겼다. 서울 어느 특정 지점에 고3 수험생이 보호자와 함께 오면 명문대학 입학에 아주 유리한 특혜를 주는 이벤트가 있기 때문이다. 단 대구에서 출발해 자동차로 와야 하고 선착순 100명에게만 혜택을 준다. 그 공고는 당일 오전 6시에 있었다. 그 소식을 접한 수많은 가정이 아이를 태우고 서울로 출발했다. 동대구 IC와 북대구 IC는 몰려든 차량으로 붐볐다.
고속도로는 전 구간이 4차선이다.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교통 법규는 지켜야 한다. 1차선은 추월선이기 때문에 추월할 때만 들어가야 한다. 속도가 느린 화물차는 주로 4차선을 이용한다. 일반 승용차는 2, 3차선으로 주행한다. 차종은 개인의 형편에 따라 달랐다. 고가의 고급 승용차, 폐차 직전의 낡은 차, 심지어 화물차도 있었다. 성능이 탁월한 고급 승용차는 감시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는 규정 속도 이상으로 달리기도 했다. 어떤 차는 아무리 엑셀레이트를 밟아도 시속 100km도 안 나와 화물차에게 추월당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최선을 다해 목적지에 도착해 보니 이미 선착순 100명이 마감된 상태였다. 탈락한 자들이 자신의 차량 성능을 아쉬워하면서 낙담한 아이를 달래며 돌아서려는데 한쪽에서 사람들이 모여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리 중 한 사람이 이번 이벤트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입에 거품을 물고 주최 측을 성토하고 있었다.
서울대 수시에 합격한 학생들의 비교과 실태가 나왔다. 합격자는 평균 30회 수상을 했다. 최다 수상 학생은 108개를 받았다. 고교 3년 재학 기간 동안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상을 받은 것이다. 이게 정말 가능할까. 봉사활동은 평균 139시간이었다, 400시간이 넘은 학생도 6명이나 있었다. 하루 4시간씩 100일을 봉사해야 한다. 이 또한 가능한 일일까. 전공적합성 지표인 동아리 활동은 평균 108시간이었고 최다 학생은 374시간이었다.
창의력이 생존 수단이 되는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객관식의 현행 수능 비중을 무조건 높일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전형의 다양성과 학생부종합전형은 유지돼야 한다. 다만 투명성, 공정성, 신뢰성을 높여 깜깜이 전형이라는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지금은 학종의 평가 과정이 과거보다는 투명해졌고 신뢰성을 얻어가고 있다. 대학은 평가 과정과 그 결과를 계속 공개하여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대학입시가 계급 논쟁으로 발전하면 정글의 법칙만 활개 치게 된다.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의 통로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열려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야 한다.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대입전형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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