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SF영화의 단골배경, ‘태양계’

▲ 메인
▲ 메인
▲ 화성
▲ 화성
▲ 토성
▲ 토성
▲ 목성
▲ 목성
▲ 금성
▲ 금성


너무 굳어져 ‘관용적 표현’이 자연스럽다. ‘샛별’처럼 반짝이는 누군가의 눈망울이 그랬고 둘레를 감싸 도는 고리문양에 흠뻑 도취된다.

또 SF영화의 단골배경이 되기도 푸른 빛의 상징쯤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태양계를 둘러싼 행성은 개별로 가진 사연들이 있단다. 물과 공기의 유무에서부터 생명체의 생존 여부, 지구에서는 생각하지도, 구태여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행성만의 고유 사례와 형태, 정체성을 비록 신비롭지만 그저 신변잡기로 풀어보고자 한다.



◆수성

태양의 온도는 1억5천만℃를 육박한다. 물론 태양 전 방위의 평균 온도는 아니다. 핵 중심을 기준으로 ‘핵융합 반응’에 의해 발발하는 최고치다. 오만했던 이카로스의 밀랍 날개를 일거에 녹여버렸던 태양의 열정에 ‘수성’은 가장 가까이에 자리 잡고 있다. 태양과 수성과의 거리는 5천791만㎞다.

그렇다고 수성이 가장 뜨거운 행성이라고 하기 엔 어폐가 있다. 사실 켜켜이 쌓인 이산화탄소로 인해 열 순환이 이뤄지지 않는 ‘금성’이 한 걸음 떨어져 있음에도 갑절로 뜨겁다. 반면 수성은 태양과 근접해 있으나 열의 원활한 방출로 인해 금방 식어버린다.

사실 수성 관측은 타 행성에 비해 여의치 않다. 태양과 워낙 붙어있다 보니 태양이 작열하는 오후 시간을 피한 일출과 일몰시간에만 그 자태를 드러낸다. 형태상 싱크로율을 따져보면 ‘달’과 가장 유사하다.

수성은 작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기준으로 해서다. 전체 질량은 지구 대비 5% 내외 수준이지만 밀도로 따지면 100% 가까이 지구와 일치한다. 아이러니한 지점이다. 기온은 변화무쌍하다. 흔히들 말하는 ‘일교차’란 수성에서는 명함조차 내밀지 못한다. 영하 200℃에서 영상 450℃까지 이른바 고·저의 극점을 각각 달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수성에는 공기가 없다. 그리고 자전 속도 또한 0.003㎞/s로 느리다. 공기가 없으니 당연히 눈·비와 같은 대기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씻겨 내려가는 과정이 없다 보니 운석 간 충격으로 발생한 구덩이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 구덩이가 바로 ‘크레이터’다.

이를 수치화해보자. 수성의 자전 속도를 기준으로 주기를 나눠보면 59일 정도다. 지구의 자전 속도가 24시간, 하루인 점을 감안해볼 때, 수성의 하루는 60일 가까이 되는 셈이다. 참고로 수성의 1년은 90일 정도다. 다시 말해 수성에서의 일출과 일몰은 지구 입장에선 2년 가까이 걸리는 꼴이다.

조선시대에는 수성을 ‘진성’이라고 불렀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특이하게도 수성을 두 개의 행성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새벽의 수성을 ‘아폴로’, 밤에 보이는 수성을 ‘헤르메스’라고 각각 칭했다고 전해진다.





◆금성

흔히들 아름답거나 예쁜 눈을 두고 ‘샛별’ 같다고 한다. 샛별의 원주인이 바로 ‘금성’이다. 이름값을 하듯 금성의 또 다른 이름은 미의 여신 ‘비너스’다. 그리고 샛별처럼 반짝이는 금성은 어두운 우주 험로를 비춰준다고 해 ‘길라잡이’, ‘목자의 별’ 등으로 통칭된다.

위에서 언급했듯 금성은 이산화탄소의 결집체다. 그렇다 보니 천체 망원경으로는 관측이 쉽지 않다. 하지만 절기에 따라 모양을 달리하는 달과 같이 금성 또한 그 형태를 달리한다. 물론 뿌연 점 정도로 보이는 게 맹점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금성의 관측을 위해선 긴 파장의 전파 기술이 필수다.

금성도 지구에 비하면 소규모다. 지구 대비 약 700㎞ 정도의 작은 크기다. 금성과 지구는 가까운 듯 반대다. 지구와 가장 근접한 위치까지 접근하는 행성이자, 지구와 달리 서쪽에서 해가 뜨는 특징을 보인다. 금성의 하루는 지구의 반년을 훌쩍 넘는 250여 일이며 묘하게도 공전보다 자전의 시간이 더 길다. 이것은 마치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다.





