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왕’ 부동산대책은 무엇을 잡았나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지난해 9월13일 정부는 지속적인 규제에도 불구하고 뛰는 집값이 잡히지 않자 부동산 대책의 ‘끝판왕’이라 불릴 만큼 강력한 규제책을 발표했다. 9·13 부동산 대책이라 불리는 이 정책에는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대출규제,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와 같은 이른바 대출과 세금 및 공급이라는 부동산 관련 3종 세트가 망라되어 있다. 즉 투기적인 수요는 최대한 누르고 실수요 충족을 위한 공급은 늘려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책 발표 당시만 해도 부동산시장 전반이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이런 기대감이 반영된 탓인지 실제로 지난 1년간 서울과 지방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까지만 보면 정부의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았고, 앞으로도 안정화되어 곧 합리적인 수준에서 누구나 살 집을 얻을 수 있겠다는 또 다른 희망도 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부동산시장이 완전히 망가져 경제에 큰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말이다.

하지만 실상은 정책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 부동산 가격은 최근 다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민간택지 내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 앞서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기대에 신축은 물론 입지와 가격 등 경쟁력을 갖춘 오래된 주택도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에 반해 지방은 소수 광역시를 제외하고는 가격 하락에 신규 공급물량도 많아 그야말로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가격하락에도 수혜자는 그다지 많지 않고, 오히려 시장 불안에 전세 자금을 떼이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지방 경기 악화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고, 우리나라 전체 경기 회복에도 큰 짐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투기와 집값은 끝까지 잡겠다는 각오로 대책을 마련했다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과연 누구를 위해 또 무엇을 잡았는지 궁금하는 게 세평이다. 더군다나 현 정부 출범 이래 본 대책까지 17개월 동안 두달에 한 번꼴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더 그렇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부동산 대책이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지만 돌이켜 보면 애당초 대책의 방향성이 시장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동산시장도 기본적으로는 주택이라는 상품 자체의 특성은 물론 수요와 공급이라는 상식에 가까운 이론을 바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는 최근 국내 부동산시장에서 벌어지는 현상만 보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전반적인 수요는 잡았을지 모르나 특정 지역이나 주택이 아니면 거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시장과 혹시라도 거래가 성사되면 가격 불안을 부추기는 시장, 공급은 확대하려는 데 수요 분산의 진전 가능성 예측이 어려운 시장, 한쪽에서는 공급이 넘쳐나는데 다른 한쪽은 공급이 부족한 시장 등이다. 물론 부동산이라는 재화가 가지는 특성상 수급조절이 단기간에 전국적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또 일부 투기적 성향을 지닌 수요자와 공급자의 도덕적 해이가 부동산시장의 불안을 더 조장하기도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금의 부동산시장은 매우 기형적이다.

부동산시장은 단순히 주택이라는 상품 자체만 공급하고 소비하는 시장이 아니다. 짧게는 현재 수요자와 길게는 그 자녀들의 삶을 좌우할 수도 있는 여건을 공급하고 소비하는 시장이기도 하다. 꾸준히 주택을 공급해도 수요가 집중되어 가격이 널뛰기하는 곳을 살펴보면 생업 영위, 교육, 치안, 문화생활 등 정주에 필요한 요건을 두루 잘 갖춘 곳이거나, 앞으로 그렇게 될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이러한 특성들이 잘 반영된 수급조절대책이 중장기적으로 일관성있게 지속되어야 한다. 케인즈의 비판처럼 아무리 이론이 필요없다 하더라도 잘 알지도 못하는 흘러간 3류 글쟁이의 말만 듣고 정책 의사결정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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