◆화성

영화 ‘마션’을 비롯한 각종 공상과학 영화의 주요 무대다. 그도 그럴 것이 화성의 또 다른 정체성이 바로 ‘제2의 지구’.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나사(NASA)는 화성에 흐르는 물줄기를 공식 인정·발표했고 이로 말미암아 대체 지구의 선봉장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화성 역시 공기량은 절대 부족이다. 대기가 모자란 이유는 턱없이 작은 중력이 주요 원인이다.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40% 수준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1t 트럭이 화성에 간다면 400㎏를 넘기지 못할 정도다. 실제 화성의 평균 온도는 영하 90&deg;C에 육박한다. 공기가 없기에 당연히 열을 머금을 수 있는 여건은 전무하다.

화성의 컬러 이미지는 붉다. 열정적이자 선동성이 짙다. 그렇다 보니 고대 그리스에선 화성을 ‘아레스’라고 불렀다. 아레스는 전쟁의 영웅이자 신으로 상징된다. 화성의 하루는 제2의 지구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지구와 대동소이하다. 40분 정도 더 길다고 보면 된다. 다만 화성에서의 1년은 지구로써는 2년이다. 공전 주기가 2배인 셈이다.





◆목성

‘자이언트 행성’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태양계 행성 중 가장 크다. 그리고 무겁다. 지구 기준으로 부피는 자그만 치 1천400배를 훌쩍 넘긴다. 하지만 부피 대비 질량은 작은 편이다. ‘암석형’인 지구와 달리 목성은 ‘뜨거운 가스형’이기 때문이다.

목성에는 거대한 붉은 포인트가 나타난다. ‘대적반’이라고 불리는데, ‘적갈색 소용돌이’라고 흔히들 부른다. 지구의 5배나 되는 큰 저기압의 구름 소용돌이로 대적반은 지구 2개를 포함시킬 만큼의 크기다.

목성의 자전 속도는 태양계 행성 중 단연 수위다. 약 12.6㎞/s로 목성의 하루는 10시간을 채 넘기지 않는다. 목성의 형질은 기본적으로 기체로 구성돼 있다. 그렇다 보니 태양과 마찬가지로 ‘차등 자전’을 한다. 차등 자전은 한 천체 내 위치나 거리에 따라 자전주기가 달라지는 것을 뜻한다.

목성은 그 크기만큼이나 많은 위성을 거느리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위성 수만 해도 63개에 이른다. 다른 말로 ‘목성계’라고도 부르는데 이 위성들은 크게 목성의 인력으로 인해 생성된 ‘불규칙 위성’과 목성의 탄생과 아울러 형성된 ‘규칙 위성’으로 나뉜다.





◆토성·천왕성·해왕성

우선 환상적이다. 통상 행성을 떠올리거나 이미지화할 때 가장 먼저 각인되는 것이 바로 ‘토성’이다. 지구보다 10배가 큰 토성이 이처럼 아름다운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토성을 감싸고 있는 ‘띠’가 그것이다.

토성의 띠는 다른 말로 ‘고리’라고 하는데, 이는 주변 소행성의 잔해물이나 먼지, 얼음 조각들이 모여 생성된 것이라는 학설이 가장 유력하다. 참고로 토성의 고리와 같이 선명하지 않을 뿐 목성과 해왕성에도 황토색, 얼음조각 등으로 둘러싸인 고리를 각각 지니고 있다.

천왕성의 캐치 프레이는 ‘청록빛깔의 서늘한 행성’이다. 이는 태양빛의 적색 파장을 흡수, 이로 인해 청· 녹색 파장들의 많은 양을 반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700년대 후반 영국의 한 천문학자로부터 발견된 이 행성은 평균온도 영하 215&deg;C를 유지할 만큼 추운 행성이다. 천왕성의 특이점은 자전형태로 살펴봐야 한다.

일반 행성의 자전방향은 서에서 동으로 이뤄진다. 이것은 공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천왕성의 자전축은 마치 누워있는 듯 기울어져 있어 자전과 공전의 방향이 반대로 보인다. 우스갯소리로 천왕성을 ‘거꾸로 행성’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해왕성은 행성계의 막내다. 최근 명왕성이 작은 크기와 궤도의 불규칙성을 이유로 사실상 행성계에서 퇴출된 이후 해왕성은 명실공히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으로 이름을 올렸다.

해왕성은 푸르다. 그 이유는 공기 중에 포함된 ‘메테인’의 영향인데, 메테인은 탄소 하나와 수소 네 개로 이뤄진 탄화수소, 알케인 화합물을 의미한다. 흔히들 ‘메탄’이라고도 부른다. 해왕성 표면에는 ‘대흑점’이 있는데 이는 해왕성에서 일고 있는 ‘반 시계 방향’ 의 거대 폭풍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매캐한 메탄가스와 흡사 ‘블랙홀’과 같은 대흑점이 해왕성을 ‘아름다운 행성’으로 꼽는 이유가 된다. 그저 ‘서글픈 인생’을 빗대는 듯하다. 마치 멀리서 보면 ‘희극’이되 가까이 살펴보면 ‘비극’인 듯 말이다.



글·사진 군월드 IT사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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